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소드 아트 온라인 외전 -프로그레시브- 5권 리뷰
이미 완결이나 다름없는 결말이 나왔지만, 전기물이 그 사람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것처럼 이 작품의 외전도 키리토와 아스나가 그동안 무엇을 하며 아인크라드에서 생활했는지 같은 궁금증을 풀어주고 있다 할 수 있겠죠. 다만 진행이 너무 느려서 지금의 세대가 죽기 전에 완결을 볼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있는 게 사실이긴 합니다. 하지만 독자가 죽기 전에 작가가 먼저 죽겠지만요. 살벌한 이야기는 이만하고 이번 내용은 키리토와 아스나가 6층에 올라와 경험치를 얻기 위해 퀘스트를 하면서 래핑코핑의 전신(1세대)에 해당하는 무리들의 공격을 본격적으로 받게 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이전 층에서 키리토를 죽이려 들었던 도끼 전사의 공격을 운 좋게 물리쳤던 키리토와 아스나는 6층에서 이번엔 대거 전사까지 합세한 그들을 다시 만나 일촉즉발의 위기에 빠져요. 퀘스트를 하며 아직은 어린 티에서 벗어나지 못한 키리토는 그들이 다시 습격할 거라는 생각에 미치지 못하였는데요. 퀘스트 중 아스나와 페어로 마비독에 걸려 움직이지 못하는 사이에 습격을 받게 되죠. 일촉즉발의 상황, 어떻게든 아스나만은 도망치게 해주고 싶었던 그의 몸부림과 그의 마음을 꿰뚫어보고 있다는 것마냥 아스나의 도움이 합쳐져 위기를 타파해 가는 게 참으로 눈물겹습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서 키리토와 아스나는 그렇게 성장해 가고, 서로가 의식해 가지 않았을까 했군요.
이전에 필자는 서로가 의식해가는 관계인 이 두 사람이 언젠가 헤어지게 될때 어떤 일로 헤어지게 될까 참으로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요. 아스나는 한 달 남짓 양심이라곤 개털만큼도 없는 그와 함께 행동하며 그가 혼자서 모든 걸 떠안고 모든 걸 혼자서 해결하려는 마음을 알게 되었죠. 미움받는 역을 자처하면서 개의치 않는 그의 마음이 언젠가 부러져버릴 거 같기에 키리토의 곁을 떠나지 못하고 꿋꿋하게 지키고자 하는 그녀의 마음이 이번에 드러나요. 반드시 내 눈에 보이는 장소에 있으라는 그녀의 말, 사실 얼핏 사망 플래그 같은 대사 같은 이 분기점은 그녀가 혈맹 기사단에 들어가기 위한 플래그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사실 서로가 의식해간다고 했지만 키리토는 현재 그녀를 한 명의 이성으로 인식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아직은 중2라는 어린 나이 탓도 있지만 그녀는 자기에게 어울리지 않는 무언가로 여기고 있다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아스나가 느끼는 감정은 이미 한 명의 여자로서의 영역에 들어가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다른 감정 때문에 결국을 갈라지는 원인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이번 에피소드에서 들게 되더군요. 키리토는 그녀로 하여금 공략집단의 선봉에 서주길 바라고 있고, 그녀는 그의 곁에 있길 바라고 있죠. 내색은 안 하지만요. 안 하지만 '매너 위반 방지 코드'가 발동하지 않는 시점에서 이미 그녀의 마음이 어떤지 잘 드러나고 있지 않나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에피소드는 많이 착잡했습니다. 이전에는 둘이(주로 아스나쪽) 호감도를 이렇게 올려가면 나중에 찢어질 때 어떻게 하려고 했던 것이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분위기니까 쉽게 찢어질 수밖에 없다는 느낌이었군요. 그만큼 둘의 사이가 많이 가까워졌습니다. 이젠 같은 방에 같은 침대에서 자도, 같은 목욕탕에 우발적으로 조우해도 매너 위반 방지 코드가 작동하지 않는 시점에서 이 둘의 관계가 어떤지 잘 보여주고 있지 않나 했습니다. 하지만 둘은 균열을 안고 있죠. 키리토는 그녀를 언젠가 놓아줘야 될 존재로 여기고 있고, 아스나는 그런 그의 곁을 지키려 하고 있는. 이 두 개의 마음이 충돌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플래그가 이번 에피소드에서 보였습니다.
맺으며, 전생이나 환생처럼 이전에 했던 일들을 반복해도 작가의 필력에 따라 작품의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게 이 작품이 아닐까 합니다. 키리토는 게임을 두 번 하는 것이지만요. 필자의 필력이 딸려 딱 꼬집어 비교할 수는 없지만 가령 앞전에 리뷰했던 원치 않는 불사의 모험가와 이 작품을 비교 하라면 압도적으로 이 작품에 손을 들어 줄 것입니다. 그만큼 같은 일을 해도 작가의 필력에 따라 이렇게 확연히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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