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에서 만남을 추구하면 안되는 걸까? '응! 안 돼!' 지금까지 벨이 던전에서 만남을 추구한 결과 고생한 건 누구더라? 이 인간이 오라리오에 올 적에 다짐한 게 던전에서 무훗한 만남이었다는 건 1권에서 잘 표현하고 있죠. 아니 2권쯤이었나... 하여튼 간에 그의 이런 바램에 맞춰 참으로 많은 만남이 있었습니다. 인간(형)으로는 검희 아이즈부터해서 릴리, 류, 시르, 에이나가 있겠고, 몬스터로 넘어가면 제노스까지... 이번엔 머메이드(인어공주)까지 섭렵합니다. 이 녀석의 취향은 인간, 몬스터를 가리지 않아요.


그런데 문제는 이 녀석과 만나면 반드시 누구나 예외 없이 개고생한다는 것입니다. 아!! 시르는 제외고요. 아이즈는 벨에 필이 꽂혀선 던전에 홀로 내려가 렙업한답시고 마구 설치지, 릴리는 시궁창에 굴렀지, 류는 아픈 상처를 끄집어 내야 했고, 에이나는... 이번에 사랑의 열병을 앓습니다. 제노스(1)들은 멸족 당할뻔하였고요. 이번에 새로 등장한 인어공주(제노스) '마리'는 조금 더 두고 봐야겠군요. 어쨌든 간에 여타 작품에서 이렇게 다민족(?)에게 사랑받는 주인공은 거의 없지요? 아마, 마리는 만난지 반나절도 되지 않아 헤어질 때 [좋아해!]라고 하질 않나...


필자가 사설을 이렇게 장황하게 늘어놓은 이유는 이번엔 남자들도 그 대열에 동참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남자들이 벨을 이성적으로 좋아하는 건 아니니 오해는 하지 마시고요. 벨이 제노스들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의 결과와 신(神) 헤르메스의 농간이 더해져 벨 일행은 극적으로 몬스터 편이라는 오해를 벗었습니다. 거기에 벨이 검은 미노타우로스를 몰아낸 공로를 길드로부터 인정받아 [헤스티아 파밀리아]는 랭크가 올라가게 되었는데요. 또 그 결과 랭크가 올라간 [파밀리아]는 정기적으로 던전 공략이라는 [원정]을 치러야 한다는 숙제가 내려옵니다.


그동안 던전엔 자주 내려갔지만 정식으로 길드로부터 명령을 받아 내려가는 [피말리아] 차원의 원정은 이번이 처음, 그래서 주변 헤스티아 파벌 내의 파밀리아와 합세해 원정을 내려갔지만 그동안 작가가 저렙들을 극한까지 굴렸는데 이번이라고 예외는 아니라는 것마냥 [강화종]이라는 이제까지 듣도 보도 못한 몬스터를 투입하면서 벨을 비롯하여 릴리등 주변 여성진(헤스티아 빼고)과 남성진은 정말로 죽을뻔한 모험을 합니다. 말이 몬스터지 마석을 먹으며 진화의 끝을 달린 강화종을 맞이하여 설상가상으로 벨과 릴리 일행은 찢어지기까지 하면서 중반 이후는 그야말로 손에 땀을 쥐게 했군요.


사실 마석을 먹으며 강해지는 강화종은 외전 소드오라토리아에서 이미 써먹은 아이템이긴 합니다. 아이즈를 필두로 한 [로키 파밀리아]를 거의 궤멸로 몰아넣을뻔 하였죠. 이후 서브 스토리에서도 많은 단원을 잃어야 했고요. 그만큼 강화종이 가진 파괴력은 굉장한 것인데 [로키 파밀리아]의 발 끝에도 미치지 못하는 [헤스티아 파밀리아]로써는 아무리 레벨 4의 아이샤가 동참했다곤 해도 중과부적, 여기에 이번 강화종은 업그레이드되어 사고(思考)까지 하는 통에 더욱 극한까지 몰리게 됩니다. 이쯤 오면 작가가 단순히 사디스트인가? 하는 물음표를 던질 수 있으나 꼭 그렇지마는 않다는 걸 은연중에 느낄 수 있었는데요.


