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황후의 고향 서도에서 1년 만에 도성(수도)으로 돌아왔습니다. 어딜 가나 정치권력이란 머리가 아픈 법이었습니다. 마오마오와 진시 사이도 머리가 아픕니다. 계속 신경 쓰이는 놈 포지션이었던 진시는 마오마오에게 자신의 마음을 줄기차게 들이밀었고, 마오마오는 결국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속담처럼 진시의 키스를 피하지 않게 되었을 정도로 마음을 열었습니다. 독자들은 생각하겠죠. 이것들이 초등학생만 한 자식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에 뭘 꽁냥꽁냥 거리는 거냐고. 이제 이대로 신데렐라처럼 왕자와 이어져 행복한 나날을 보낼 일만 남았네? 그렇지가 않습니다. 본 작품은 러브 코미디가 아닐뿐더러 신데렐라 같은 동화도 아닙니다. 티비 드라마는 더욱 아닙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조선시대의 왕의 동생, 전하와 의녀 정도의 사이이고, 이 작품에서 마오마오는 양반의 서자로서 원래는 숨기거나 어릴 때 쥐도 새도 모르게 죽어야만 되는 입장이죠. 이번 13권에서는 이런 관계를 참으로 리얼하게 표현합니다.

서도에서 진시를 둘러싼 큰 소동이 있은 후여서 그런지, 아님 슬슬 엔딩에 다가가서 그런지 이번 초반은 쉬어가는 에피소드 성격입니다. 마오마오 주변 사람들의 시각으로 진행되며, 그들의 삶을 풀어 놓고 있습니다. 귀족들이 정치 관련으로 싸워도 사람들이 죽어나가도 서민들의 삶은 그래도 이어진다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죠. 하지만 도성으로 돌아오자마자 살인사건을 접하는 건 좀. 이 작품도 추리 성격을 띠고 있다 보니 주인공 격인 마오마오가 가는 곳은 늘 사건이 따라다니죠. 이번엔 곧 죽어도 아버지라 부르지 않는 '라칸' 아저씨의 집무실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보니 마오마오 입장에서는 가자미눈이 되어도 이상하지 않는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하지만 뼛속까지 의학에 목숨을 거는 마오마오는 시체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고, 결국 '라칸'과 마주하게 되지만 먹을 것으로 길들여 떨어트리는 장면은 한편의 코미디가 됩니다. 중후반 일상 이야기가 끝이 나고 고대하던 진시와 마오마오와의 관계가 드디어 한 발짝 더 전진합니다.

대망의 진시와 마오마오와의 관계. 사실 마오마오는 자신의 위치를 잘 알고 있으며, 진시의 진짜 정체도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마음은 가도 줄 수는 없게 됩니다. 왜냐하면, 정치 세력의 판도가 바뀌어버릴 수 있거든요. 그녀는 평민으로 살고 있지만 아버지가 태위라는 지금의 국방장관급 되는 인물이니 핏줄로는 모자람이 없으나 엄마가 기생이었다는 점, 유곽(창관)에서 자랐던 점등으로 인해 정치판에 내놓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건 표면적인 것이고, 만약 진시의 아이를 낳는다면 어떻게 될까가 최대의 문제점으로 떠오르게 됩니다. 여느 동화라면 경사 났네로 끝나겠죠. 하지만 본 작품은 우리나라로 빗대보면 조선시대 정치판을 현실적으로 풀어 내고 있습니다. 진시는 표면적으로 왕의 동생으로 되어 있으나 진실은 좀 더 근원적인.. 진시 본인도 모르고 있을 정도로 핵심 스포일러라 언급은 못하지만, 그래서 진시의 진짜 정체를 알고 있는 마오마오가 갈등하고 고뇌하고 결단을 내려가는 장면들이 굉장히 안타깝게 다가오죠.

