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에서 인간의 말을 하고 지능을 가진 '제노스'들과 만난 벨 일행, 용종 소녀 '비네'를 만나 그들이 지상과 인간을 선망한다는 걸 이해하고 몬스터와의 공존을 모색하지만 인간과 몬스터 간의 불변의 관계가 개선되지 않는 이상, 굴하지 않고 비네를 지상으로 데려와 지내며 어쩌면 서로의 이해 속에서 공존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장밋빛 미래를 예상하지만 돌아오는 건 인간들의 악의에 찬 시선이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비네를 던전으로 돌려보내야만 했고, 송충이는 솔잎을, 몬스터는 던전에 라는 공식 앞에 또다시 좌절해야만 했습니다.


그렇게 벨 일행이 비네를 던전에 보내고 무료한 나날을 보낼 때, 말하는 몬스터를 잡아다 밀매하는 이켈로스 파밀리아에 의해 제노스들이 습격 당해 괴멸 상황에 몰리고 비네가 잡혀 가버리는 사태가 벌어집니다. 어쩌면 서로가 이해하여 공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인간을 선망하여 인간이 되고자 했던 몬스터 '제노스' 들은 그저 지상으로 나가 진짜 하늘이 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에게 기다리고 있었던 건 악의에 찬 시선들뿐...

상황은 악화일로를 달리며 잡혀간 동족을 구출하고 싶어 하는 '제노스'들과 이들을 배척하고 잡아가는 인간들 간 이해하지도, 받으려고도 하지 않는 전쟁터 속에 몸을 던진 벨, 그리고 제노스를 지원하러 왔던 검은 미노타우로스에게 괴멸 당해 가는 가넷샤 파밀리아와 벨을 지원하러 왔다가 중상을 입게 된 엘프 '류'가 벌이는 전투는 이제까지 있어왔던 가볍다는 느낌을 단박에 지워버립니다. 


'공존'

​판타지물에서 흔히 다뤄지는 주제가 이것입니다. '공존' 판타지에서 인간과 몬스터들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고 언제나 인간은 몬스터를 사냥하여 인간들의 안녕을, 몬스터는 인간을 쓰러트려 자신들의 안녕을 추구합니다. 그것은 공기를 들이쉬고 밥을 먹듯 당연한 자연의 순리라 여겨 누구도 의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인간이 인간이 아니게 될때, 몬스터가 몬스터가 아니게 될 때 자연의 순리라 여겨 그동안 쌓아왔던 모래성은 한순간에 무너지게 됩니다. 인간이 몬스터가 되고, 몬스터가 인간이 되어 '벨'의 앞에 나타났을 때 소년은 지금까지 꿈꿔오고 밑어 의심치 않았던 정의가 한순간에 박살이 나버렸습니다.

중층에서 인간의 말을 하고 지능을 가지고, 마음을 가진, 같은 몬스터에게도, 인간에게도, 공격받는 몬스터 '제노스'들과 조우한 벨 일행, 그중에 용종 소녀 '비네'와의 만남은 지금까지 믿어 의심치 않았던 인간과 몬스터의 관계를 뒤집어 버렸습니다. 인간과 똑같이 희로애락을 느끼고 악의 없이 인간 소녀와 같은 느낌으로 벨에게 다가오는 비네를 오라리오 파밀리아 홈에 대려 가는 등 관계를 이어가지만 역시나 인간은 인간이고 몬스터는 몬스터일 뿐, 몬스터가 인간이 될 수 없다는 걸 뼈저리게 느껴버린 벨 일행은 다시 비네를 던전으로 돌려보내야만 했습니다.

인간의 말을 하고 인간의 지능을 가지고 인간의 마음과 똑같은 것을 가진 '제노스'들의 비원은 언젠가 인간과 공존하여 지상으로의 진출이었습니다. 오라리오가 생기기 이전부터의 기억을 전생으로 물려받은 이들은 인간들을 선망의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이것이 자기들의 발등을 찍어버릴 줄은 꿈에도 모른 채, 그저 인간에게 다가가고 싶어 했습니다.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

알콩달콩한 분위기는 찾을 수 없습니다. 9권 중반부터 그러더니 이번 10권은 처음부터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를 풍깁니다. 제노스를 습격한 이켈로스 파밀리아가 자행하는 악의와 그에 맞서는 제노스들의 처절한 분투는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지경입니다. 그저 인간들에게 이해받고 싶었던 제노스,  분위기는 하루 종일 잿빛 하늘처럼 우중충하게 흘러갑니다. 그리고 무언가가 부서졌을 때, 살기 위해 동족을 위해 종을 초월하여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인간에게서 비네를 구하고자 악의에 맞서 처절한 싸움을 선택한 살아남은 제노스들의 전투는 결코 해피엔딩을 바랄 수 없었습니다. 그 와중에도 인간들을 배려하는 제노스들... 인간으로서 벨은 제노스편에 서서 인간이면서 인간이 아닌 이켈로스 파밀리아와 전투를 치러 갑니다.

