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막달라에서 잠들라 2권 리뷰 -있을 곳이 생긴 고양이-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늑대와 향신료에서 호로는 늑대의 화신으로서 사람 머리 꼭대기에 앉아 가소롭다는 듯이 세상을 바라봤다면 이 작품의 고양이의 화신 페네시스는 세상 물정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순백의 상태를 보여주고 있죠. 뭐 고양이 화신이라고 해도 늑향의 호로처럼 정령의 일종은 아니고, 흔히 판타지에서 등장하는 수인의 한 종족에 불과합니다. 특징은 흔하디흔하게 나오는 것이 아닌 매우 희귀한 종족으로서 종교적 입장에서는 늑향과 마찬가지로 이단으로 분류되고 있다는 것이군요. 공통점은 외로움을 억수로 타는 호로처럼 페네시스 또한 자신이 있을 곳을 위해서 의존성 집착을 보인다는 것이고요. 오죽하면 자신의 일족을 몰살시킨 기사단에 의탁되는 것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였니까요. 주인공 공방에 파견되어 세상 물정을 너무 몰라 주인공에게 매번 놀림을 당하고, 뒤늦게 놀림당했다는 걸 알아도 되받아치지 못해 인간 불신에 빠져가는 모습들이 흥미롭죠. 사실 주인공 입장에서는 신앙을 위해선 사람 해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연금술사와 상극인 성가대에서 감시를 목적으로 파견된 페네시스가 달가울 리 없었긴 합니다만, 주인공이 그녀를 놀리는 것은 매사 수동적인 데다 세상 경험이 너무 없어서 이러다 사기당해서 팔려가는 거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애가 백치미다 보니 가만히 내버려 둘 수가 없었던 것이죠. 당연하게 돌아오는 건 마이너스 호감도. 하지만 있을 곳이 절실했던 페네시스는 싫어도 같이 동거할 수밖에 없습니다.
1권에서 공방 전임자의 사망 사건을 파헤친 끝에 범인을 붙잡으며 기사단을 궁지로 몰아넣는 것과 동시에 기사회생 시킨 주인공은 그 보답으로 페네세스를 받아오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왜 기사단 얘기가 나오고 페네시스를 받아오는 얘기가 되느냐는 설명이 길어지니 패스하고요. 2권 전반부에서는 페네시스가 악의 소굴에서 주인공 공방으로 이전되고 다시 있을 곳을 위해 주인공이 시키는 일을 군말 없이 해나가는 모습들을 그리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연금술사이고, 사실 말이 연금술사이지 주인공이 하는 일은 주로 철광석을 가져와 철로 제련하고 어떻게 하면 고순도의 철을 만들 수 있나를 연구하는 것으로 페네시스는 그의 조수가 되어 철을 제련하는 일을 하게 되죠. 이 과정에서 주인공은 여전히 짓궂은 말을 내뱉고 페네시스는 토라지는 일상이 펼쳐집니다. 여기서 유념해야 될 것은 흔히 청춘 러브 코미디처럼 달콤 쌉싸름한 분위기가 아닌, 어디까지나 페네시스에게 사회 경험을 시켜주는, 웃음기 없는 교육 같은 장면들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어느새 주인공 마음 한켠에 그녀가 자리 잡고 있다는, 남녀가 한자리에 있으면 서로 의식 안 할 수가 없다는 클리셰도 동반하고 있긴 합니다. 이게 어느새 주인공에게 있어서 그녀는 남에게는 못 준다까지 성장시키긴 했지만 내색은 하지 않고 있죠. 그보다는 시급히 해결해야 될게 수동적인 그녀를 능동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고, 이에 따끔한 말과 자상한 말로 그녀의 변화를 이끌어 낸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단과의 전쟁이 북쪽으로 확장되고 동시에 최전선도 북상하면서 지금의 도시는 최전선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주인공에게 있어서 연금술은 그의 아이덴티티이자 목숨. 