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너는 죽지 않는 재투성이 마녀 1권 리뷰 -마녀들의 진혼곡-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부제목을 마녀의 진혼곡으로 한 이유는 본 도서를 읽어 보셔야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아무튼 마법을 가르치는 스승과 제자의 일상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 작품은 시작합니다. 칠칠치 못한 스승을 대신해서 제자는 아침밥을 차리고, 스승을 깨우고, 같이 밥을 먹고 마법과 역사 공부를 합니다. 스승의 이름은 '리나리아(메인 히로인)'로서 100년 전 이 세계에 출현한 대현자의 13명의 제자(마법사) 중 한 명입니다. 그녀의 나이는 116세. 1년뿐이지만 마법사의 정점 현자의 자리에 올랐을 만큼 마법의 소질은 있습니다. 그녀는 어느 날 도시 뒷골목에서 다 죽어가던 제자(주인공)를 거둬들였다고 합니다. 이후 주인공은 가사를 도맡아 하고, 정기적으로 근처 마을에서 스승이 만든 마법 스크롤을 팔아 식재료를 구입하는 등 소소한 일상을 배경으로 한 판타지 라이프를 이어갑니다. 밤에 제자(주인공)의 침대에 몰래 숨어드는 스승과 이제는 포기한 제자, 낮에는 서로의 등에 기대어 책을 읽는 등 처음엔 청춘 러브 코미디물인가? 하는 느낌을 물씬 풍기죠. 하지만 시작부터 그렇지 않다는 걸 이야기 곳곳에 심어둡니다.
사람이 핏덩이 괴물로 보이는 마녀가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핏덩이 괴물로 비치는 마녀가 있습니다. 사람 마음속 괴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마녀가 있습니다. 미약(迷藥)을 피워 이성을 유혹하듯 이성을 홀리는 마녀가 있습니다. 시간의 흐름이 100배 느린 세계에 갇혀 살아가는 마녀가 있습니다. 100년 전, 13명의 마법사는 저주를 받아 '불사의 마녀'가 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다크 시리어스를 표방하고 맹목적인 사랑과 죽음을 바라는 마녀들의 이야기입니다. 13명의 마법사들이 왜 저주를 받았는지는 1권에서 밝혀지지 않습니다. 주인공은 지구에서 이세계로 전이했습니다. 기억을 거의 잃어버렸지만 자신이 누구인지는 알고 있죠. 그런 주인공이 왜 스승과 같이 지내나. 단순히 스승이 거둬 주었기 때문에? 스승은 제자를 끔찍이 아낍니다. 스승은 13명의 마녀 중 한 명이죠. 스승은 사람(생물 전반)이 핏덩이 괴물로 보입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온전한 사람으로 보이죠. 100년 만에 온전한 사람을 만났다는 기쁨은 이 작품의 핵심 포인트가 됩니다. 한편으로는 주인공 능력 때문일 수 있다는 단서를 던져 두기도 합니다.
불사의 저주는 그녀들의 죽음을 용서치 않습니다. 조각조각 나도 시간이 걸릴 뿐 반드시 부활하죠. 그래서 마녀가 된 그녀들은 성격도 변해 버렸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견디지 못했을 거라는 걸 은연중에 밝히기도 하죠. 그녀들은 저주로 인해 아무에게도 진정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사랑하지 못합니다. 그런 세상을 100년 넘게 살아왔으니 얼마나 끔찍할까요. 주인공은 이세게 전생이라는 설정답지 않게 일반인 이하 무능력 그 자체입니다. 나중에 무능력 먼치킨? 그리고 경계성 지능 장애가 의심될 정도로 지능 자체도 낮죠. 스승이 1년 넘게 마법을 가르쳐도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완전 기둥서방에 밥벌레죠. 그러나 딱 하나 그가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이게 핵심 스포일러라 언급은 힘듭니다만. 마녀들은 주인공의 능력으로 구원받길 원하죠. 하지만 마녀가 되면서 성격도 변해버려, 자신이 지금 주인공에게 바라는 구원이 일그러져 있다는 걸 깨닫지 못합니다. 그래서 주인공을 향한 마음은 맹목적이 되고, 다른 마녀들을 배척하려 듭니다. 그리고 주인공은 자신의 본 모습보다는 능력만을 바라는 광기의 마녀들을 보며 마음이 삐뚤어져 갑니다.
