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야기도 슬슬 클라이맥스로 치닫습니다. 방탕하고 제멋대로인 4신(神) 들에 의해 고대부터 마구잡이로 소환된 용사들이 죽어서 환생도 못한 채 구천을 떠돌고 그게 원인이 되어 이세계를 유지하는 시스템에 오류를 일으키고 나아가 차원 붕괴로 이어지는 절체절명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본의였는지는 이제 와 생각은 안 나지만, 아저씨(주인공)가 주워와 배양한 사신(神)이 제시간에 간신히 부활하여 시스템 오류를 바로잡아가면서 차원 붕괴는 가까스로 막아가고는 있습니다만. 시스템 오류 여파는 강력한 마물의 등장으로 연결되고, 아저씨는 이에 대응하느라 죽을 고생을 하게 되죠. 결국 이제까지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집에서 게임하던 폐인이 4신에 의해 폭사 당하고 이세계로 끌려와 4신과 사신(神)이 벌인 전쟁의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개고생 하는 이야기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도 뭐 폭사 당하고 끌려왔지만 이세계에서의 생활도 나름 괜찮고 정들면 고향이라고 도시에 정착해 잘 살아가고 있었죠. 능력을 발휘해 이거저거 만들며 이세계 먼치킨 계보를 잘 따라가는 등 클리셰 덩어리 같은 면모도 보였습니다만, 일본식 개그 만담 같은 개그로 승화 시켜서 저렴함은 있어도 식상함은 크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물론 일본식 개그 만담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거부감이 좀 드는 호불호가 있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것도 10권까지의 이야기고 11권부터는 본격적으로 차원 붕괴를 다루고, 4신 타도를 위해 사신이 본격 부활하는 등 여러 가지로 이야기를 진척 시키면서 이야기는 진지하게 흘러갑니다. 첫 번째로 원수지간이었던 친누나와 최종 결판을 내고, 두 번째로는 그동안 신세 졌던 히로인들에게 프러포즈를 한다는 것입니다.

아저씨에게 있어서 친누나와의 관계는 지구에서부터 악연 그 자체였고, 이세계에 다 같이 끌려와서도 제멋대로 살아가고 자신을 위해 친동생은 물론이고 타인을 아무렇지 않게 희생 시키는 누나는 마왕 그 자체였죠. 그러나 겉모습과 행동은 성녀와도 같아서 사람들이 마구 속아 넘어가는, 최종 보스여도 이상하지 않을 누나를 처단하기 위해 아저씨는 함정을 파고 주도면밀하게 준비를 시작합니다. 약간의 질질 끄는 장면을 지나 마침내 마주한 자리. 이후 사실 누나 때문에 여성 혐오증에 걸려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건만, 그건 그거 이건 이거라는 듯, 그동안 신세 졌던 히로인들에게 프러포즈 하는 장면은 좀 감동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작가가 연애를 못 해본 모양인지 밋밋하기만 하군요.

맺으며: 나이 40을 넘어 홀아비로 늙어죽나 싶었던 아저씨는 용기를 내서 히로인들에게 대시를 하고, 대시를 받은 히로인들의 순수한 모습에서 이 부분만큼은 저렴함이 없는 게 흥미로웠습니다. 이세계가 붕괴되느냐 마느냐의 기로에서 뭐 하는 짓인가 싶기도 하지만 남녀 관계를 질질 끌지 않고 깔끔하게 맺어줘서 큰 점수를 줄만 했습니다. 사실 일러스트는 빈말로도 좋다 할 수 없고, 한국에서는 잘 먹히지 않는 일본식 개그로 인해 집중력을 떨어트리는 등 도처에 지뢰를 살포하고 있지만 그래도 질질 끌지 않는 낄끔함이 있습니다. 그리고 누나를 이용해 인간의 이기심을 잘 표현하고 있기도 하죠. 사실 세상은 혼자 살아가는 것이고, 내가 살기 위해서는 남을 짓밟을 수밖에 없는 치열한 세계를 살고 있다는 사회 고발성을 엿보이기도 합니다. 그나저나 사신을 역시 소녀의 모습으로 만들어 버리는군요. 누가 라이트 노벨 아니랄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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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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