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프란과 주인공은 신급 대장장이의 부탁인지 의뢰인지 뭔지를 받아 마법 학원에서 선생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쪼그마한 애가 선생 한다고 뭔가 깔보는 학생들에 의해 트러블 일어날까 했습니다만, 이미 프란의 소문(진화)이 널리 퍼져 있는 상태라 목숨 아까운 줄 모르는 바보는 없군요. 오늘은 학생들을 대리고 야외학습에 나섭니다. 웬일인지 학원장인 '위날렌(엘프)'도 동석했습니다. 그리고 의미심장한 인물이 둘 붙습니다. 프란에게 있어서 거의 친할머니나 다름없었던 '키아라'를 사망에 이르게 했던 '제로스리드'와 프란이 속한 흑묘족의 조상 '뮤렐리아'가 그토록 아끼고 보호하고자 했던 '로미오'라는 소년이 어째서인지 학원장 위날렌에게 구속되어 있었습니다. 뮤렐리아는 그 옛날 신(神)의 노여움을 사 흑묘족들의 진화를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어버린 장본인이죠. '로미오'는 그 뮤렐리아가 사랑했던 남자의 자식(해당 에피소드 본지 오래되어 가물가물)으로, 현재의 로미오는 그 남자의 후손격(아마도)입니다.

이 둘이 어째서 학원장의 손에 들어가 있는가가 이번 이야기의 핵심이 됩니다. 프란의 입장에서는 씹어 먹어도 시원찮을 제로스리드를 처치하고 싶지만 학원장의 방해로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죠. 그리고 아마 십여 권 전이지 싶은데, 그때 프란과 주인공이 사생결단을 내며 싸웠던 '제라이세'가 다시 등장하여 2차전을 치르려 합니다. 시작부터 이야기가 농밀하게 전개되는데, 초반부 시작은 야외 학습 장소로 정했던 커다란 호수의 이상 현상입니다. 호수를 지키는 가디언들에게 이변이 일어나 지나가는 상단을 공격하며 피해를 끼치고 있는 상황이었죠. 프란과 주인공은 호수를 조사하면서 무언가가 호수에 봉인되어 있다는 걸 알아 가게 되고, 학원장이 왜 야외학습에 따라왔는지, 제로스리드와 로미오를 왜 구속하고 있었는지 조금씩 밝혀지죠. 이야기가 방대해서 어느 부분을 차출해 리뷰에 언급해야 될지 모르겠는데, 그 옛날 대륙을 궤멸 시킬 뻔했던 대마수가 호수에 봉인되어 있고, 학원장 위날렌은 로미오를 재물로 삼아 무언갈하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이번 15권 진행 방식은 롤플레잉 게임처럼 이상 현상을 감지하고 마을과 주변을 탐색, 조사하는 형식으로 해서 궁극적으로 보스급 마물과 싸운다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대마수를 "봉인" 하기 위해 인신공양 같은 헌신적인 이야기를 그리고, 그 인신공양된 이를 잊지 못해 수많은 세월을 슬픔 속에서 살아온 어느 인물을 그립니다. 그 인물은 위날렌이죠. 그리고 이제 그만 그 슬픔에서 해방 시켜주고 싶은 이가 있습니다. 만나지 못하더라도 저 호수 아래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삼아 가려는 위날렌과 그 슬픔에서 해방 시켜주고 싶은 이의 안타까운 이야기를 그립니다. 이 상황에서 프란과 주인공이 해야 될 일은? 결국 이들이 나서서 해결해 줘야 하는 시추에이션입니다. 애틋한 마음을 알았으니 만나게 해줘야죠. 그런데 그렇게 하면 대마수가 부활하는데? 약간은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에서 그럼 내가 해결해 줄까?(약간 각색함)라며 '제라이세'가 난입하여 깐죽 거리고 봉인을 불안정한 상태로 풀려고 하는 통에 상황은 많이 꼬여만 가죠.

이번 15권은 그동안 악연이었던 등장인물들과 관계를 청산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미치광이 과학자 제라이세를 그냥 둘 수는 없고, 원수 제로스리드와도 결판을 내야만 하죠. 하지만 로미오의 보호자 역할을 하며 다정한 모습을 보이는 그를 보며 프란은 망설이게 됩니다. 더욱이 대마수와 결전을 치르기 전, 자신은 어떻게 되든 로미오를 고아원(아마도 아만다가 운영하는 곳인 듯)에 맡겨 달라는 그의 말에 프란은 독기가 완전히 빠져 버립니다. 이번 15권에서는 위날렌이 로미오를 재물로 삼아 무언갈하려는 이유 등 인간적인 면이 상당히 부각됩니다. 하지만 제라이세와 대마수로 인해 상황은 파국으로 치달아 가고, 프란과 주인공으로 하여금 대마수 부활이라는 파국을 피하려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같은 물음을 던집니다. 사실 선택지는 없습니다. 무엇을 선택해도 파국이 찾아올 수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 있죠. 그래서 프란과 주인공(울시 포함)은 목숨을 버릴 각오를 합니다. 그에 못지않게 처절한 싸움이 벌어지죠.

맺으며: 점점 인간의 감정을 잃어가는 주인공과 변해가는 주인공을 보며 슬퍼하는 프란이 위기를 넘겨 유대를 더욱 공고히 하는 이야기와 시공 마법으로 평행세계를 연결하여 유대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것까지 언급하면 리뷰가 한없이 길어져서 뺐습니다. 이번 15권은 작가가 분량 조절에 실패했다고 이실직고한 그대로 이야기가 타이트하게 들어가 있습니다. 상하로 나눠서 내놔도 될 이야기를 한 권에 다 넣어 놨으니 여유가 없고, 그러다 보니 읽는데 많이 지치게 되더군요. 유대를 위해서라지만 평행세계에 있는 프란과 주인공이 어쩌고저쩌고, 대마수를 봉인하기 위해 누굴 인신공양 했는지, 그 봉인 관련으로 마음이 흐트러진 위날렌의 현 상황에 로미오와 제로스리드를 끼얹고, 제라이세가 난입하여 깐족 거리니 눈 돌아간다는 게 이런 건가 싶더라고요. 거기에 이야기 진행 방식이 뭔가 수수께끼를 내놓고 "알고 싶나? 하지만 안 알려줌"식으로 독자 가지고 노는 듯한 진행은 도서를 찢어버릴까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해주기도 했군요. 아무튼 리뷰는 도서 절반도 언급 못 했습니다. 무얼 하나 언급하면 그게 곧 중요 스포일러라서 이거 빼고 하니 두루뭉술해졌군요. 언급할 수 있는 건 이세계 전생 먼치킨답지 않게 참 인간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유대란 무엇인가,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슬픔을 참 잘 표현하고 있죠. 다만 이야기를 너무 농밀하게 넣어놔서 음미하며 읽기엔 부담 된다는 것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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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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