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거미입니다만, 문제라도? 5권 리뷰 -거미녀, 세계 여행 시작-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마왕 너무 강했습니다. 휘두른 팔 한 방에 몸은 조각조각, 머리만 바다를 둥둥 떠다니는 호러, 몰려드는 피라냐(수룡), 자동 회복 스킬로 어떻게 몸뚱어리를 재생 시키고 대륙에 상륙. 다행히도 마왕은 여주의 기척을 감지하지 못하는지 엄한 곳을 뒤지고 있습니다. 아니 처음엔 조각조각 났으니 죽은 줄 알았지. 이참에 행동반경을 넓히던 여주는 도적들에 의해 공격받고 있던 마차를 구해주었죠. 그리고 엄마의 품에 안겨 마차에서 내리는 아기를 감정한 순간. 그리고 미래, 필자가 남주로 취급 중인 용사의 나라를 멸망 시키고 많은 이들을 세뇌하여 용사를 궁지로 몰아넣었던 '유고'의 편에 서서 막강한 힘을 행사했던 '소피아 케렌'. 아이들이 이세계로 전생하고, 성장하여 각자의 길을 걸을 때까지의 역사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이번 5권에서 본격적으로 언급되기 시작합니다. 4권 리뷰 말미에 배신자라고 언급했던 인물이 '소피아'인데요. 일단 히로인이고, 얘도 반 친구 중 하나입니다. 선생님에 따르면 관리자는 이세계인들을 키워 잡아먹으려는 아주 나쁜 신(神)으로 표현되고 있으며, 소피아는 왜 그런 관리자 편에 서 있는가라는 의문을 제시하였었죠.
과거이자 현재, 그 '소피아 케렌'이 갓난 아기인 채로 어느 아줌마의 품에 안겨 있었습니다. 이것은 운명적인 만남일까. 여주는 소피아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기에 인족을 배신하고 관리자 편에 섰는가. 그런데 배신자라고 칭한 건 잘못되었다고 5권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미래, 간신히 엘프 마을에 도착한 용사 일행은 '유고'가 이끄는 대군을 맞아 싸워야 하는 입장에 놓입니다. 선생님은 여전히 뭔가를 숨기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제약이 있어서 알려 주고 싶어도 못 알려주는 처지이고, 그래서 엘프 족장(그녀의 아버지)에게 이용당하는 처지에 놓여 있고, 그거와 별개로 선생님이라는 책임을 다하려 아이들을 보호하려는 눈물겨운 모습은을 보여주었지만 한편으로는 가식으로 느껴지기도 했군요. 그리고 용사 일행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소피아 케렌'. 엘프 몰살을 선언합니다. 이때까지의 서술 트릭에 농락 당해서 엘프는 좀 막무가내지만 관리자에 대항하는 선(善)의 편이라고 필자는 멋대로 착각을 했었는데요. 여전히 착각 중일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번 5권에서 엘프들이 그녀(소피아)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나오면서, 선(善)의 행방은 180도 바뀌게 됩니다.
다시 과거이자 현재, 갓난아기 소피아를 구해주었던 여주는 어쩐 일인지 그녀의 주위를 맴돌고 있었죠. '소피아'는 전생자입니다. 선생님은 반 아이들을 보호하려 하는 중이었죠. 그러니 '소피아'도 보호하려 할 테고, 근데 이 시기 선생님도 아직 아기였던 시절인지라, 선생님의 말을 듣고 대신 보호하러 온 엘프가 있었으니. 이전부터 엘프는 전생자들을 보호한다기 보다 관리자에게 빼앗기지 않기 위해 가둬둔다는 느낌이 강했죠. 근데 굳이 보호할 필요 없이 죽이면 더 편하잖아?라고 생각하는 엘프가 있었고, 그런 일이 소피아'에게 일어납니다. 하지만 그녀의 곁에는 여주가 있었죠. 여기서 서로 좋게좋게 끝났으면 사실 이야깃거리가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필자는 여기서부터 역사가 시작되지 않았을까 싶더군요. 몸은 마물이라도 아직 사람의 마음이 남아 있었던 여주는 위기에 처한 그녀(소피아)를 못 본척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소피아를 죽이려던 엘프는 가공할 실력을 보여주었죠. 구하러 왔다 되려 위기에 빠지는 거미녀. 절체절명의 순간에 난입해오는 마왕. 엘프 하나로도 힘든데 마왕까지. 인생 아니 거미생 잣되었다는 게 바로 이 순간이었을 겁니다.