벨이 쏜 아르고노트도 허망하게 흘러가던 전투 종반, 이켈로스 파밀리아의 딕스에 의해 이마의 보석을 빼앗긴 비네의 폭주가 이어지고 이건 지상으로까지 번집니다. 지상에서 폭주하는 비네를 진정시키려 하지만 때마침 로키 파밀리아와 마주하게 되면서 벨은 인간으로서 있을 것인가 몬스터로써 있을 것인가 기로에 서게 됩니다. 애초에 이해는 바라지 않았습니다. 최종전에 들어가면서 마을은 초토화되기 시작합니다. 비네를 쫓는 사람들을 가로막는 벨에게 쏟아지는 악의... 그리고 벨이 비네를 따라잡았을 때 최후의 순간이 찾아오고 비네는 벨에 안겨 재가 되어 갑니다.


'이제까지는 없었던 처절한 싸움'

그동안 전투에 들어가면 알게 모르게 심각한 분위기는 없었으나 이번 10권에서는 자칫 누군가가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전투신이 꽤 들어가 있습니다. 제노스를 제압하러 주력을 보냈던 가넷샤 파밀리아는 괴멸, 헤르메스 파밀리아의 아스피는 꼬챙이, 엘프 류도 중상, 벨은 만신창이가 되어 버렸습니다. 벨이야 항상 만신창이가 되곤 하여서 그리 놀라운 건 아니지만 이번엔 유력 파밀리아의 레벨 4~5대의 인간들이 죄다 전멸해버렸다는 것이군요. 특히 로키 파밀리아의 피해가 막심...


사실 위에 언급한 건 그동안 있어왔던 전투라서 그리 큰 반향은 없었지만 제노스와 이켈로스 파밀리아 간 전투가 상당히 처절하였습니다. 돈을 위해 제노스를 잡아가고, 거기에 대항하여 싸우는 제노스는 일방적인 유린에 능욕까지 당하는 이 작품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표현까지 있어서 상당히 놀라웠습니다.


'종을 초월하여 서로가 이해할 수 있을까'

없을 겁니다. 비교적 인간과 가까웠던 비네조차 인간에게 발각되었을 때 오라리오 전체가 발칵 뒤집어 버렸으니까요. 그럼에도 벨은 무던히도 노력합니다. 그런 벨을 보며 딕스(이켈로스 파밀리아)는 위선자라고 하였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벨은 이때까지 경험치를 위해 돈을 위해 숱하게 몬스터를 죽여왔었는데 어느 날 인간이 인간의 지능을 가지고 인간의 말을 한다는 이유로 보호해야 될까 하는 물음을 ​던집니다.

현실에서 어느날 돼지나 소가 인간의 지능을 가지고 말을 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당장 실험의 재료가 된다는 건 차지하더라도 그걸로 인해 다른 말 못하는 소와 돼지를 먹지 말아야 될지를 두고 심각하게 고민을 해봐야 된다고 하였을 때... 제노스와 인간의 관계가 그렇습니다. 인간의 지능과 마음을 가지고 인간의 말을 하지만 겉모습이 몬스터라 해서 구축해야 될 존재일까? 이것을 두고 벨이 선택한 길은...

​'맺으며'

소책자에 들어있는 토막 만화에 출연한 릴리가 상당히 귀엽습니다. 본편에서는 그리 활약을 하지 않아 아쉬웠군요. 하기사 차원이 다른 전투에 낑겼다가 괜히 죽기라도 하면 작가의 신변이 위태로웠겠지만요(농담). 9권을 읽은 지 거짐 10개월이나 되어서 앞의 내용이 잘 생각 안 나서 좀 고생하였군요. 페이지도 400페이지나 되어서 허투루 읽어선 의미를 알지 못하게 될까 9권을 다시 읽기도 하였습니다.


9권 중반부터 느낀 거지만 이야기가 상당히 무겁습니다. 진심으로 누군가를 위한다는 건 이걸 두고 하는 걸까 할 정도로 처절한 싸움의 연속이었군요. 그리고 그걸 알아주지 않는 주변에 대해서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하였습니다. 이전부터 이상한(?) 사람을 데려와 파티를 맺더니 이젠 몬스터까지 끌어들이나 해서 좀 나른하게 다가오기도 하였지만 10권을 읽으면서 종을 초월한 이해라는 걸 알았을 때 공감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여튼 벨은 싫든 좋든 또다시 파밀리아 브레이커가 되어버렸습니다. 몬스터보다 벨을 어찌하지 않으면 파밀리아가 남아나지 않을 듯한데 누구도 이걸 지적하는 사람은 없군요. 사실 보고 있으면 애처롭습니다. 이해받지 못하는 종(種)을 이해받게 하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지만 정작 자신을 이해받지 못하는 아이러니를 동반하며 이물질이 되어 배척되어야만하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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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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