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탐정은 이미 죽었다 1권 리뷰 -러브 코미디 두 수푼, 이능력 배틀 한 스푼, 추리 반 스푼-
특대 스포일러 주의, 장문 주의
보통 초면에 대뜸 상대의 입에 손가락을 집어넣어 목젖을 인질로 삼나?
등장부터가 파격적이다. 주인공 남고생 '키미즈카'에게 난데없이 찾아와 입에 손가락을 쑤셔 넣고 날 무시하지 말라는 히로인의 등장은 앞으로 범상치 않은 이야기를 상상케 한다. 여고생 '나츠나기 나기사'는 대뜸 "네가 명탐정이야?"라며 상대 목젖을 인질로 삼는다. 이런 부조리를 당하는 키미즈카는 누구인가. 4년 전, 고도 1만 미터 상공에서 하이재킹 당한 비행기 안에서 천사(외모만 놓고 봤을 때) 같은 탐정 '시에스타'와 같이 사건을 해결한 명탐정 '조수'가 되시겠다. 사실 그의 파격적인 만남은 새삼스럽지 않다.
시에스타 왈: "알겠지? 네가 벌집이 되는 동안에 내가 적의 목을 칠게"
4년 전, 여객기 하이재킹 실행범을 제압하기 위해 시에스타는 초면인 주인공에게 위와 같이 한가지 제안을 한다.
이렇듯 주인공의 삶은 언제나 부조리로 가득 차 있다. 코난이나 김전일처럼 사건을 불러들이는 체질 때문에 가는 곳마다 사건이 일어나고, 좀 쉴라치면 집 나간 고양이 찾아 달라는 의뢰를 받고, 시내에 나갔더니 살인 사건에 휘말린다. 그리고 지금 불합리하게 여고생의 손가락이 입안에 쑤셔져 목젖이 인질로 잡혔다. 그녀가 찾는 탐정은 누굴 말하는 걸까. 탐정이라면 1년 전에 죽어 버렸다. 부조리하게.
코난이 그랬듯이 언제나 진실은 하나.
지금 주인공 키미즈카의 입에 손가락을 쑤셔 넣고 있는 '나츠나기'는 1년 전 심장을 이식받고 살아났다. 이러니까 추리로서는 반 스푼이라는 거다. 당연히 나츠나기의 심장은 누구 것인가 하는 의문점이 떠오르고, 그 심장은 당연히 걔 것이겠네?라고 귀결되기 때문이다. 여튼 나츠나기는 지금 꼭 만나야 될 사람이 있는데 그게 누구인지, 어디 사는지 성별조차 모른단다. 그러니 찾아줄래? 웃으며 협박 중이다. 사막에 떨어져 있지도 않은 바늘을 주인공 보고 찾아내라고 한다. 그리고 주인공은 없는 바늘을 찾아낸다.
기억 전이라고 들어봤어?
분위기가 심상찮다. 정통 추리물인 줄 알았더니 어째 판타지로 간다는 느낌을 들기 시작한다. 참고로 이 느낌은 틀리지 않게 된다. 그 심장에는 생전의 그 사람의 기억이 서려 있단다. 비단 심장만이 아니라 이식받은 장기에는 그런 감성이 들어 있데. 그래서 이식받은 사람은 경험하지 않은 사실을 경험하고 한단다. 나츠나기가 찾고자 하는 사람은 심장의 주인이 가지고 있던 기억 속의 인물, 그리고 그 심장이 찾고자 했던 사람은... 질긴 인연은 이렇게 이어지게 된다.
그리고 명탐정이 탄생한다.
이쯤 오면 그 심장이 누구 것인지 머리 좋은 분들이라면 이해하시겠지. 그래서 스포일러 좀 하겠다. 사실 스포일러 안 하면 이야기를 풀어놓질 못한다. 심장의 주인은 예상대로 시에스타의 것이 맞다. 그리고 그걸 전해 들은 나츠나기는 시에스타의 탐정으로서 유지는 내가 이어받겠다 선언한다. 이렇게 해서 나츠나기와 이 상황이 어이없는 키미즈카는 이제부터 세계를 구하는 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결국 조수는 어디까지 조수다. 탐정이 있는 곳에 조수가 빠지면 안 되듯이, 키미즈카는 부조리하게 머리에 든 거라곤 하나도 없고 감정만 앞세우는 탐정의 조수가 된다. 당연하게 추리는 탐정이 아니라 조수가 하게 된다.
어째서 의뢰인이며 주변엔 죄다 여자인 거냐.
라노벨에서 하렘이 빠지면 섭섭하다. 그래서 바로 여중생 아이돌 사이카와'를 투입해 새로운 의뢰를 받게 한다. 그녀의 의뢰, 싯가 30억엔짜리 보석 좀 지켜 줄래요? 일러스트를 첨부하지 못해 아쉬운데, 겉모습은 깜찍 발랄한 '중2병이라도 사랑을 하고 싶어'에서 나왔던 릿카를 연상시키고(안대도 했다) 성격은 내청코의 잇시키를 연상시키는 그야말로 상대 남자의 마음에 아무렇지 않게 발을 들이밀고 변태로 몰아가는 그런 여자애가 난데없이 나타나 의뢰를 한다. 그리고 여기서 두 번째 추리물로서는 빵점짜리 전개가 펼쳐진다. 애초에 주인공 일행이 어디에 있는 줄 알고 찾아온 거냐의 복선이 그렇다. 퇴근길의 그 복잡한 지하철 플랫폼에 있는 이들을 찾아왔다. 당연히 사이카와는 뭔가 사주를 받고 접근하게 되었다는 추리를 누구나 할 수 있을 것이다.