벨만이 너무 강해지다 보니(이번에 레벨 4로 승격) 주변 인물들하고 파워 인플레가 생기지 않을까 고심끝에 내린 결과가 이들도 똥밭에 구르게 해서 키우자!로 귀결된 게 아닐까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릴리는 아직도 레벨 1입니다. 한때 주신을 갈아타면서 헤스티아가 손봐주면 단숨에 레벨이 폭증하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낳았지만 결과는 스텟치 +1~2 참담하죠. 하루히메는 말할 것도 없고요. 미코토와 더블어 벨프나 다른 파벌에서 온 동료들을 열심히 굴리던데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참고로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벨은 강화종에 의해 릴리 일행과 떨어지게 됩니다.


그건 그렇고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벨은 제노스들을 지키기 위해, 11권 끝에서 검은 미노타우로스와의 결전 이후 많은 성장을 보여줍니다. 누군가를 지킨다는 것, 이거 하나만으로 사나이는 강해질 수 있습니다. 진부하지만요. 그는 이제 눈물 질질 짜면서 뛰어 도망가는 나약한 토끼가 아닌 한 마리의 늑대가 되어 예리한 송곳니를 내보이는 늠름한 사나이가 다 되었습니다. 제노스들(특히 비네)을 지키기 위해, 그래서 가는 곳마다 여자들 뺨이 상기되는 게 이놈 조만간 천벌을 받지 않을까 싶기도 했군요.


이번 에피소드의 키워드는 '성장의 끝'이라고 필자는 정의해봅니다. 똥밭에 굴러도 굴하지 않고 일어나 앞으로 나아가는 것, 제노스를 만나면서 비로써 자신이 해야 될 일을 발견한, 음.. 필자는 이런 말을 좋아합니다. '세상 모든 것을 끌어 안을 순 없지만 내 팔 안에 들어온 것은 기필코 지킨다.' 이번 벨을 보고 있자니 딱 이런 느낌입니다. 그리고 거기에 부응하듯이 강화종과의 처절한 전투 속에서 몇 번이나 꺾일뻔한 삶의 의지를 되새기며 일어서는 릴리 또한 눈물 없인 볼 수가 없었군요. 일일이 열거하기엔 지면이 모자라는 그 외 출연자들도요.


맺으며: 비로써 소년은 성장한다. 뭐 이런 중 2병 같은 센스를 꼭 써야 되겠습니까만은... 사실 11권이 정점이었죠. 제노스들을 지키기 위해 세상 모든 것을 적으로 돌려버린 소년이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하여 사나이로 거듭난, 이거 하나만 놓고봐도 여심을 흔들기에 충분하죠. 그래서 이번 에이나의 상사병 에피소드는 사실 페이지를 찢어버릴까도 했군요. 느닷없이 나와서 한다는 소리가...


여하튼 간에 찐빵 속엔 팥이, 피자엔 치즈가, 프라이드치킨엔 맥주인 게 당연하듯이 멍청하면서도 꼼지락거리며 앞으로 나아갈려는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갑자기 훌쩍 커버린 자식을 보는 듯한 벨이라... 적응이 좀 힘들긴 합니다. 이게 지킬 것이 생긴 사나이의 표정이라고 하는 듯한, 아무렴요. 청소년을 타깃으로 한 작품에서 영웅이 빠지면 쓰나요. 어릴 적 할아버지에게서 들었던 영웅으로 한 발짝 더 다가간 벨군... 남심도 좀 흔들려나?


그리고 시작되는 류의 고생길... 


 

  1. 1, 제노스란, 한마디로 인간의 감정을 가진 종족불문 몬스터의 총칭입니다.
    인간에게 공격 받고, 같은 몬스터에게 공격 받는 비운의 종족
    환생을 거치면서 지식과 인식, 지혜를 터득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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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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