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비탄의 망령은 은퇴하고 싶다 5권 리뷰 -인간 재앙들-
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출세욕도 없고 명예욕도 없고 그저 은퇴해서 놀고 싶은 주인공은 황제가 파티에 불러도 응하지 않은 채 여전히 도망 중에 있습니다. 소꿉친구들이 이루어낸 실적을 나눠 받았더니 어느새 쭉정이 레벨 8이 되어 세상에서 내로라하는 영웅 반열에 올랐지만 실상은 주먹 한방에 죽을 수 있는 종이 몸뚱아리다 보니 황제가 주최하는 파티에 참여했다 탄로라도 나면 인생 끝입니다. 뭐 자기는 참여할 자격이 없다고는 하는데, 가봐야 귀찮은 일 다 떠넘길 테고 거짓말이 거짓말을 불러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 인생은 그야말로 풍전등화가 되겠죠. 고향에서 소꿉친구들과 기세 좋게 헌터가 되기 위해 제도로 올라오긴 했는데, 무능력 먼치킨이 아닌 글자 그대로 마을 사람 A를 벗어나지 못하는 주인공으로서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성장하는 소꿉친구들에게 폐가 될까 은퇴하고 싶지만 주인공을 끔찍이 아끼는 소꿉친구들 때문에 은퇴는 고사하고 언제 뒷치기 당해 죽을지 모르는 살얼음판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왜냐면, 소꿉친구들이 온 동네를 들쑤시고 다니는 통에 적을 양산중에 있거든요.
이번 이야기는 온천 마을 대소동입니다. 어찌어찌 들판을 달리고 산을 넘어 죽을 고생을 한 끝에 다다른 온천마을에서 황제가 주최하는 파티가 끝나길 느긋하게 기다리자 했는데, 그렇게 흘러가지 않을 거라는 건 뻔하죠. 시작부터 대도적단이 활개를 치고 있다는 보고가 돌아다니면서 이거 주인공과 엮이겠구나 하는 떡밥을 던집니다. 물론 주인공도 그 정보를 접하지만, 내가 말이야 쭉정이 레벨 8이지만 영웅 반열에 올라도 이상하지 않을 내 이름 앞으로 지명 의뢰 났으니까 겁먹고 도망가지 않겠어? 퍽이나. 주인공이 도망 다니는 두 번째 이유가 이거죠. 헌터를 싫어하는 백작이 주인공 앞으로 도적단을 퇴치하는 지명 의뢰를 내지만, 귀찮게 내가 왜? 이러며 도망을 선택한 게 주인공이란 말이죠. 그런데 그의 바람과는 반대로 도적단이 똭하고 나타납니다. 도적단 단장 왈: 레벨 8이나 되는 주인공 멱을 따서 우리 도작단 가치 좀 올리자. 여기서 흥미로운 건 그 도적단이 어중이떠중이가 아니란 것입니다. 체계가 잡혀 있고, 고도로 훈련이 되어 있어서 레벨 7인 아놀드도 한방에 골로 보내버리는 실력자들이라는 것.
그러나 유념해야 될 것은 본 작품은 드래곤 볼이 아니라 개그물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착각물이기도 하죠. 주인공은 운이 드럽게 없어서 사건에 휘말리는 빈도는 높지만, 회피 능력은 만렙이라서 언제나 사건을 피해 가면서 목숨을 부지하는 게 특징이죠. 이번에도 도적단을 상대하는 건 그가 아닌 엉뚱한 무언가들, 온천 마을은 난장판이 되어 갑니다. 주인공이 가는 곳마다 사건이 터지고, 주인공을 찬양하는 사람들은 그것이 주인공이 내리는 천 개의 시련이라며 또 찬양하고, 주인공이니까 뭔가 생각이 있어서 저지르는 것이겠지 하는데, 말려드는 건 일반 시민들과 인 외의 무언가들. 온천 드래곤이 온천에 몸 담그러 왔다가 히로인(소꿉친구)에 의해 수육 될 뻔하고, 주인공에게 들러붙어 살려 달라고 아양 떠는 장면들은 한편의 코미디물을 방불케 합니다. 아무튼 주인공 일행을 뒤쫓아온 아놀드와 그의 똘마니들과 길드 접수원들과 호위꾼들까지 싸잡혀 개고생 하는데, 이것도 다 주인공이 내린 천 개의 시련이라는 둥 주인공의 업보는 날로 커져만 가죠. 근데 정작 주인공 애당초 생각 없이 살아가는지라 자기가 뭘 하고 있는지, 뭔 상황인지도 파악 못합니다.
맺으며: 리즈와 시트리에 이어 드디어 다른 소꿉친구들이 합류합니다. 역시나 개개인의 개성이 엄청나게 강하군요. 어딘가 일반인들과는 상식이 동떨어져 있는 게, 일반인들 입장에서 보면 움직이는 재앙 덩어리들이겠죠. 물론 아포칼립스적인 재앙은 아닌데, 아니 어느 정도 맞을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본 작품은 개그물인지라 나사 빠진 그런 모습들을 보입니다. 나사가 빠져 있다 보니 호러도 아무렇지 않게 찍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예가 이들이고, 그 예로 지목되는 게 주인공이죠. 주인공에 심취했다기 보다 보호 욕구와 사모하는 마음이 충만해서 놓아주지 않는 그런 분위기를 마구 뿌려대는데, 주인공 말이라면 그게 얼마나 부조리하든 들어주려 하는 게 호러라는 표현 이외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을 정도였군요. 아마 주인공 성격이 현실을 외면하고 상황을 이해하는 걸 포기하게 된 원인이 이들에게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주인공은 도적들을 마주하고도 상황적으로 이넘들 도적들이라는 생각보다는 일반인들이 왜 칼 들고?라는 상황 판단을 아예 안 하는 그런 모습을 보이죠. 결국 소꿉친구들이 상식에서 벗어나 있다 보니 주인공은 이해하는 걸 포기한 게 아닐까 하는... 그래서 주인공 성격 때문에 조금은 마이너스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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