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티어문 제국 이야기 4권 리뷰 -날로 먹는 이야기-
1~3권및 이번 4권 스포일러 있으니 주의
단두대행을 피하려고 결사의 마음으로 동네방네 쫓아다닌 결과 미래는 바뀌었다. 전생에서 라면이 없으면 빵 먹으면 되지, 빵이 없으면 케이크 먹으면 되지 하며 백성들이 굶어 죽든 말든 내 알 바 아니라고 여겼던 황녀의 비참한 최후. 그런 미래가 다신 일어나선 안된다는 모토로 지방 상인 귀족을 닦달해서 유통망을 개선하고, 돈은 어디서 났는지 모르겠지만 식량도 제법 비축해두었다. 전염병이 시작되는 슬럼가를 밀어 버리고 병원을 세우는 등 청결을 유지하라고 사람들 궁디 차댄 결과 미래에서 가져온 일기가 소멸하면서 드디어 단두대행은 피하게 된 건 좋은데 이 작품은 여기서 끝내야 했다.
3미터짜리 파도를 견뎌냈더니 10미터짜리 쓰나미가 몰려온다. 이전생에서 쿠데타가 일어난 원인은 대외적으로 기근과 전염병에 있다. 근데 실상은 그게 아닌 어둠에서 암약하는 혼돈의 뱀이라는 존재에 의해 나라가 멸망했다는, 쿠데타에 앞장섰던 지방 귀족 나부랭이와 이웃 나라 왕자들은 깜빡 속은 것이다. 미아도 전생하고 나서야 알게 된다. 일단 이번생에서 기근과 식량을 해결했으니 혼돈의 뱀이라는 사교 집단을 잡아 족쳐야 되는데, 미래에서 손녀가 찾아온다. 손녀가 있던 미래는 미아가 기근과 전염병을 해결해서 구데타가 일어나지 않은 세상이다. 근데 구데타가 일어났고 이전생에서 미아가 당했던 일들을 손녀가 당하다가 죽기 직전 과거로 날아오게 된다. 여기까지 놓고 보면 참 스펙터클한 이야기가 분명할 것이다.
근데 아쉽게도 이 작품은 착각물과 연애물이다. 미아가 미래 단두대행을 피하려고 노력하는 건 어쨌거나 자기 자신을 위한 이기적인 행동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주변에서 보기엔 백성들을 살피는 성녀나 다름없다. 결과적으로 백성들이 잘 사는 세상으로 만드는 것이니까. 그게 그거 아닌가 싶지만 엄연히 차이가 있다. 백성들이 잘 살게 된 건 어디까지나 부산물이니까. 이렇게 하나 일단락 시켰고 이제 혼돈의 뱀이라는 사교를 발본색출해야 하는데, 미아가 전생에서 치렀던 옥고와 단두대의 이면엔 혼돈의 뱀이 존재하고 있었음에도, 미아의 손녀의 미래도 어쩌면 혼돈의 뱀의 사주로 인한 쿠데타일 거라는 그런 급박한 상황일지도 모름에도, 자칫 나라가 멸망할 수 있는 중대한 증거물을 수집하고도 어째서 소풍이나 즐기고 앉았나 하는 어이없는 일들이 벌어진다.
미아의 성격은 원래 이런 성격이다. 빵이 있고, 케이크가 있고, 미래의 서방님만 있으면 족한 이 작품은 그런 세계관이다. 고로 아포칼립스나 시리어스는 이 작품과 무관하다. 혼돈의 뱀 끄나풀이 붙잡혀도 고문이나 끔찍한 일들은 일어나지 않는다. 장르에 개그도 추가해야 된다고 하면 이 작품의 느낌이 어느 정도인지 감이 오려나. 실상은 미아의 학원 라이프와 인터넷 오프모임으로 바쁘다. 내레이션은 전형적인 일본 개그물이고. 이번에 4권과 5권 악역 영애인 에메랄다의 사주로 미래의 서방님들(이 작품은 역하렘도 겸하고 있다)과 무인도에 놀러 갔다가 갇혀서 고생하게 되는데 대체 이런 이야기가 미래에 무슨 영향이 있나 싶을 정도로 지리멸렬하다. 그렇다고 섬싱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무슨 사건사고가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당췌 이번 4권의 아이덴티티는 무얼까 하는 의문이 떠나질 않는다. 그냥 섬에 갇혀서 하하 호호 해수욕을 즐기고(여기서도 외모 지상주의가 판을 처서 훈남은 미아가 다 차지한다), 밥때가 돼서 풀을 뜯고, 남의 말 안 듣고 땡깡 부리더니 태풍을 만나 동굴에 기어 들어가고, 서바이벌이라면 분위기라도 있지 그딴 건 애초에 기대도 하지 말라는 듯 평범하게 밥을 해 먹고 아침에 일어나 멱을 감는 게 다다. 대체 기본 스토리는 무겁게 깔아 놓고 이렇게 학원 라이프 축에도 끼지 못하는 지리멸렬한 이야기로 꾸며 놓은 이유가 뭘까 싶다. 그래도 끝에 가면 뭔가 있겠지 해서 400여 페이지 되는 걸 끝까지 봤다? 어떨 거 같아요? 5권을 기대하시라 하며 뭔가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내포하고 있었다면 이런 글을 싸지르지도 않는다.