불타는 도시, 엘프에게서 자신(소피아)을 지키기 위해 산화해간 부모님, 엘프와 결사적으로 싸우며 자신을 구해주었던 거미녀. 여주를 만난 소피아는 어떤 영향을 받았을까. 작가가 나쁜 겁니다. 앞에선 악(惡) 하게 표현 해놓고(필자가 선하다는 걸 알아채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이런 반전을 보여주다니. 그녀(소피아)는 갓난아기 때부터 인생 하드모드였고, 어쩌면 여주가 그녀를 구해준 건 그녀에게서 자신(여주)의 처지를 봤을지도 모르겠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여주도 태어나자마자 거미생 하드모드였죠. 아무튼 보답해 줄 수도 없는 상황에서 아군이 되어준 거미녀에게 충성을 다하지 않으면 인간이 아닌 것이죠. 시종에게 안겨 처음으로 입을 연 소피아에게서 담담한 말투임에도 왠지 모르게 가슴을 울리는 슬픔을 느꼈었군요. 그리고 거미녀를 부모 이상으로 따르지 않을까. 소피아에게 있어서 엘프와의 악연은 여기서부터 시작이고, 여기가 엘프 몰살을 마음먹은 시작점. 사실 리뷰에선 뺐습니다만, 도시가 불타는 것도 인간들 때문이었으니 인간에게도 좋지 않은 감정을 이때 가지게 되었을 테고, 미래에 유고의 편에 선 게 아니라 꼬드겨 엘프와 같이 망하게 하려고 했던 게 아닐까 싶은 것도 있습니다.
잠깐 밖에 나가 있었던 마왕, 이 작품에서 제일 극적으로 성격이 바뀌게 되고, 여주에게 가장 최악으로 당하게 되는 개체 1호가 됩니다. 구구절절 언급하는 건 귀찮으니 패스하고, 신(神)에게서 치트를 받은 전생자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막강한 먼치킨이었던 마왕은 여주의 의지와 상관없이 어떤 일로 인해 맥없이 무너지고 말죠. 무너졌다고 해서 죽었다는 의미는 아니고, 대충 표현하자면 여주가 가진 능력이 멋대로 저지른 음흉하고 교활하고 비겁한 방법에 당했다고만. 그것도 여주의 의지와 무관하게 공격하고 있어서 질이 더 안 좋다는 것. 아무튼 간에 마왕 입장에서는 여주를 죽어라 죽여도 부활하는데다(주인공 치트), 안 본 사이에 점점 강해지니까 소름이 막 돋는 겁니다. 그래서 가장 강하면서 가장 추악하게 당하는 웃지 못할 캐릭터가 되어 버리죠. 정신이 피폐해진 마왕은 두 손 두 발 다 들고 여주에게 동맹을 제안합니다. 소피아와 더블어 핵심이니까 꼭 보시길. 근데 알고 보니 여주의 할머니네? 엄마는 딸에게 죽고, 할머니도 손녀에게 처맞는 상황, 이처럼 유쾌하게 콩가루 집안을 표현하는 작품이 또 있을까요. 그런 그녀들에게 둘러싸인 '소피아 케렌'은 과연 어떤 영향을 받았을까?
맺으며: 그러니까 이번 5권의 요점은 악(惡)이라 생각했던 인물이 사실 피해자였다는 말씀. 소피아는 용사의 나라가 멸망하는 계기가 된 인물로서 용사가 이끌어가는 정사(正史)에 큰 영향을 준 인물로 각인시켜 주었었죠. 선생님도 그녀를 관리자 편에 선 배신자 취급도 했었고. 그러니 보는 입장에서도 당연히 악의 이미지를 가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만. 이번 5권에서 그녀가 왜 엘프 말살하려는지를 보여줌으로써 이미지를 180도 달라지게 만들어 버립니다. 물론 이후 다른 관리자 편에 서서 진짜로 나쁜 짓 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녀가 부르는 '주인님(선생님이 관리자라 부르는 인물)'이 누구인지도 이번에 밝혀지면서 그럼 그렇지 하는 납득과 주인님을 배신하는 일은 절대 없겠다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참고로 '유고'는 그냥 정사(正史)에 끼지 못하는 쓰레기. 아무튼 불타는 도시를 뒤로하고 여행을 떠나는 여주와 마왕 그리고 갓난아기 소피아의 장면은 조금은 진부하면서도 조금은 가슴을 울리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필자가 주인공 취급해 주는 용사는 어쩐 일인지 갈수록 발암이 되어 갑니다. 어찌할 수 없는 강적을 만나 후퇴해서 지킬 사람은 지켜야 함에도 무모하게 닥돌 하려는 거나, 사람 말을 은근히 안 들으려 하고, 엘프들이 전생자와 자신들에게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 알면서도 지켜주려는 건 용사답다 싶지만 보는 입장에서는 발암 그 자체였군요. 외에도 관리자와 만나 담판을 짓는 거나 여러 가지 정사(正史)에 미치는 이야기가 있지만 지면 분량상 뺐습니다. 마지막으로 일단 5권까지의 기준으로 엘프들은 여느 판타지와 다르게 엄청난 악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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