추리에 어둠의 세력도 빠질 수 없다. 그러면 이능력 배틀도 넣으면 어떨까?
이미 초장부터 세계를 위협하는 악의 세력이 있다는 복선이 나온다. 명탐정 시에스타와 조수 키미즈카는 그런 적들과 싸워 왔다. 탐정 본연의 임무는 무엇?이라며 주인공이 태클을 걸자 시에스타 왈: 탐정은 '의뢰인의 이익을 지키는 것'이라며 자기가 하는 일은 탐정이 맞다고 구라를 친다. 근데 여기서 적이라는 존재들이 괴물로 변하는 [인조인간]이다. 필자는 이 작품의 본질이 뭔지 의심이 들기 시작한다. 요점은 이거다. 세계를 위협하는 인조인간에 맞서 싸운다. 그에 걸맞은 인조인간이 나와 주인공 일행의 앞을 가로막는다. 즉, 장르는 판타지라는 거다.
적과 써우긴 싸워야 하는데 이런 동료를 대리고 싸우라고?
머리에 든 건 없지만 의욕은 있는 나츠나기와 꾐에 쉽게 넘어가는 중2병 사이카와가 동료로 들어온다. 세계를 돌며 시에스타가 남긴 유산을 손에 넣어 악의 세력에 맞서야 하는데, 시에스타는 능력이라도 있었지 유지를 받든 나츠나기는 능력이라곤 개뿔도 없고, 그렇다고 추리력이 높나. 사이카와는 그나마 능력이 있어서 도움은 된다. 발랑 까져서 그렇지. 그리고 옛 동료(여자다)도 합류하면서 나름대로 팀은 꾸려지는데 앞 날이 영 불안하다. 그야 어둠의 세력이 자기들을 노리는 걸 알면서도 대비를 안 하다 된통 당하기 때문이다. 꼴좋다는 느낌과 짜증과 고구마를 동시에 느끼게 해주는 아주 요상한 팀웍이라고 하겠다.
종합적으로 평가하자면.
러브 코미디로는 손색이 없다. 나츠나기와 주인공 키미즈카의 사이는 첫 대면에서 서로 손가락 빨리고 빨아준 사이가 아닌가. 사이카와때는 손가락 빨아줄까?(대충 비슷, 아마도) 하다가 변태로 찍히는 게 여간 웃긴 게 아니다. 이들의 대화는 리뷰 초반에 시에스타를 예를 들었듯이 유쾌해서 몰입도는 꽤 있다. 하지만 늘 이런 작품이 다 그렇듯 남자 주인공은 둔해 빠진다. 만난 지 며칠이나 되었다고 은근히 어필을 시작하는 나츠나기(질투심이 꽤 있다)의 행동을 이해 못하고, 옛 동료에게 방 키를 빼앗기고 사이카와 방에 아무렇지 않게 찾아가 동침을 한다던지(아무 일 없다). 이런 러브 코미디적 요소 덕분에 이것만 놓고도 이 작품은 성공을 거두지 않을까 한다.
이능력 배틀로서는 잘 엮으긴 했는데 러브 코미디를 풍기면서 이질적인 괴물의 등장은 현실미를 떨어트린다. 즉, 애들이 긴장감이 없다. 나츠나기가 찾아오면서 어둠의 세력이 조수(주인공)를 위협으로 보고 제거 작전을 시작하는데, 그걸 인지하고서도 시에스타의 유산을 찾으러 배에 올라서 리조트를 즐기는 이상 행동을 보인다는 거다. 고로 대비도 뭣도 없다. 당연히 적들의 기습에 우왕좌왕하게 되고 주인공 일행은 위기에 몰려간다. 그러면서도 대비하지 않은 것에 대한 반성은 찾을 수 없다. 요컨대 너무 무방비한 모습을 보인다는 거다. 결국 나츠나기의 심장, 시에스타가 현현해서 싸운다는 황당한 전개를 어떻게 보아야 할지. 판타지가 맞다.
추리물로서는 구멍 숭숭이다. 알기 쉽게 복선을 배치한 건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으나 복선을 내놓지도 않은 부분을 뒤에 해답편에서 내놓으니 어리둥절해지고 중간중간에서는 이야기를 따라가지 못하게 된다. 요컨대 아무 전조도 없이 위화감이 있다는 둥 자기만 아는 행동을 하면서 독자로 하여금 추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지 않는다는 거다. 고로 이 작품은 러브 코미디로서 접근하면 좋은 작품이 되겠고, 추리물로서 접근하면 실망할 것이다. 물론 필자의 주관이지만.
맺으며: 일러스트는 잘 나왔다. 사이카와의 아이돌적 일러스트와 나츠나기의 우물우물 거리는 일러스트라든지. 아무튼 픽션에서 논픽션을 찾는 건 어리석긴 한데, 러브 코미디같이 분홍빛을 띠는 현실적인 모습을 보이다가도 SF 같이 인조인간 괴물을 투입하는 뭔가 좀 설익은 보리밥 같기도 하고. 요상한 작품이랄까. 그리고 주인공은 과거에 너무 연연하는 게 아닌가도 싶다.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밝히며 어둠의 세력을 무찔러 가는 여정을 그리고는 있는데, 지금은 없는 시에스타에 연연하는 모습은 지금의 동료들에게 민폐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가령 나츠나기와 패어로 해서 적과 마주해 싸우는 게 불가능했지만 현현한 시에스타와는 축지 척척 맞는다던지. 점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7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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