왜 안타깝냐면, 차기 황위 자리를 놓고 정치권이 요동치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황후는 이국(요즘으로 치면 중앙 아시아나 유럽쯤 됨)의 출신으로 왕자를 낳았으나 그 외모가 서양에 가깝다 보니 황위를 잇는 것에 신하들의 반발이 심하며, 상급 비인 리화가 낳은 왕자를 추대해야 한다는 둥, 나아가 황위 계승권을 가진 먼 친척들을 찾아 물밑 경쟁이 심화되고 있죠. 그런데 여기서 진시의 진짜 정체가 들통나고 마오마오가 진시의 아이를 낳았다면? 새로운 세력이 되어 뭐 그냥 전쟁이 일어나는 것이죠. 결국 마오마오의 혈통의 문제가 아니라 진시+마오마오의 자식은 이 둘의 마음과 상관없이 폭탄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동안 사이좋게 지내왔던 황후와 리화 비 하고 황위 계승권 문제로 적대 관계가 될 테니까요. 그 싸움에서 얼마만큼의 사람들이 죽어 나갈지. 진시는 야밤에 마오마오를 부릅니다. 마오마오는 일단 높으신 분(진시)이 야밤에 여자인 자신을 부르는 이유를 알고 있습니다.

높으신 분(일단 진시는 왕의 동생이니)이 야밤에 여자를 부른다는 것은 수청을 들라는 것이고, 마오마오는 각오를 다지죠. 이제 서로 고백하고 맺어지는 일만 남았네? 그러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진시에게 가기 전에 마오마오는 진시의 친엄마를 만납니다. 그 자리에서 마오마오는 진시의 진짜 정체를 알고 있다는 것을 넌지시 밝히죠. 하지만 자신은 장밋빛 인생보다는 전쟁을 피하는 길을, 아이를 가지게 된다고 해도 절대 낳지 않는 길을 선택합니다. 마오마오는 결국 진시의 마음을 받아주는 동시에 솔직한 마음을 주지 않으려 하죠. 정말 순애물이었다면 가슴 먹먹해지는 장면이 아닐까 했군요. 그런데 진시는 그것도 모르고... 마오마오가 얼마만큼의 각오를 다졌는지 안기 직전에야 알게 됩니다. 자신이 바랐던 사랑은 이런 것이었나? 그저 여자를 안는다고 해서 여자의 마음을 얻는다고 생각했나. 마오마오가 얼마만큼의 각오로 수청을 들려 했는지. 자,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서 진시는 무엇을 해야 할지 같은 과제가 던져집니다.

맺으며: 엔딩은 어떻게 끝이 날까 하는 복선이 좀 나왔습니다. 마오마오는 바람(윈드)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그녀는 약초와 약이 있다면 어디든 가려 하죠. 만약 진시에게 마음이 있지 않았다면 서도에서 도성으로 돌아오지 않고 계속해서 서쪽으로 여행을 떠나지 않았을까. 진시의 친엄마와의 대화에서 비슷하게 언급되는데, 참 먹먹하게 하더군요. 하지만 진시에게 마음을 열고 도성으로 돌아와 보니 현실은 녹록지 않다는 걸 알아 갑니다. 벌써부터 차기 황위 자리 놓고 기싸움을 벌이고 있으니. 잠들기 전, 문득 라칸(아버지)의 집무실에서 죽은 사람이 궁에서 무엇을 하려 했는지 알게 되었죠. 진시와의 사이에서 아이를 가지지 않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동원하는 장면은 그녀가 파국을 피하기 위해 얼마만큼 마음을 크게 먹었는지 알게 해줌과 동시에 서글픈 감정을 들게 해줍니다. 결국 진시도 앞 날을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습니다. 정치권은 이들의 마음과 행동과는 별개로 움직이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필자는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복선도 나왔겠다, 둘이서 머나먼 길을 떠나는 것이죠, 일명 야반도주라고도 하는데, 티격태격하며 길을 떠나는 장면으로 끝맺음 해주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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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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