연구야말로 이 세상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기에 최전선을 따라 자기도 북상할 것인지 고민에 빠지게 되죠. 따라가면 되지 않나? 이단과 싸우는 기사단에서 안 끼워주니까 문제죠. 너 님 아니어도 많은 게 연금술사이기에 경쟁도 치열하고요. 그렇담 남은 건? 뇌물이죠. 이 시대는 그래도 돼요. 근데 뭘 바치지? 2권 전반부에서는 페네시스가 주인공 공방에 기거하게 되면서 세상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법을 그리고, 후반부는 북쪽으로 가기 위해 인간의 길을 벗어나는 주인공을 그립니다. 연금술을 위해선 그게 성인(聖人)의 뼈일지라도 용광로에 던지는 걸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망가진 주인공이기에, 뭐 교회에 발각되면 당연히 이단으로 목이 매달릴 일이죠. 1권에서 실제 목이 매달릴 뻔하였으나 교회와 대립하는 기사단 소속이라 겨우 목숨을 건졌고, 그런 일이 있음에도 수단을 찾는 것에서 방법을 가리지 않는 건 어쩌면 그에게 있어서 당연한 것입니다. 아무튼 기사단이 흘깃할만한 무언가를 찾아야 하고, 마침 좋은 무기가 떠오르게 되죠. 하지만 제조법이 실전(失傳) 되어 이제 이 도시에서 그 제조법을 아는 사람은 단둘. 주인공 눈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이 과정에서 그의 성격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죠. 그리고 누가 늑향 작가 아니랄까 봐, 부부 사기단이 등장하는데...
맺으며: 이용당하는 삶이라도 있을 곳을 위해선 밤에 남자들만 있는 공방에 찾아가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페네시스를 두고 볼 수 없어서 인간의 존엄과 삶의 목적을 깨닫게 해주는 자상함을 그리는 것과 동시에 자기가 원하는 것을 손에 넣기 위해 인간 이하의 짓을 해대는 주인공을 동시에 표현하는 것도 쉽지 않을 텐데 작가가 그걸 해냅니다.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자 여자를 발가벗겨 용병 집단에 던지겠다고 협박하는 주인공은 이 작품이 처음이지 싶군요. 뭐, 명분을 만들어 여자를 강x 하거나, 뭣대로 이유를 붙여 죽이는 주인공을 둔 작품들 보다야 순한 맛이긴 합니다만. 어쨌거나 사실 주인공이나 페네시스나 둘 다 제정신이 아닌 건 확실하죠. 주인공은 연금술을 위해 악마에게도 영혼을 팔 기세고, 페네시스는 있을 곳을 위해 몸이 더러워지는 것도 마다하지 않으려 하니까요. 물론 진짜 그런 일하는 건 아니고 그만큼 각오가 서려 있다는 의미. 근데 하필 만난 게 주인공이고, 언제나 짓궂은 주인공에 의해 매운맛으로 세상 살아가는 법을 깨우쳐가게 되죠. 이제는 그의 조수가 되어 용광로 앞에서 땀 뻘뻘 흘리며 철 제련에 힘쓰는 모습은 안쓰럽기 그지없게 되었습니다. 이전에는 세상 물정 모르고, 심하진 않지만 대인 기피증에 타인과의 대화에 어려움을 겪고(아직도 안 고쳐짐), 어떻게 이때까지 생존할 수 있었는지 주인공도 의아해할 정도. 그런 그녀가 주인공을 만나 조금씩 마음을 완성해가는 게 흥미롭긴 한데, 문제는 주인공도 정상인이 아니라는 것. 그럼에도 온기를 원하고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주인공에게 기대는 그녀. 그 이면에는 일족이 몰살되어 혼자가 되었다는 과거가 있다는 것. 좀 많이 칙칙한, 잿빛 같은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3권부터는 조금 더 다양한 감정을 가지게 된 페네시스를 그리지 싶긴 한데, 보고 있으면 숨이 막혀 더 읽을 용기가 나지 않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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