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드디어 지상으로 올라왔습니다. 많은 일이 있었지만 다 잊고 새로운 출발을 기대해도 좋을 만큼 하늘은 푸르렀죠. 3권 마지막 페이지, 동굴 입구에 서서 하늘을 쳐다보는 여주의 일러스트는 참으로 많은 걸 생각하게 했습니다. 지구에서 죽어 이세계로 전생해 거미로 태어나고, 태어나자마자 엄마에게 먹힐 뻔했고, 잠도 제대로 못 잘 정도로 언제 목숨을 잃을지 모를 던전에서의 생활, 그럴수록 살고자 하는 욕망과 오기. 온갖 위기와 고생을 뛰어넘어 드디어 지상으로 올라왔으니 이제 좀 편한 생활을 해도 좋지 않을까 하는 그런 느낌. 하지만 이것도 잠시, 여주는 인생 최대의 적을 맞이하게 되는데요. 중층에서 화룡과 싸울 때 위화감이 들어 근원을 찾아보니 엄마가 권속 지배로 여주를 컨트롤하고 있었다는 게 밝혀졌었죠. 이에 여주는 병렬 의사(다중 인격 같은 거)를 이용해 정신 공격으로 되받아 쳤고, 엄마는 형제, 자매 대군을 보내오면서 이제 결전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만. 요리조리 잘 피해 다니며 어떻게 될 거 같아서 그런가 그동안 강적을 만나 어떻게 이겨 왔기도 했고 엄마와의 결전도 어떻게 되겠지 하는 여주의 안일함은 큰 대가를 불러오게 되죠.

한편 필자가 남주라고 칭하고 있는 용사(여주 반 친구) 쪽은 정사(正史)가 아닐 정도로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유고(용사와 여주 반 친구)'에 의해 나라와 여동생을 빼앗기고 도망자 신세가 된 용사는 엘프의 나라로 향하는데요. '유고'가 대군을 이끌고 엘프의 나라를 침공한다고 하니 막아야 하는 것도 있고, 엘프의 나라에서 보호되고 있는 전생자(반 친구들)들도 만나 보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많이 절망적이죠. 마왕군도 엘프의 나라로 진군중이거든요. 엘프의 나라에 도착해 보니 그들도 인간에게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죠. 반 친구들을 보호한다고 해놓고 방치 수준이고, 아이들은 자급자족을 해야 할 정도로 상황은 열악하였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여기에 오게 된 경위도 납치, 인신매매 등 빈말로도 좋다 할 수 없었죠. 왜 이런 상황인지 설명을 해주어야 할 선생님은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아 뭔가를 숨기고 있는 거 아닌지 하는 의심이 쌓여만 갑니다. 아이들을 보호한다는 명분이 여주도 만나기도 했던, 이세계를 관리하는 관리자들의 손아귀에 떨어지지 않게 하기 위함이라는데, 그 사실이 좀 충격적이죠.

