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리뷰] 우리 딸을 위해서라면, 나는 마왕도 쓰러뜨릴 수 있을지 몰라 1권
이 작품은 이세계물이 아닌 정통 판타지물입니다. 마물과 마족과 마왕이 나오고 모험가가 나옵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 데일(남, 18세)도 모험가 입니다. 그는 왕도와 종교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기도 한데요. 그만큼 실력이 있다는 것이고 이것은 복선이 되기도 한다는 걸 이 작품을 읽다 보면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런 그가 퀘스트로 개구리를 잡고 돌아오던 길 어느 숲에서 어떤 소녀를 만납니다.
'라티나'는 마인족의 소녀로서 일족에게 버림받았습니다. 이유는 모릅니다. 아버지로 보이는 남자와 숲 속을 전전하다 남자가 죽은 후, 물고기를 굽고 있던 어느 인간(남자) 모험가 '데일'을 만났습니다. 사실 라티나는 인간보다 그가 들고 있던 물고기 구이에 더 관심이 있었지만, 소녀는 먹을 것에 낚여 데일과 인간들이 사는 마을로 왔습니다. 여관+식당+정보 제공처를 겸하는 춤추는 범고양이라는 데일의 거처이기도 한 이곳에서 갑자기 어린애를 들고 온 주인공 때문에 난리가 나는등 소소한 일상이 흘러갑니다.
여기가 네가 있을 곳이라며 라티나를 알뜰히 보살피는 데일은 딸 바보가 되어가고 마음씨 좋은 식당 주인 부부의 관심 속에서 발견 당시 뼈 밖에 없었던 그녀(8살이라함)는 날이 지날수록 살이 오르는등 무럭무럭 자라고 식당 모험가 손님과 마을 또래의 친구들을 만나면서 차츰 시야를 넓혀 갑니다. 딱히 마인족과 인간은 앙숙이라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식당 사람들과 친구들은 그녀가 마인족인줄 알면서도 살갑게 대해줍니다.
여담으로 라티나와 데일이 만나는 대목에서 개연성이 부족하다고 여겨질만한데요. 숲 속에서 잠깐 휴식 중인 데일의 주위에 마침 라티나가 있었다라는 우연치고는 너무 빤한 거 아니냐고 할 상황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이런 작품은 히로인이 뭔가에 쫓기거나 휴식 중인 주인공에게 다가간다거나 하는 만남으로부터 시작하니까 딱히 꼬리 물고 들어가지 않아도 될 듯합니다. 거기다 라티나에겐 어떤 능력이 있어서 사람을 고를 수 있다는 개연성이 붙어 있기도 합니다.
여튼 그렇게 데일을 만나 춤추는 범고양이에서 서빙을 하기도 하고, 출장을 나간 데일을 기다리기도 하고, 사장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요리를 배운다거나 그 사장님이 해주는 요리에 심취한다거나 꽤 바쁜 나날을 보냅니다. 그러는 틈틈이 여러가지 가르침을 받게 된 라티나는 배우는 게 상당히 빠르고 배려와 관찰력이 매우 뛰어나다는 게 밝혀지면서 여러 가지 복선이 투하되는데요.
여러 복선중에 이런 화제는 싫다는 것처럼 능숙하게 말을 돌리기도 하고, 세상물정에 어둡고, 엄한 곳에서 상식이 결여 되어 있는등, 그러면서 완고한면이 있고 가끔씩 어린애 답지 않은 언동과 그 나이대에서는 비교적 나오지 않을 행동은 단순히 애가 총명해서 그렇다기보다 어떤 이유로 인해 갇혀지낸 어른이 아이로 변한 게 아닐까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써놓고보니 타이틀이 엄청 많군요.
그렇게 라티나는 춤추는 범고양이에서 지내며 자신을 받아준 이들에게서 일족에게 버려진 충격과 혼자 지내왔던 외로움을 치유하면서 차츰 굉장히 귀여운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 합니다. 처음엔 또 버려질까 안절부절하면서도 내색은 하지 않았던 소녀, 올곧으면서도 눈물이 많았던 소녀는 주변의 도움으로 차츰 안정을 찾아 갑니다. 사실 이게 이 작품의 핵심 포인트 입니다. 어디서 배웠는지 배려심이 깊고 자신의 잘못을 바로 인정하는 등, 출장 나간 데일을 기다리며 침울해하면서도 애써 어른인척하는 모습도 보여주기도 하고 여느 아이와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게 상당히 특징적입니다.
데일을 따라 인간의 도시에 온지도 상당한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친구들를 만들고 가을엔 학교에도 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버림받은 자신을 타산이 섞이지 않은 순수한 마음으로 따뜻하게 맞아준 춤추는 범고양이의 부부와 모험가들에게서 자신이 있을 곳은 여기다고 여긴 순간 라티나에게 시련이 닥쳐 옵니다. 그 시련은 뜻하지 않게 학교라는 공간에서 터집니다. 마인족에게 당한 울분을 자신에게 토하는 선생에게서 라티나는 인간족과 마인족은 같은 시간대를 걸어갈 수 없다는 현실을 직시하게 되는데요. 여담으로 그 선생은 내 딸을 겉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본보기 당했습니다.
이건 예전부터 필자가 언급했었던 평범하게 살아가는 인간과 장대한 시간을 살아가는 종족은 서로 이어질 수 없는 관계다.라고 했던 게 여기에서도 발현됩니다. 압도적으로 오래 사는 마인족과 평범하게 살아가는 인간의 수명 차이에서 모두가 떠난 뒤에도 홀로 남겨질까 두려움에 떠는 라티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맙니다. 이런 라티나를 보고 있으니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맺으며
라티나는 귀엽다.라는 소리를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왔던 필자는 귀여움의 궁금증을 풀기 위해 이 작품을 구입했습니다. 사실 240여 페이지에 9800원(할인받으면 8천원대)은 궁금증 해소라고 해도 모험을 하기엔 상당한 무리를 강요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양손으로 V를 그릴만큼 만족스러웠지만요. 그만큼 라티나 모에가 살아 있습니다. 아이같지 않은 언동에서 여러가지 생각에 잠기게 하였지만 표면적으로는 귀엽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정도 입니다.
그리고 쓸데없는 분량이 들어가 있지 않는 게 흥미롭기도 합니다. 다만 복선을 너무 깔아 버려서 눈이 돌아갈 지경이었습니다. 개중엔 상당히 노골적인 복선도 있어서 오히려 뒷일이 예상되기도 하였다는 게 옥에 티랄까요. 가끔 폭주하는 데일도 눈살이 좀 찌푸러지기도 하였군요. 외에는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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