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먼저 이세계에 와 있던 동생(누나뻘이던데?)과 혈투를 벌여서 간신히 퇴치했습니다. 이제 죽었으니 더 이상 볼일 없을 거라 여겼습니다. 본 작품의 주인공은 여느 주인공들처럼 똘똘하지 않습니다. "한번 전생했으면 두 번 전생도 가능하다는걸". 물론 작가가 이렇게 집필했으니, 주인공이 욕먹을 이유는 없겠죠. 1권에서 분명 동생은 신(神)까지 협박해서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게 한다는 구절이 있었을 겁니다. 불행한 것은 주인공은 이걸 몰랐다는 것이지만요. 다음엔 들키지 않고 요령을 키워 오빠 곁으로 돌아온다는 동생의 독백을 주인공이 알아챘더라면. 좀 더 일찍 지구에서 동생이 얀데레였다는 걸 깨닫고, 이세계에서 와서도 동생의 집착은 상상을 초월한다는걸, 애초에 정신이 나가지 않았으면 몇 년이나 오빠를 가둬두고 기르진 않았을 거라는 걸 알아챘다면, 이걸 간과한 주인공은 천벌받아 마땅할 것입니다. 왜냐면, 그 간과한 덕분에 이세계에서 주변 사람들이 몰살 당하거든요. 아마 전생 전 지구에서 교통사고로 부모님이 돌아가신 것도 동생의 짓이 아닐까 하는 그런 느낌도 들게 하죠.

8살이 되면서 소꿉친구 '필(메인 히로인)'이랑 마법 학원에 입학하였습니다. 동생은 죽었을 거라고 철석같이 믿고요. 그리고 3년이 흘렀습니다. 이야기는 동생이 죽었다는 확정적인 상황을 상정하고 흘러갑니다. 그래서 주인공은 동생에 대한 대처를 전혀 하지 않고 있죠. 3년 동안 학원 라이프와 정령술에 관한 승급인지 승단인지 학원 내부적인 이벤트가 벌어지지만 지리멸렬하니까 패스하고, 얼핏얼핏 동생은 살아 있고, 흑막이 되어 애들을 납치 등 주인공 주변을 맴돈다는 복선이 나오고 있는데도 주인공은 그에 대한 대처를 하지 않습니다. 마치 현실을 외면하는 듯한, 그래서 시종일관 발암적인 모습이 상당합니다. 하지만 그에 반해 이에 대한 복선을 만드는 작가의 능력이 좋은 편입니다. 주인공만 모르게, 동생의 독백과 행동으로 여자라면 이 세상 어느 누구로도 환생이 가능하다는 복선을 만들어 낸다는 것입니다. 소꿉친구가 될 수 있고, 스승인 '라켈(엘프)'의 경우엔 기억을 잃었다는 점에서 상당히 수상했었죠. 그래서 1권 이후 2권부터는 환생했으면서도 실체를 드러내지 않아 미스터리한 점을 더한 호러를 가미하면서 집중력을 높여줍니다.

하지만 그런 미스터리를 주인공만 모르게 하는 바람에 주인공은 동생이 환생한 걸 모르고 있었고, 그에 따라 대처를 소홀히 하는 바람에 상황을 따라가지 못해 멍청이가 되어 버리죠. 그 대가는 상당히 혹독했습니다. 학원에서 영왕제(궁극의 정령술사)를 뽑는 대회가 열리고 왕국을 노리는 범죄 조직 '악령왕'이 내습해오면서 학원은 순식간에 아비규환에 빠집니다. 이 과정에서 주인공은 동생이 환생했다는 걸 알게 되죠. 여기서 괴랄한 것은 동생의 힘과 능력입니다. 당대 최강이라는 로리 학원장은 힘 한번 못 써보고 사망, 그에 못지않은 정령술 실력자들도 모두 사망해버리면서 축제 같았던 현장은 지옥이 됩니다. 자, 그렇다면 동생을 한번 이겼던 주인공이 나서서 사건을 해결해야 되지 않나 싶은데요. 본론부터 언급해 보면 이 사건에서 주인공은 주역이 아닙니다. 이게 굉장히 불편하게 합니다. 동생이 살아 있고, 학원이 아비규환이 되어 가는데도 작가는 동생을 퇴청 시키는데 주인공을 활용하지 않습니다.

