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국가 권력급으로 성장한 주인공은 온갖 곳에서의 러브콜을 마다하고, 국가가 내줄 수 있는 명예와 부를 마다하고 여전히 던전에만 들어가고 있습니다. 사실 여기까지 보면 욕심 없는, 서민적이고, 던전의 위협에서 사람들이 안심하고 지내게 해준다는 친근한 이미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 그동안의 고생을 보답받는 것이 없어서 좀 아쉽긴 하죠. 낡은 아파트에서 벗어나 큰 집으로 이사 간다든지, 줄곧 병원에서 익면증으로 잠들어 있었던 어머니와 여행을 다녀온다든지, 대입 준비 중인 여동생을 학원에 보내준다든지, 집안 관련해서 할 일이 엄청 많음에도 주인공 시키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죠. 관심이 없는지, 작가가 이런 쪽 표현에 약한지. 물론 호위로 그림자 병사를 붙여 놓긴 합니다만. 지금은 일단 아는 동생과 2인 길드를 만들어 공식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당면 과제는 레벨 업. 이게 좀 심해서 무엇이 그를 레벨 업에 내몰고 있는지, 던전에서 출몰하는 몬스터들에게 인간을 죽이라는 메시지가 끊임없이 심어진다고 하는 거 보면 주인공은 의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던전 시스템이 레벨 업하라고 내몰고 있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죠.

근데 작가가 의식하고 집필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주인공 여동생이 다니는 학교에 던전이 생성되면서 여동생은 위기일발인 상황에 빠집니다. 좀 더 집안을 신경 쓰라는 작가의 배려일까요? 넷플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와 비슷한 일이 벌어지죠. 이렇다 할 메인 히로인이 없는 작품에서 여동생은 무엇보다 귀중한 존재. 몬스터들에 의해 학생들은 떼죽음 당하고 여동생도 위기일발. 이때 주인공은 부산에서 어느 길드의 초청으로 레이드를 뛰고 있습니다. 자, 주인공은 여동생의 위기를 알아채고 제시간에 구할 수 있을 것인가? 이후 주인공의 레벨 업 당위성이 겨우 성립됩니다.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것. 사실 초반에 이랬으면 개연성이 조금 더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군요. 여동생이 다니는 학교에 던전이 생긴 것도 우연이 아니라는 듯, 세계적으로 던전 생성률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이상 현상이 일어납니다. 이에 주인공의 가치는 더욱 올라가죠. 아니 작가 양반, 이게 중요한 게 아니라 여동생을 휘말리게 했으면 더 챙겨야 되는 거 아님?

아무튼 레벨 업에 더욱 치중하던 주인공은 던전 시스템의 유도로 어느 이중 던전에 들어갑니다. 여기서 예전 E급일때 만났던 석상과 재회하죠. 그에게서 던전 시스템 생상 과정과 왜 주인공만 선택해서 레벨 업 시스템을 주었는지에 대한 복선이 어느 정도 풀립니다. 하지만 호의적이지는 않군요. 주인공 뚜까 패면서 과거인지, 평행세계인지는 모르겠지만 주인공이 되어야 할게 무엇인지 비추죠. 요컨대 의도적으로 이때까지의 레벨 업과 그가 얻었던 직업도 모두 인위적으로 주어졌었다는 것. 그러니까 석상은 어딘가에 써먹기 위해 주인공을 선택했고(뉘앙스로 보면 무언가의 환생체 같기도 하고), 그를 각성 시키려는지 뭔지 잘 모르겠지만 마지막 시험이라면서 궁지로 몰아넣는데... 하지만 그게 무엇이 되었든 주인공은 주인공. 이때까지 여느 작품이고 적이 시킨다고 고대로 되었던 주인공이 있었던가요. 그런데 내버려둬도 잘 빌어먹고 있는 주인공 구한답시고 애꿎은 헌터들을 몰살 시키는 건 좀 아니잖아 같은 일도 일어나서 마이너스로 다가옵니다.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일이 벌어집니다. 제주도를 발판 삼아 제2의 을사조약을 꿈꿨던 일본에 초대형 S급 던전이 출몰하면서 멸망의 길을 걷는다는 것이군요. 제주도에서 S급 헌터를 대거 잃었던 일본은 대응 불가능하게 되었죠. 주인공 때문에 파워 인플레가 일어나고는 있지만, 사실 본 작품에서 몬스터는 굉장히 강하죠. 제주도에 발생했던 개미던전에서 출몰한 수컷 개미 한 마리가 일본으로 건너가 작은 도시 하나를 궤멸 시켰을 정도니까요. 그렇담 일본의 위기를 구해줄 사람은 누구인가. 사실 이 부분에서 현실 국가가 아니라 가상의 국가를 만들고 좀 더 당당하게 역사적으로 반성할 거 있으면 해야 된다는 메시지를 던졌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군요. 그러나 반대로 애니메이션 2기가 제작된다고 하던데 분명 이 부분도 애니화 될 테고 어떻게 표현될지 기대된다고 할까요. 주인공은 미국으로부터 모임에 초청받는 등 날로 입지를 굳혀가고 월드적인 유명인이 되어 갑니다. 이제 주인공의 다음 행동은?

맺으며: 그래도 여전히 높은 점수를 줄만한 게 억지로 히로인을 만들지 않으며 엮으려 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병원 간호사 등 그동안 썸 탈만한 캐릭터는 있었지만 연결된 건 없었죠. 너무 충실해서 김빠질 정도랄까요. 그래서 모 히로인이 조금씩 치고 올라오고 있어서 반갑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얘들 고등학생도 아닌데 좀 더 과감하게 행동시키면 안 될까요. 여동생에 대해서도 분량을 더 뽑을 수 있었을 텐데, 가정에 소홀히 하는 아빠처럼 그러지 말고 얘기도 좀 하고 그러자고요. 근데 완결되어 버렸으니 이런 말 해봐야 소용없겠지만요. 많은 게 아쉽습니다. 주인공 먼치킨이야 흔하니까 이건 넘어가더라도 주변과 좀 더 어울렸으면 어땠을까 싶더군요. 일본 작품들에 흔히 나오는 아싸들도 주변과 어울리며 사회성을 키웠는데. 본 작품에서는 레벨업성애자가 되어서 던전만 싹쓸이하는 장면들만 있으니 조금은 불만족스러웠군요. 그만큼 진행이 빨라서 지루해지지 않는 장점은 있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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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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