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전생했더니 검이었습니다 14권 리뷰 -드디어 사춘기에 들어서다-
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세계 전생물이든 아니든 판타지계 라이트 노벨에서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단골 소재가 학원 도시죠. 주인공과 프란은 학원에서 학생들과 모의전도 해보고 겸사겸사 비정규직 강사를 해보는 건 어떠냐는 대장장이 아리스테아의 의뢰를 받습니다. 13권에서 주인공이 왜 검으로 환생하게 되었는지, 주인공이 깃든 검의 정체가 무엇인지 밝혀지면서 클리셰적으로 대충 여신에 의해 소환되었다는 식이 아닌 여러 설정을 공들여 집필하는 작가의 노력이 엿보였었죠. 프란은 그토록 염원하던 진화를 이뤘고, 주인공은 왜 이세계에 오게 되었는지 알게 되었으니 이제 완결 시켜도 될 법도 한데 작가는 이제부터라는 것마냥 여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들고 옵니다. 본진이었던 크란젤 왕국에서 학원도시가 있는 이웃 베리오스 왕국으로, 이번 14권은 학원 도시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거기에는 뜻하지 않은 두 개의 만남이 주인공과 프란을 기다리고 있었죠.
학원 도시로 가면서 모험가를 깔보는 낙오 기사와 변두리 영세 귀족 영애 호위 의뢰도 받고, 호수의 도시에서 평화에 찌들어 하향평준회 된 모험가 나부랭이들에게 위기감도 심어주는 등 주인공과 프란의 여행은 여전히 시끌벅적 합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그동안 말보다 주먹(물리적으로 진짜로 베어버림)이 먼저 나가고, 말이 안 통한다 싶으면 바로 짐 싸서 흥미를 끊어버리던 프란이 드디어 반론의 대사를 읊으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프란이 모험가라는 걸 알자마자 깔보고 비아냥을 걸어대던 낙오 기사가 프란의 힘을 목격하고 이번엔 힘이 있으면서 왜 사람들을 구하지 않냐고 하자 프란 왈: "힘이 없으면 사람을 구하지 않아? 나는 구하는 데, 너는?"라는 부분은 꽤나 통쾌한데요. 힘은 상대적인 것으로 사람을 구하는 데 있어서 강함의 유무는 상관없다는 메시지를 던진다고 할 수 있죠. 프란과 주인공은 늘 자기들보다 강한 자와 싸워 왔고, 죽을 위기를 숱하게 넘기며 그렇게 사람들을 구해 왔었습니다.
이제 가는 곳마다 주목받습니다. 13세밖에 되지 않은 수인 소녀가 진화를 이뤘고, 흑뢰희라는 이명을 얻었고, 모험가 B등급이 되면서 경외와 부러움을 동시에 사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A등급이니 S등급이니 과물 같은 모험가가 숱하게 나와서 빛이 바랬지만 B등급은 일반 사람들은 죽어다 깨어나도 될까 말까 하는 등급이죠. 그것도 13살에, 모험가 시작하고 1년 만에 이뤘으니 신동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것입니다. 그래서 가는 곳마다 이제 막 모험가 시작하는 풋내기 취급받고, 그때마다 프란이 말없이 모험가 카드 꺼내 보이면 다들 뒤집어지는 촌극(이라 쓰고 클리셰)이 벌어집니다. 예전 같으면 껄렁한 무뢰배들이 이 꼬맹이가?라며 시비 털면 가타부타 없이 주인공(검)을 휘둘러 두 동강 내버렸는데, 이제 1살 더 먹었다고 프란은 말로 타이르는 어른스러운 행동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만 흑묘족은 프란에게 있어서 발작 버튼이라 흑묘족을 무시하면 상대가 누구든 눈에 뵈는 게 없어지는 건 여전합니다.
여차저차 학원 도시에 도착은 했는데... 리뷰 초반에 두 개의 뜻하지 않는 두 개의 만남이 있다고 언급했었잖아요. 첫 번째 인물로는 수천 년을 살아온 하이엘프 '위날렌'이 되겠습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건 학원장 클리셰로서 여성 엘프 그것도 하이엘프라는 희귀 캐릭터를 도입하고 여기서 더 나아가 로리 할망을 그리려다 양심상 차마 그러지 못했는지 로리가 되다만 체형이 되어버렸다는 것이군요. 그냥 욕구대로 그렸더라면 좋았을 것을. 그녀는 하이엘프답게 굉장한 실력자이며, 학원을 보호하는 정령들의 매개(트랜지스터)로 이용되고 있어서 학원 안이라면 사상 최강이라는 포지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법 충격적인 과거가 드러나죠. 이건 스포일러라 자세히 언급은 힘듭니다만. 무려 유부녀라는 것이고, 프란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어떤 인물의 조상쯤 된다는 것이군요. 인연이란 이렇게 연결될 수 있다는 아련함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프란은 자신의 지인과 연관이 있는데도 시큰둥한 반응이지만요.
그리고 두 번째 인물, 프란에게 있어서 진화의 단서가 되어 주었고, 가족이 없었던 프란에게 가족의 정을 느끼게 해주었던 '키아라'를 죽음으로 내몬 철천지 원수가 학원에서 보호받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당연히 프란은 격분하게 되고 그를 죽이려 들지만 그런 프란 앞을 사상 최강의 위날렌과 정령들이 막아서는데... 그리고 드러나는 진실은 프란으로 하여금 선택의 기로에 서게 합니다.
맺으며: 그동안 꼬맹이에 지나지 않았던 프란이 나이를 한 살 더 먹으면서 꼬맹이 티를 벗어던지고 소녀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조금씩 은근슬쩍 넣는 작가의 센스가 돋보인 14권이었습니다. 13살이면 슬슬 사춘기에 들어설 나이죠. 주인공의 말에 토를 단다거나, 말을 안 들으려 하는 모습 등 조금은 리얼리티 한 장면들이 흥미롭습니다. 그리고 세상과 타협하며 살아가야 된다는 것도 조금씩 인식해가죠. 예전보다 주먹 나가는 횟수도 줄어들었습니다. 일러스트도 13살에 맞게 잘 나왔습니다. 임시지만 강사로서 병아리 같은 학생들을 가르칠 때도 조리 있게 자신의 경험을 알려주는 등 어른으로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모의전에서는 어른스럽지 못한 면을 보이기도 하죠. 이럴 땐 아직은 뽐내고 싶은 어린애 같다는 걸 느끼게 해주기도 합니다. 정말로 제목 작명 센스도 그렇고, 이세계 전생 먼치킨 작품이면서 이토록 인간미가 넘치는 이야기는 또 있을까 싶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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