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주인공이 아직도 살아 있는 게 신기한 8권입니다. 가는 곳마다 사건사고를 일으키고, 대화를 하면 어째서인지 상대를 열받게 하고, 쭉정이 레벨 8이라도 자신의 위치가 제도에서 얼마만큼의 영향력이 있는지 자각 없이 내뱉는 말은 일어난 사건을 해결하기 보다 증폭 시켜버리는 바람에 주변 사람들을 엄청나게 고생 시키고 있죠. 확대해석하는 주변 사람도 잘못이지만, 자신이 내뱉는 말이 실체가 되어 사건을 복사하고 증식 시킨다면 자각을 하고 조심해야 하건만, 사건이 일어나면 남 탓하기 바쁘고, 그런 주제에 운은 억수로 좋아서 사건에 휘말려도 매번 죽지도 않습니다. 사실 주인공을 죽이려면 세이프링인가 뭔가 하는 즉사 방지 보구 16개를 돌파해야 하는데, 그것으로 인해 더욱 고평가 되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죠. 사람들은 설마 보구를 이만큼이나 장착하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있으니까요. 이 작품은 이런 식입니다. 눈치 없고, 분위기 파악 못하는 주인공에 의해 주변이 휘말려 고생하게 되는 개그물이죠.

주인공에겐 적이 많습니다. 그는 자각 못하지만 그의 말과 행동으로 인해, 그리고 싸이코 동료들 때문에 범죄조직과 범죄인들은 일망타진이라 쓰고 심심풀이로 궤멸되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주인공에게 현상금이 붙는 것도 당연하고, 암살이 시도되는 것도 자연스러운 것입니다(주인공이 우두머리니까). 현상금 걸렸다고 하니까 바쁘다는 핑계를 대고 방구석 폐인을 자처하지만 붕어 대가리 3초마냥(3초 지나면 잊는다는 조크) 그새 까먹고 클랜 라운지로 내려갔다가 이마에 커다란 화살이 박히는데... 세계 평화를 위해 이렇게 죽어주는 것이 오히려 좋지 않을까 싶죠. 이번 8권에서는 제도를 박살 내버릴 수 있는 저주(주술)가 시작됩니다. 세계를 방랑하는 동료가 보내온 보구를 감정해서 저주 템인지 아닌지를 알아보지도 않고 남에게 선물로 보내버리는 멍청이(주인공) 때문에 그걸 받은 쪽의 검도장이 초토화되어 버리죠. 그래놓고 주인공은 오히려 너 님들 약해서 이렇게 된 거 아니냐고 적반하장, 상대는 반박도 못하고 미치고 졸도할 노릇.

그런데 주인공 때문에 일어났지만 주인공 덕분에 해결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져서 질이 더 나쁘다 하겠습니다. 사실 정확히는 자세히 알아보지 않고 친구에게 지우개 빌려주듯 생각 없이 행동하니까 사건사고가 벌어지는 것이고, 그걸 자각하지 않으니 주변은 더 미치고 졸도할 일이 되죠. 거기에 거대 범죄조직이 껴들고, 그걸 예언하듯이 말을 뱉어내니까. 주인공은 의미 없이 내뱉은 말임에도, 주변은 확대 해석하고, 대처하면서 사건을 미연에 방지하니 주인공의 가치는 더 올라가고, 그런데 주인공은 주인공대로 범죄조직? 난 그런 말 한 적 없는데? 그 뜻으로 말한 게 아닌데? 하지만 영악하게도 좋게 흘러가면 입 싸악 닫는 치밀함은 누구에게서 배운 건지.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주변도 잘못이긴 합니다만. 주인공은 모르는 범죄조직 사건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죠. 근데 주인공이 습격 받고 동료들이 범죄자 소탕 겸 보복한답시고 제도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가는 게 더 재미있건만 작가는 저주(주술)에 더 비중을 둡니다.