여기서부터 이번 3권의 문제점입니다. 동생이 살아 있을 거처럼 복선을 깔아 뒀으면 주인공도 눈치채고 그에 따른 행동을 하게 해야 하는데 왕족의 일, 정치적인 일이 껴들어서 해결하는 데 분량 1/3 가량을 씁니다. 하지만 악령왕이 학원에 내습하면서 이 일들은 없던 일로 되어 버리죠. 당최 1/3 가깝게 분량을 쓰고 없던 일로 만들어 버리는 행위를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까요. 물론 그 경험으로 악령왕 대처하는데 밑거름이 되었지만 굳이? 그리고 악령왕을 누가 선동했는가, 동생이 했는지 악령왕이 스스로 실행했는지 모호합니다. 동생은 그저 숟가락 얹었는지도 불분명합니다. 독백으로 세상을 리셋하겠다는 장면이 있는 걸 보면 동생이 사주한 거 같은데, 주인공도 어쩌지 못하는 당대 최강 학원장과 노련한 정령술사들을 힘 한번 못 쓰게 하고 리타이어 시키는 조직을 동생이 부리고 있다? 이게 정말이면 밸런스 붕괴도 이만저만 심한 게 아닙니다. 그런 아비규환 상황은 내다 버리고 갑자기 스승 '라켈'의 과거사와 학원장 사이의 개인적인 생활을 굳이 이런 극박한 상황에서 꼭 표현했어야 했나? 분량 조절을 왜 이딴 식으로 하는지 한숨이 절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동생은? 동생이 아무렇지 않게 살인을 하며 돌아다니고 있는데 막거나 없애거나 하지 않고 내버려둔다?

맺으며: 주인공 기준으로 동생이 사망했다는 전제하에서 청춘 학원 라이프 이야기를 이끌어 갑니다. 그러다 중반부터 "전조도 없이" 악령왕이 등장하고 동생이 등장하면서 일상 청춘 학원 라이프에서 갑자기 콥스 파티(호러 게임)를 연출해버리니까 괴리감이 상당합니다. 주인공이 눈치채고 있었다면 덜 했을 텐데, 그냥 이야기가 다 뭉개집니다. 이걸 위해 소꿉친구 필에게 프러포즈 하는 등 사망 플래그를 뿌린 건가? 현장이 아비규환으로 빠져도, 동생이 등장해도 주인공은 상황 인식을 따라가지 못해 이게 뭐야 하기만 하고. 작가는 대체 뭘 그리고 싶었던 것일까요. 주인공에 대한 서프라이즈? 왕족들 간 정치 싸움에, 무슨 대회 열면서 드래곤 볼 놀이에, 분위기 잡는답시고 프러포즈 청춘 러브 코미디를 찍고. 오빠 찾는 호러물이 언제부터 청춘 왕도 판타지물이 된 거죠? 그냥 무슨 향 첨가 음료처럼 향은 0.00001%만 오빠 찾는 호러고 나머진 청춘 판타지? 제목하고 본편 이야기하고 이렇게 괴리감 느끼게 해도 되나요.

겨우 괴리감을 벗어나는 후반부는 엉뚱한 '라켈'의 이야기로 분량 다 채워버립니다. 4권 낼 생각도 없으면서 동생과의 싸움 등을 제대로 맺음 내지도 않고 끝내는 건 무슨 심보일까요? 웹판 보라는 걸까요? 2권도 그랬지 싶은데 제목과 다르게 이야기가 자꾸 탈선해버니까 프러포즈 씬이라든지 청춘을 만끽하는 내용들이 좀처럼 감정이입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중반 이후 상황은 심각해지는데, 마치 갑자기 재난을 접한 사람들이 멍해지는 것처럼 현실미를 띠지 않게 되니까 이야기에 따라가지를 못합니다. 직전까지만 해도 히히히히 거리며 팔팔하게 행동하고 대회장에서 포부 있게 연설하던 학원장이 누군가에게 끌려가 꼬치에 꿰여 사망한 채로 등장한다면 이게 뭔 일인가 싶죠. 이미 학원장도 사망 플래그를 세워두긴 했지만 갑자기 이렇게? 분량 조절을 이렇게 실패해도 용서가 되나 그런 장면들이 그려집니다. 또한 그때까지도 주인공은 동생이 살아 있을 거라는 걸 눈치채지 못하는 우둔함까지. 더욱 화가 나는 건 음울하고, 음침하고, 소름 돋는 동생의 연기는 고작 몇 페이지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동생은 왜 나왔나 싶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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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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