주인공은 사랑받길 원합니다. 스승은 사실 성격이 변하지 않았습니다. 사람을 멀리하지 않으며 주인공을 아까 주고 있죠. 주인공은 이걸 모릅니다. 이게 이 작품의 두 번째 핵심 포인트죠. 마녀들을 만나며 마음이 삐뚤어져 버린 주인공은 스승의 참된 마음을 몰라줍니다. 주인공은 이단 심문관과 다른 흉악한 마녀들이 쳐들어 왔을 때, 참고로 같이 저주받아 놓고 서로 사이가 좋지 않습니다. 상황 판단은 고사하고, 진정한 내 사랑은 어디 있냐는 둥, 스승은 날 사랑하지 않는다는 둥 멋대로 침울해 하고 나대는 모습들을 보이는데, 대단히 발암 요소로 작용하게 됩니다. 그러나 스승에게 있어서 제자와 살았던 시간은 거짓이 아니었고, 제자에게 보냈던 마음은 진짜라는걸. 광기에 차 자신의 욕망만 채우려는 마녀들에게 목숨을 위협받으며 마음을 닫아버린 주인공은 스승의 마음도 알아주지 않습니다. 능력도 없는 주제에 뻗대다 몇 번이나 죽을뻔한 상황에서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운 상황에 처하면서도 자신을 구해준 스승의 마음을 제대로 알아주지 않죠. 하지만 마음을 전하다 보면 통한다고 하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이제 주인공은 마녀들과 싸우며 자신의 죗값을 받아야 합니다.
맺으며: 상당히 골 때리는 작품입니다. 우선 주인공, 이 새x(더한 욕도 할 수 있음) 진짜 대책 없어요. 지금까지 1천 권 넘게 라이트 노벨을 읽어 왔지만 이놈처럼 대책 없는 주인공은 처음입니다. 첫 번째 마녀가 쳐들어 왔을 때 자신의 능력을 알았을 텐데도 모른 척, 이후에도 상황 판단을 못해서 스스로 위험에 빠지고, 좀 안 좋은 소리 했다고 초등생도 안 할 토라져서 나대다 죽을 뻔하고, 타인의 감정에 공감이나 감정이입을 하지 않으며(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함), 그러다 보니 스승이든 친해진 마녀든 날 사랑하지 않나?라며 그렇다면 나도 사랑하지 말아야지 멋대로 마음 닫아서 나 상처받았어요 하는 꼬라지가 진짜 보는 내내 울화통이 치밀었군요. 친해진 마녀와 마을 소녀 A가 납치되었을 때도 준비 하나 없이 쳐들어 갔다가 되레 세뇌되어 자기 손으로.... 그래놓고 나 상처받았어요. 뭐 이런 새X가 다 있나 싶더라고요. 작가 딴에는 에반게리온의 신지처럼 마녀들이 어르고 달래주는 마음의 완성을 그렸던 걸까요? 엔딩이 딱 그런데?
스승의 싸움 방식도 막무가내로 계획이고 나발이고 이건 미끼고 진짜는 따로 있을 거라는 생각을 뭉개버리듯이 대책 없이 썰리는 장면은 내가 뭘 보고 있나 싶더군요. 그 스승에 그 제자? 그래도 자신은 제자를 사랑하고 있었는데, 정작 제자는 사랑받지 못하고 있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해댄 지뢰 짓의 희생양이 된 건 안타깝기 그지없긴 합니다. 아무튼 520여 페이지의 방대한 분량이라 리뷰는 일부만 인용했습니다. 리뷰는 거의 표면만 표현했는데, 사실 마녀들의 감정 변화나 내면 등 개개인의 개성을 잘 살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녀들이 왜 저주를 받아 마녀가 되었는지, 왜 성격이 바뀌어 버린 건지, 사람들에게 배척받는다는 이야기는 거의 없어 감정이입에는 조금 애로사항이 생깁니다. 1권은 그저 주인공을 향한 마녀들의 맹목적이고 일그러진 사랑을 그리고 있습니다. 너무나 좋아해서 영원히 내 곁에만 있으라고 잘게 잘게 썰어줄게 같은 섬뜩함을 보여주죠. 이 또한 주인공 능력(스포일러라서) 때문이 아닐까 싶긴 한데, 이것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아쉬울 따름입니다. 마지막으로 리뷰는 극히 필자 주관적으로 작성한 것으로 도서 내용과 상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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