악영 영애를 자처하는 이번 에피소드 서브 히로인인 에메랄다는 그냥 왕국도 아니고 제국이라는 큰 나라에서 단 한 명뿐인 황녀(미아)의 말은 개가 짖나로 치부하고, 황녀를 섬에 가둬서 직접 풀을 뜯어 연명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어 놓고 목숨을 부지할 수 있나 하는 극박한 상황임에도 난 잘못 없는데요? 대체 이 나라의 위계질서는 어디다 팔아먹은 걸까. 애초에 황녀가 하는 일(미아가 학교 세우는 일)을 방해 해놓고, 그 이유가 나랑 놀아주지 않아서라는, 이쯤 오면 이 작품의 분위기가 어떤지 이해할 거라 봅니다. 말이 황족이고 황녀지 위계질서라든지 위기감이라든지 일절 없는 그냥 러브 코미디일 뿐이다. 그래놓고 미래는 암울하게 그려놓은 냉탕 온탕을 적절히 섞는 게 아닌 줏대가 없는 그런 이야기일 뿐이다.
사실 필자의 바람이 이렇게 어긋났다고 해서 이 작품은 졸작인가?라고 한다면 글쎄다. 필자가 그동안 리뷰하면서 놀랐던 건 도저히 사회 통념상 허용되지 않은 작품임에도 좋게 보는 분들이 많았다는 거다. 좋게 풀이하면 픽션은 픽션일 뿐이라고 할 수 있겠지.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러브 코미디로서는 괜찮은 작품일 것이다. 이성을 만나 가슴이 콩닥콩닥 하고 수영복을 보여주는 게 창피해서 꼼지락거리고, 그게 이성에 대한 성적인 갈망인지 모르는 풋풋함이 있다. 차라리 이렇게 흘러갔으면 좋았을 텐데 뭐 하러 쿠데타니 혼돈의 뱀이니 같은 걸 집어넣었는지 모르겠다. 이번 4권은 온리 이런 이야기만 들어가 있다. 말은 자신(미아)이 하는 일을 방해한 에메랄다의 꿍꿍이를 살피러 간다고 해놓고 놀기 바쁘다. 아무튼 필자와는 맞지 않다.
근데 손녀 벨은 꿔다 놓은 보릿자루냐. 미래에서 그렇게 고생하고 과거로 왔는데 케어해줄 생각은 안 하고 할머니(미아)는 데이트에 여념이 없다. 이왕 귀엽게 나가려고 했으면 벨을 이용해서 흐뭇함을 연출하면 좋겠는데 그딴 건 일절 없다. 잊을만하면 얼굴 비춰서 이런 애도 있었나? 하고 알려줄 뿐인 참으로 비정한 세계관이 아닐 수 없다.
맺으며: 이번 4권은 그야말로 지리멸렬하다. 일본에서 인기가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우리나라에서 정발해주는 소미에서 빠른 정발을 보여주고 있는 걸 보면(소미는 인기 없다 싶으면 알짤 없다) 우리나라에서 어느 정도 인기는 있나 본데 아마도 귀여운 캐릭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무튼 이걸 말하고 싶은 게 아니라 일본에서도 어느 정도 인기가 있는지, 일본 현지에서 발매되는 작품들의 고질병이 이거다. 인기가 좀 있으면 질질 끄는 거. 이번 4권도 마찬가지다. 하나의 주제로 놓고 설명은 지리멸렬하게 해서 400여 페이 중 300여 페이지만 가도 도저히 읽을 수가 없었다. 즉 이 말은 내용이 없다는 뜻이다. 하나의 사건을 해결하고 끝나거나 다음 이야기로 넘기는 게 보통인데도 그런 거 없다. 그냥 노는 게 다다. 거기에 내레이션은 일본 개그 프로그램 특유의 그것(저렴함)을 보는 거 같아 몰입에 방해를 준다. 어쨌거나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이 작품은 졸작인가?는 필자가 정할 일이 아니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엔, 필자하고 맞지 않았다. 그뿐. 그래서 필자는 이번 4권을 끝으로 하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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