아무튼 연쇄적으로 주인공에 의해(자각은 없더라도) 저주 템이 돌아다니게 되면서 이쪽은 이쪽대로 도시는 초토화되어 가고, 그럴 때마다 주변인들이 해결해 하지만, 어째서인지 심증은 있은데 물증이 없는 범죄처럼 주인공 때문에 일어난 사건인 건 확실한데 뭐라 하지 못해서 주인공을 상대해야 하는 주변 사람들은 위장약과 혈압약을 달고 살아야 하는 지경이죠. 그렇다고 줘팰수도 없어요. 왜냐면 자기들이 쓸데없이 주인공을 고평가 중이고(이쪽은 이쪽대로 주인공이 강하고 지력가라 철석같이 믿고 있음), 그의 말을 확대 해석해서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가니 결과적으로 보면 사건 해결의 1등 공신은 주인공이거든요. 고생은 자기들이 하면서, 원인 제공자에겐 독설을 퍼붓는 거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분하죠. 사실 주인공발 사건사고도 있지만 범죄조직에 의한 사건사고도 있고, 주인공을 평가하자면 마치 고기 한점에 청양 고추 열댓 개 들은 쌈마냥 뱉을 수도 없고, 먹을 수도 없는 존재가 주인공이죠.

그리고 저주(주술)의 종착점은 교회. 세계에서 두 번째로 최악의 재앙이라 일컬어지는 봉인된 저주를 정화하는 자리에 주인공 입장... 필자 같으면 주인공부터 없애버리고 정화 시작하겠습니다. 주인공 참가부터가 재앙의 시작이거늘. 그리고 그쯤 여동생 여우(마물에 해당하는 팬텀)가 세계에서 첫 번째로 최악의 재앙이라는 정령석(주술)을 들고 제도에 입성하는데... 여동생 여우는 오로지 주인공 입에서 졌다는 소리 듣기 위해, 이것도 별 의미 없는 주인공의 행동으로 인한 나비효과. 여우(마물 팬텀) 본진에 쳐들어가 순식간에 엄마 여우(8권까지 기준으로 인류 역사상 최강의 팬텀)를 말빨로 이겨버린 주인공을 말빨로 이길 수 없자 실력 행사에 나선 것이죠. 이것도 상당히 재미있는데 9권을 보라네요. 절판이던데 구할 수 있으려나. 아무튼 엄마 여우가 절대 밖으로 내가지 말라고 할 정도로 강력한 저주가 봉인된 정령석을 들고 주인공이 사는 제도에 입성했으니, 제도는 그야말로 풍전등화. 이렇게 항상 사건의 중심엔 주인공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맺으며: 사실 주인공은 불쌍하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동료들은 하나같이 인류애가 사라진 싸이코들이고, 그들로 인해 적들은 만리장성만큼이나 쌓여져 있어 밖으로 편히 나갈 수도 없죠(주인공이 우두머리니까). 주변은 사건사고가 일어나면 그가 저질렀을 거라 지목해서 규탄을 합니다. 왜냐면, 그 중심에 주인공이 있거든요. 근데 주인공은 그저 우연히 그 자리에 있었거나 우연히 혹은 자각 없이 사건에 연결되는 말만 했을 뿐인데, 그가 뭔 말만 하면 주변은 경계부터 해댑니다. 그러니 그의 신뢰, 신용도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은행 대출받으러 가면 신용 10등급 나와서 대출 불가 뜰걸요? 주인공으로 인해 하루도 편할 날이 없으니 그에게 악감정을 품게 되는 건 당연하겠죠. 결과가 좋아도 본전 밖에 안 되는 게 주인공 인생입니다. 사실 이번 8권에서도 도시를 박살 내는 저주 템을 주인이 만든 것도 아니고, 그저 동료가 보내온 선물을 다시 써먹어 선물로 보냈을 뿐인데... 필자라면 마상을 입어 절대 방구석에서 나오지 않을 자신이 있지만, 주인공의 감성은 붕어 기억력 3초라서 금방 다 까먹습니다. 이게 좀 웃기고 슬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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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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