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깁니다. 쓰다보니 길어졌는데 양해 바랍니다. 사실 별 거 없습니다.ㅠㅠ


1999년 9월 9일 세계 각지에서 돌연 출연하여 사람들을 잡아먹기 시작한 '멜리스'라는 괴생명체와의 전쟁은 2070년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초반 우세를 보이던 인류는 곧 반전되어 수세에 몰리게 되었고, 인류가 새로운 무기를 갈망하면서 등장한 [네이버]라는 거대 병기와 네이버 파일럿의 의미를 가지는 네이버 후드의 획득, '헥사'라는 이능력을 발현하는 사람들이 등장하면서 전황은 고착상태에 빠져들고 멜리스는 일반인 보다 이능력을 발하는 헥사를 최우선적으로 노려 잡아먹는다는 것에 착안하여 일본 정부는 헥사를 미끼로 쓰기 시작합니다. 이 작품은 근미래 아포칼립스물 카테고리에 속하고 하위폴더로 SF 메카닉물 입니다.


주요 등장인물: 셀렌(히로인, 네이버 후드), 시키(헥사, 셀렌 친구), 아오이(헥사, 셀렌 친구), 에이룬(남주인공, 다른 세계에서 전이해온 파일럿), 엘피나(자율 AI, 에이룬 전용기)


제2후지, 일본 어느 바다에 몇만 명이 상주한 거대한 해상 플랜트의 총칭이자 이 작품의 주 무대입니다. 여기에 멜리스가 최우선적으로 노린다는 이유로 헥사들을 모아다 격리 시켜놓고 미끼로의 활용 및 대 멜리스전 전초 기지로 쓰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이야기의 핵심인 [네이버]라는 병기와 파일럿인 통칭 '네이버 후드' 셀렌​(15세 여학생)과 그녀의 친구들은 멜리스에 맞써 싸우고 있었습니다.

셀렌, 그녀에겐 인권​이 없습니다. 어째서 네이버 후드로 선택 되었는지 모릅니다. 어느날 네이버 후드가 되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인권이 말살된 채, 네이버 '데스토블룸' 움직이기 위한 도구로, 부품으로써 움직일 뿐 인간들에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의지와 상관없이 태워져 고통으로 점철될뿐인 전장으로 향하면서 그녀는 울부짖습니다. 미소녀 메카닉물 같은 느낌이라서 핑크빛 하렘 같은걸 떠올리기 쉽상인데 이 작품은 상당히 시리어스 합니다. 그러니까 인류를 위해 너 하나 희생 되어 주세요 같은겁니다.


이 작품에 가장 유사한 작품을 찾으라면 마브러브 씨리즈를 들 수가 있습니다. 인류를 위협하는 괴수에 맞써는 메카닉물이라는 것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가 있고, 괴수가 사람을, 특히 파일럿을 잡아먹는 것에서 유사성을 보여 줍니다. 미증유의 사태를 초래한 멜리스를 맞이하여 인류는 70년이나 긴 전쟁을 치뤄오고 있었고, 이능력을 쓸 수 있는 헥사가 태어나고  전기장이라는 메카닉의 개발로 인류는 간신히 고착 상태를 만들어 냈습니다.


제2후지를 감싸듯 반달 모양으로 펼쳐진 무인도에 몰려오는 멜리스에 맞서는 그 전장 한가운데 [네이버] '데스토블룸'​의 콕핏에 셀렌이 타고 있었습니다. 네이버, 통상 병기가 통하지 않는 멜리스 모체를 쓰러트리기 위한 결전 병기는 파일럿에게 심적 부담감을 가중 시키는 통각 공유라는 정신 나간 시스템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생각해보세요. 로봇의 부품이 뜯길때 자신의 몸이 뜯기는 듯한 고통이 다이렉트로 뇌로 전달될 때의 공포를, 소녀는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도망을 선택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돌아오는 건 인권 상실에서 오는 거리낌없는 지독하고 가혹한 철권제재, 콕핏에서 다이렉트로 뇌에 전달되는 고통보다 도망갈 길도 없고 눌러서 고통을 완화할 수도 없는 전신이 바늘로 찔리는 고통을 인간들에게서 받는 부조리는 그녀로 하여금 커뮤니케이션 장애를 불러왔습니다. 그러고보면 이 부분은 노 게임 노 라이프의 '시로'를 떠 올리게 합니다. 지능은 어떨지 몰라도요.

읽다보면 의문이 듭니다. 주변 사람들은 왜 그녀에게 따듯한 말 한마디 건내지 않는 것인가, 그녀는 왜 이런 처우를 받는가, 그것은 그녀 밖에 네이버를 조정할 수 없기 때문인데요. 그녀가 없으면 전선이 뚫리고 제2후지에 기거하는 몇만 명의 민간인과 6천 명의 헥사는 전멸 코스를 타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다면 정상입니다. 사람을 물건 취급하는 부조리...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네이버에 태워져 고통으로인한 눈물이 마르지 않던 어느 날, 출격한 전장에서 그녀는 다른 공간에서 전이해온 어느 전투기 파일럿을 운명적으로 만나면서 그녀에게 전기(轉機)가 찾아옵니다. '에이룬 바자트' ​19세 남자, 그는 '구해줘'라는 셀렌의 필사적으로 도움의 요청에 대답해줍니다. 구원받는다는 건 이런 걸 말하는 것이라는 걸 셀렌은 느꼈는지도 모릅니다.