이세계를 관리하는 관리자들이 있고, 그 관리자와 적대하는 세력이 있고, 관리자들은 그들에 대항하기 위한 힘을 얻으려고 이세계를 사육장 같은 걸로 만들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져 옵니다. 관리자들이 이 세계인과 전생자들에게 스킬과 능력을 준 것은 마치 닭을 성장시켜 잡아먹으려는 것과 일맥 상통하는 게 있습니다. 그래서 엘프들은 전생자들을 보호하려고 한다는데, 진실성이 없는 것에서 뭔가 숨기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추측을 들게 한단 말이죠. 그러니까 관리자급의 반대 세력이 있고 엘프는 그 산하 세력이 아닐까 하는 것입니다. 관리자 세력하에 있는 유고와 마왕군처럼요. 뭐 본인들은 거의 인식 못 하고 있는 거 같지만요. 유고와 마왕군이 엘프의 나라에 쳐들어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죠. 관리자의 뜻에 반하니까. 그렇다면 여주는 어느 세력일까. 통칭 관리자 D라는 사신은 여주를 찾아와 왜 이세계로 전생하게 되었는지 알려주면서 이세계가 사육장이라는 것은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알려 주었다면 여주도 유도되어 왔다는 것을 알게 될 테니까요. 중간중간 진화 때 내성 스킬을 미리 습득하지 않았다면 절대 진화 못하고 죽었을 거라고 사신이 언급한 부분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시 여주의 상황. 그녀의 안일함은 엄마가 대지를 뚫고 솟아 올라왔을 때 공포로 되돌아옵니다. 움직일 때마다 대지가 초토화되고, 브레스 한 방에 산이 증발하는 미증유의 재앙을 접한 여주는 아무리 성장해도 무엇 하나 바뀌지 않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엄마의 요청에 여주를 요격하기 위해 찾아온 재앙X1000의 오리진 마왕은, 여주와 쏙 빼닮은 거미였고, 알고 보니 엄마는 마왕의 부하였다나요. 이 마왕은 사실 전생자(반 친구)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하게 하였습니다. 신(神)에게 치트를 받고 주인공 버프를 받아 사기성 성장을 하지 않으면 도저히 이룰 수 없는 능력을 가진 캐사기급이거든요. 마왕이 휘두른 팔 한방에 조각조각 나버린 여주. 절체절명이란 바로 이런 거라는 걸 잘 보여주고 있는데요. 이 조각조각 난 상황에서 엄마를 퇴치하고 마왕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이 캐사기급 마왕이 직접 엘프의 나라를 치러 간다는데, 엘프의 나라가 정말로 관리자급 대항 세력인가?라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고 다들 생각하겠죠. 그런데 이곳이 사육장이라면 마왕도 죽여 리소스로 써야 할 텐데 누가 죽이지? 씨수탉이라서 남겨두고 있는 건가.

맺으며: 이번 4권을 요약하면, 관리자와 관리자에 대항하는 세력, 그리고 관리자들에 의해 유도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그것을 거부하려는 엘프. 그런 엘프를 말살하는 유고(반 친구)와 마왕군은 관리자 세력. 여주는 제3세력? 엘로 대미궁에서 용사를 만난 여주의 잔재(복제 같은 거)를 보면 그녀도 관리자가 되었지만 방관 세력이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하게 했습니다. 덤으로 1~3권 사이드 스토리(S)에 등장했던 거미는 여주의 전재였다는 것, 서술 트릭으로 여주와 용사(외에 반 친구들과도)의 시간에 괴리를 느꼈었는데, 현재 여주는 아직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동물은 태어나고 얼마 뒤 성체로 성장한다는 점을 이용한 트릭이었다는 이제야 완전히 이해하게 되었군요. 그러니까 여주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이야기에선 여주는 성체에 가까워졌지만 1살이고, 반 친구들도 이제야 갓난아기라는 말씀(사실 이번 4권 작중에서 언급됨). 즉 사이드 스토리(S)에서 반 친구들이 청소년으로 성장했을 때 여주도 그에 맞게 나이를 먹었고 성장하여 신적인 존재로 성장해 있을 수 있다는 것.

아무튼 진(眞) 주인공은 여주라서 그런지 절체절명이라도 손에 띰을 쥐는 그런 상황은 없고, 마침 미리 준비했거나 숨겨둔 거 있는데 꺼내서 써야지 같은 느낌인지라 큰 흥미로움은 없었군요. 그보다 마왕과 여주의 조우씬이 대단했습니다. 여주가 성장하면 딱 저렇지 않을까 하는 무시무시함과 약간의 멍청함은 몇 초 등장에 비해 여운은 계속되는 신기함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왕도 마왕이지만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엄마를 깨작깨작 공략하고, 어떻게든 살아가고파하는 그녀의 요망을 작가가 들어주는 장면이 인상적이죠. 그런데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으로 넘어갑니다. 판타지라면 진부하고 클리셰인 습격 받는 마차를 구해주었더니 반 친구(전생자)가 마차에서 내리네요? 위에서 언급한다는 게 잊어버렸습니다만, 유고 말고도 반 친구들 중에 배신자가 있습니다. 이 배신자 때문에 용사는 나라를 잃고 여동생을 빼앗겨야만 했죠. 다만 아직 배신한 이유는 나오지 않고 있는데, 여주(이때 1살)와 그 배신자에 해당하는 반 친구(현재 1살)와 여기서 만나다니 뭔가 운명적인? 이 배신자는 여주와 만나면서 뭔가 영향을 받았던 걸까, 아님 천성이 그런 걸까, 굉장한 궁금증을 낳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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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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