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오키테가미 쿄코 씨리즈 10권 중 8번째 이야기입니다. 대뜸 왜 8번째냐면, 신간으로 8, 9, 10권이 동시에 떴고, 필자는 승차권(8번째)이 1권인 줄 알았을 뿐(권수 표시 없이 제목만 표기돼서). 나중에야 제목으로 검색하니 총 10권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근데 뭐, 1권부터 안 봐도 이해하는데 큰 무리는 없는 작품입니다. 보아하니 중심인물은 보디가드 '오야기리 마모루'와 탐정 '오키테가미 쿄코 뿐인 거 같거든요(아마도). 작가는 우리에게 친숙한 '니시오 이신'이 되겠습니다. 예전에 한번, 본 작가의 작품을 리뷰한 적이 있긴 한데 하필 여자애에게 납치된 청년의 이야기라는 다소 난해한 이야기라서 이후 본 작가의 작품은 피해 왔었군요. 이번 승차권은 그때의 난해함을 없애줄 수 있을까 하는 기대를 안고 구입을 했었는데 본론부터 말씀드리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고 해야겠습니다.

본 작품은 탐정물로서 흔히 명탐정 코난이나 김전일처럼 사건을 파헤치고 진범을 찾아내거나 그 사건에 이르게 된 경위를 풀어놓습니다. 이야기는 옴니버스식으로 하나의 사건을 짧게 표현하고 금방 해결하는 구도를 취하고 있죠. 그리고 특이하게도 탐정 오키테가미 쿄코의 기억은 하루가 지나면 리셋이 된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건이 일어나면 하루 만에 풀어내야만 하죠. 다음날이 되면 사건과 당사자들은 그녀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게 됩니다. 비밀 엄수가 철저해야 되는 이쪽 세계에서 그녀의 이런 망각 증세는 무엇보다 완벽에서 그녀에게 의뢰를 맡기는 단골이 제법 되는 듯합니다. 하지만 내일이 되면 당신 누구?가 되기 때문에 인간관계는 극히 좁아지는 단점을 안고 있죠. 그래서 그녀는 필수 인원을 잊지 않기 위해 팔이나 배(사람 배)에 이름을 적어놓곤 합니다.

'오야기리 마모루'는 경비원(보디가드)입니다.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은 경찰만큼이나 범죄자들의 표적이 되기에 연약한 그녀에게 보디가드는 필수죠. 그는 오키테가미 쿄코 탐정 사무실에 입사한지 반년이 되었습니다. 일단 본 승차권에서는 쿄코 탐정의 시각이 아닌 '마모루'의 시각으로 진행이 됩니다. 그는 본연의 임무인 보디가드이면서 사무실 허드렛일을 맡아하고, 그녀의 뒤치다꺼리를 하고 있죠. 여기서 라이트 노벨 특유의 주종 관계 같은, 가령 호감도 올리는 청춘 드라마 같은 요소는 없습니다. 문학 소설처럼 현실성 있는 사회, 일반적인 회사 같은 그림을 그리죠. 이번 승차권에서는 매번 사건이 일어나면 그것대로 문제라는 것을 지적하고, 그러해서 입에 풀칠하려면 일반 회사처럼 영업에도 신경 써야 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그녀와 보디가드는 영업을 위한 여행을 떠나죠.

그런데 탐정이 가는 곳마다 사건이 일어나는 건 픽션이라며 치부했던 것을 비웃듯이 가는 곳마다 사건이 일어납니다. 열차에서, 여객선에서, 수상 비행기에서, 관광버스에서. 그리고 멋지게 해결합니다. 여기서 특징적인 건 사건의 개요와 해답 편을 장황하게 늘어놓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은 우리가 쉽게 놓치는 부분이나 발상의 전환을 통하는 것을 탐정물의 기본이라 치면, 본 작품에서는 가령 범행 동기를 위해 다른 동기를 만들 필요가 있었다는 다소 이색적인 접근 방식을 취한다는 것이군요. 그래서 밀실 트릭은 기본으로 나오고 3중 4중 트릭도 나오죠. 이렇게 열심히 영업 여행을 하면서 사건도 해결하고 사무실 인지도도 올리긴 했는데, 망각의 탐정에게 있어서 이 모든 건 내일이 되면 다 잊히게 됩니다. 그리고 돈도 벌리지 않아 보름 만에 복귀 루트를 타죠.

맺으며: 무난하게 재미있습니다. 본 작품의 또 다른 특징을 들라면 추리를 풀어내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는 것보단 보디가드 '마모루'를 짐꾼이나 힘쓰는 일, 문짝을 뜯어내게 한다던가에 이용하는 게 흥미롭죠. 탐정은 일이 마음대로 풀리지 않자 그를 돼지로 불러대고, 수상 비행기가 타고 싶어서 그를 위장 남편으로 만들어서까지 열정을 보이는 구석 등이 재미있습니다. 망각 탐정은 내일이 되면 모든 걸 잊어버리죠. 그래서 그를 잊지 않기 위해 급한 대로 팔이나 배에 그의 이름과 직업을 적어 놓습니다. 다음날이 되면 그는 처음 만나는 사람이 됩니다. 하지만 삶의 방식과 탐정으로서의 지식은 리셋이 되지 않는 듯하더군요. 그리고 성격도. 사무실로 돌아와 뒷정리는 보디가드에게 시키고 자기는 피로를 풀겠다고 풀석 쓰러저 자는 걸 두고 공평하죠? 이럽니다. 물론 악녀의 기질로 하는 행동은 아닌, 친밀감과 유일하게 곁에 있어주고, 안심하고 잘 수 있는 존재의 의미로 해석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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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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