[스포주의] 이세계 피크닉 6권 리뷰 -異世界, 裏世界-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본 작품의 이세계는 異世界가 아니라 裏世界입니다. 직역하면 대충 뒷세계쯤 되는 것으로 판타지의 이세계(異世界)는 그래도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세계지만 본 작품에서 이세계(裏世界)는 사람이 살아갈 수 없는 굉장히 위험한 곳이죠. 주로 일본에서의 도시 전설과 괴담에 등장하는 괴이들이 득시글 거리며 출입하는 사람들을 노리고, 글리치라는 지뢰 같은 괴이는 땅에 깔려 있다 사람이 밟는 순간 갈가리 찢어 죽이기도 합니다. 괴이와 접촉하게 된 사람은 제4종으로 변질되어 인간의 틀을 벗어난 무언가가 되어 버립니다. 사실상 죽음을 뜻하는데, 경우에 따라 주인공이자 히로인인 소라오와 토리코처럼 어떤 능력을 얻기도 합니다. 작중의 분위기는 마치 악몽을 꿈을 꾸는 듯한 몽환적인 분위기를 띄는 게 특징이고요. 裏世界는 누구나 갈 수 없지만, 명상을 통해 인식을 하게 되면 갈 수 있고(그래서 사이비 종교 같은 게 등장함), 게이트를 통하거나 특정 행동을 하면 진입할 수가 있습니다.
본 작품에서 도시 전설이나 괴담은 거기에 해당하는 의지(요컨대 귀신의 의지) 같은 게 현실화된 거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의지를 가진 자들이 사는 세계에 허락도 없이 흙 발로 마구 드나든다면? 그 의지들은 살아 있는 인간에겐 호의적이지가 않죠. 이런 느낌의 6권인데요. 그런 의미에서 매번 이세계에 들어와 모험도 하고 절대적으로 위험하다는 밤을 넘기면서도 살아 있는 저 여자들(소라오와 토리코)의 정체가 무엇인지 이세계는 궁금하지 않을 수 없을 테죠. 그러니 이세계가 그녀들과 접촉을 꾀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세계는 인간처럼 온전한 정신과 마음을 가지지 않았다는 게 문제로 작용하게 됩니다. 이전까지는 그저 현상으로서 그녀들에게 접근하였으나 이번엔 절에서 태어난 T씨라는 명확한 존재를 보내 그녀들과 접촉을 시도하고 그 과정에서 소라오는 기억을 잃어버리죠. T씨는 그녀들과 접촉해서 교류보다는 그녀들이 가진 이세계의 기억을 지우려 합니다.
T씨는 상당히 강적으로 등장합니다. 소라오는 T씨 뒤를 캐나 번번이 당해버리고, T씨에 의해 이세계와 접촉으로 무언가로 변해버린 제4종을 보호 치료하고 있었던 DS연구소까지 침입 당하는 사태까지 벌어지죠. 이 연구소는 소라오와 토리코의 돈줄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토리코가 그토록 찾으려 했던 사츠키와 연관 있는 우루미 루나가 감금되어 있기도 하고요. 여기가 뚫려 루나가 탈출하거나 T씨에 의해 다른 걸로 변해버리기도 한다면 대참사가 일어날 것입니다. 이렇듯 시종일관 눈을 뗄 수 없는 긴장감을 선사합니다. 이전까지는 이세계에서의 긴장감을 보여주었다면 이번엔 현실에서도 이세계 못지않은 위험이 있고 그에 따른 긴장감도 있다는 걸 보여주는데요. 어떻게 T씨를 물러나게는 하였지만, 이대로 놔둘 수도 없어 그를 뒤쫓기로 합니다. 이 과정에서 T씨와 이세계의 목적이 무엇인지 조금씩 밝혀져 갑니다. 그들은 인간과 교류를 하고 싶은 것인지, 아님 인간들에게서 자신들이 잊혀져 주었으면 하는지...
약간의 독해력을 요구해서 방심하며 읽다가는 무슨 의미가 무엇인지 모르게 되는 6권입니다. T씨는 이세계와 인간계를 잇는 단말의 역할로서 소라오와 토리코 앞에 나타나죠. 그리곤 그녀들이 가진 이세계의 기억과 능력을 지우려 합니다. DS연구소에 침입 해서도 제4종들의 기억을 지움으로서 보다 이세계에 가깝게 변질되었던 제4종들은 몰살 위기에 빠지죠. 이세계는 대체 무엇을 하기 위해 T씨를 인간계로 보냈는가가 이번 6권의 핵심인데, 솔직히 뭣 때문에 왔는지 해석하는데 실패하였습니다. 그저 소라오와 토리코와의 접촉을 꾀하려고 했는지, 접촉해서 무엇을 하려 했는지... 절에서 태어난 T씨는 실제 일본 넷상에서 퍼진 괴담이고, 괴담에서 T씨는 괴담 때문에 위기에 빠진 사람을 구하는 해결사로 등장하죠. 그래서 괴담에 심취한 소라오와 제4종들의 기억과 능력을 지우려는 모습에서 그녀와 그들을 구해주려 하는가 하는 추축을 낳게 하기도 합니다.
맺으며: 들러리라 예상되었던 코자쿠라 양의 활약도 여전해서 흥미롭습니다. 언제나 잘난 채 하면서도 무서운 건 질색하는 장면들은 재미를 선사합니다. 이번 6권에서도 마음고생은 또 혼자 다 하죠. 허락도 안 했는데 집에 찾아와 짐을 풀어놓는 소라오와 토리코 때문에 골치를 썩습니다. 5권에서 구출해온 이름 없는 꼬마 소녀(안타깝게도 제4종)의 이름을 지어주는 장면들은 소소한 재미고요. 사실 T씨 이야기보다 이 이름 없는 꼬마 소녀 에피소드가 더 흥미롭습니다. 스포일러라 자세히 언급은 힘듭니다만. 제4종으로서 일반적인 소녀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죠(특히 먹을 것에 환장함). 소라오와 토리코는 결국 백합 커플이 되려나 봅니다. 하기사 남자 캐릭터는 거의 없으니 어쩔 수 없겠죠. 우루미 루나는 T씨보다 강적입니다. 지금은 엄중한 경계 속에 감금되어 있지만, 소라오와 토리코를 궁지에 몰아 놓기도 했죠. 말빨은 얼마나 쎈지 소라오는 매번 휘둘리기만 합니다. T씨의 습격으로 도망갈 수 있었으나 그러지 않은 것에서 뭔가 생각하는 바가 있는 듯. 아무튼 언제더라 이세계에 갇힌 미군 다음으로 긴장감 높았습니다. 루나도 그렇고, 이름 없는 소녀도 그렇고 7권이 좀 기다려지는 6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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