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본 작품은 7대 죄악이라는 욕망을 사람(마족)으로 표현하면 어떤 느낌일까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욕망은 갈망이 되고 갈망이 깊어질수록 욕망이 강해져 서열이 되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죠. 주인공은 이세계로 전생하기 전부터 최소한의 삶에 대한 활동만 하고 대부분을 자는 데만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갈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에 따라 이세계로 전생하고 수십만 년을 침대에서 보내는 나태의 상징이 되었고, 더욱더 먹는 것과 배설조차 귀찮아하는 타락의 끝을 달린 결과 나태의 마왕이 되었습니다. '로나'는 수천 년 동안 그를 시중들며 색욕에 잠기고 싶은 갈망에 따라 밤마다 주인공을 덮치고 있죠. 대마왕 '카논'의 명령에 따라 주인공을 감시하기 위해 파견된 '리제'는 자신이 가진 분노라는 욕망에 따라 나태가 가지는 본질을 이해하기보단 마왕으로서 일을 하지 않는 주인공에게 화가 치밀어 매일 불살라 버리려 하죠. 질투라는 욕망을 가진 '미디어'는 왜 하필 주인공에게 납치되었을까. 그저 자는데 무언가 안고 싶었던 주인공에게 납치되어 그녀는 그 길로 수천 년이라는 시간 동안 밑바닥부터 시작하여 군(軍)을 이끄는 사령관의 위치까지 올라왔습니다.

폭식의 마왕의 침공으로 3군 중 두 개 군단이 궤멸되면서 사실상 주인공은 고립무원이 되어 버렸습니다. 미디어는 다른 사령관 데지와 간신히 살아남았으나 총사령관 '하드'에 의해 무능력하다는 이유로 곧 처형될 위기에 빠지죠. 그렇다면 하다못해 자신의 갈망인 질투를 충족하고자 무엇을 해야 충족할 수 있는지 생각해 갑니다. 그럴수록 주변에 대한 것들에 질투가 생기고, 그럴수록 갈망은 깊어만 가죠. 그러다 자신이 가진 질투라는 본질을 깨닫고 맙니다. 그리고 갈망을 충족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에 따라 그녀는 주인공 방에 침입합니다. 오만은 사람을 위에서 내려다 보고 우월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원죄입니다. 총사령관 하드는 수십만 년 동안 주인공을 보좌하며 자신이 가진 오만의 본질을 찾아다녔죠. 그리고 찾아냅니다. 자신이 가진 오만을 완성 시키려면 무엇을 해야 되는지를요. 그것은 바로 자신을 창조했던 주인공을 넘어서는 것. 자신보다 강한 자를 우월해야 비로소 오만이 완성된다는 것을. 이번 이야기는 원죄라는 갈망에 따라 오만의 하드가 쿠데타를 일으켜 자신을 창조한 아버지(주인공)를 제끼려는 폐륜을 다루고 있습니다.

1권이 개그였다면 2권은 시리어스를 다루고 있습니다. 7대 죄악인 원죄에 충실하려는 캐릭터들이 그들의 욕망이 어떻게 시작되고 어떻게 완성되어 가는지 그 캐릭터 시각에서 조금은 처절하게 풀어 놓고 있습니다. 가령 주인공이 가진 나태는 지구에 있을 때부터 그가 가진 특성이었고, 이세계로 전생하면서 운이 따랐는지 자기의 갈망에 따라 잠만 자는 게 허락되면서 나태의 마왕으로 탄생하게 되죠. 미디어는 주인공에게 납치된 이후 자신이 가진 질투라는 욕망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찾게 되고 어이없는 해답에 이르게 되는 장면들이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오만의 하드가 이 세상에 태어나 수십만 년 동안 주인공을 위해 주변을 평정하면서 자신의 욕망이 무엇인지 알아가죠. 그것은 강자를 우월하는 것, 결국 자신의 창조주까지 제끼고 자신이 창조주가 되려 하는, 마치 영화 프로메테우스의 '데이빗'을 보는 듯했습니다. 이렇듯 악마(마족)는 마치 피를 갈구하는 흡혈귀처럼 갈망을 추구하고 그 끝이 설사 주인을 해치는 것이라도 멈추지 않는 폭주 기관차라는 거라고 역설합니다. 이런 이야기는 각 캐릭터 시각에서 자서전 형식으로 때론 처절하게 풀어놓고 있죠.

맺으며: 그중에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를 들라면 질투라는 원죄를 자진 '미디어'를 꼽을 수 있습니다. 자신의 행동이 추하다는 걸 알면서도 갈망을 충족하기 위해 총사령관 하드에 의해 처형될 거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도망가지 않고 주인공 곁에 남는, 목숨보다도 갈망을 우선시하고 결국 충족해가는 장면들이 굉장히 인상적이죠. 그리고 여느 히로인들은 감히 선을 넘지 못하는 부분을 과감히 넘기도 하는데, 적나라하게 표현은 못 하겠고 그냥 축복받지 못하는 19금 요소라고만 해두겠습니다. 사실 주인공이 나서면 모든 게 해결되는 일이기도 했었죠. 미디어의 질투를 받아주고, 리제의 분노의 불길에 좀 타주고, 오만의 하드에게 힘의 차이를 알려 주었다면? 폭식의 마왕이 쳐들어 왔을 때 판타지에서 군주가 그러는 것처럼 제일 먼저 전장에 달려갔으면? 하지만 나태의 본질은 그걸 허락하지 않는 게 인상적이죠. 나태의 본질은 이불 속에서 움직이지 않는 거니까요라고, 인간족 용사가 쳐들어 왔을 때 끝끝내 주인공에게 생채기 하나 못 낸 이유가 이불 속에서 움직이지 않아서 그렇다고 하니(움직이지 않을수록 방어력이 올라간다는 설정) 정말로 설정에 충실함에 있어서 본 작품만큼 완성도 높은 작품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포일러를 최대한 자제하는 것도 있지만 사실 제대로 이해 못 한 부분도 있어서 리뷰가 자꾸 두루뭉술해졌군요.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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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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