여차저차해서 제2후지에 착륙한 남자의 정체가 지금 한창 유행하는 애니메이션의 서브 주인공으로 밝혀지는데요. 사실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현실 출현이라니 좀 비약적이거나 현실적이지는 않았습니다. 신선하기는 해도요. 뭐 현실의 고등학생이 이세계로 넘어간 경우와 비슷하지 않을까 합니다. 어쨌건 사람들은 그에 관련된 현실을 외면이라는 이성의 끈을 놔 버립니다.

그리고 후반에 복선, =여담으로 이 작품은 희한한게 대놓고 여기와 저기는 복선 입니다.라고 말하기도 한다는 것이군요.= 여튼 복선이 깔리면서 그가 현시로 나온건 우연이 아니었다는게 밝혀지지만 본격적인건 시간이 좀 흘러야 되지 싶군요. 여튼 사람들이 정신줄을 놓으면서 주인공의 고행길은 지금부터라고 이 작품은 말하기 시작합니다. 겉만 보고 판단하는 인간들과 이름에서 시작된 오해를 표현한 성격 묘사를 어쩜 이렇게 적나라하게 잘 해놨는지 소름이 다 돋을 지경이었습니다.


정신줄을 놓은 부작용인지 셀렌에게 가해지던 부조리가 에이룬에게도 가해지기 시작 합니다. 그가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똑같은 모습이라는 것과 이쪽 세계에서 받은 이름으로 시작된 오해는 왜곡되고 엇갈림으로 번졌고, 급기야 셀렌의 친구 '아오이'(1)를 중심으로 한 헥사들이 일그러진 정신으로 무장하여 에이룬을 흠씬 두둘겨 패기 시작합니다. 폭행 자행하는 아오이의 말에 따르면 네가 두둘겨 맞는 건 늦게 나온 것도 모자라 개폼 잡으며 멜리스를 사냥을 미뤄 동료들의 사상자를 늘렸냐는 게 때린 이유였습니다.


에이룬 입장에서는 당황스럽습니다. 애니메이션 속에 자신의 세계에서 이곳으로 전이되어 것만 해도 벅차 죽겠는데 전혀 믿어주지 않는 사람들, 그리고 이유 모를 집단 린치와 엇갈림은 그에게 있을 자리를 빼앗아 버립니다. 그래서 다들 언급하는 애니메이션을, 자신이 출연하는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비로써 자신의 존재 자체가 부정 당했다는 걸 알아 갑니다. 그리고 존재 자체를 말소당한 셀렌, 또다시 방황하는 그녀를 도와주면서 둘은 당연하다는 것처럼, 자석의 양극처럼 서로를 끌어당기기 시작합니다. 운명이 시작된다고 해야겠죠.


둘은 존재의 부정에서 오는 유대감으로 서로가 상처를 보다듬어 주고, 치유해가면서 얻은 온기는 사람을 그 무엇보다 강하게 합니다. 또다시 대군을 보내오는 멜리스에 맞서 싸우기로 결심하는 셀렌, 그리고 셀렌의 마음을 이용하는 그녀의 친구 '시키'의 악의, 악의에 이용되어 세상에서 유일하게 안식처를 제공해주었던 사람을 위해 목숨을 거는 셀렌과 고통으로 점철될 뿐인 그녀의 전투를 말리지 못한 에이룬의 처절한 몸부림, 그리고 악의라는 겉포장을 뜯으며 내용물은 선의였다며 이 마음을 알아 달라는 시키의 행동은 필자의 정신에 심각한 대미지를 안겨 주었습니다.


그녀는 헥사들이 기거하는 학원의 생도장에 위치하며 전투시 오퍼레이터들을 지휘하며, 고통에 몸부림치는 셀렌을 사지로 몰아넣고는 '사실은 누구보다 셀렌을 걱정하고 있었어!'​라는  그리고 그게 진심이었다는 게 밝혀지면서 도서를 읽는 필자를 혼란스럽고 당황스럽게 합니다. 그야 에이룬에게서 셀렌을 빼앗기 위해 스턴건으로 그를 마구 지지며 자신의 의지를 관철했고, 셀렌을 위했다는 진심을 비춘 이후에는 그에게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으며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거 같았거든요.


'이것은 인류를 위한 것이다. 그러니 저 아이는 희생되어도 돼!!' 같은 자기 합리화에 콕피트에 강제로 태워지면서 두둘겨 맞고 고통받는 셀렌을 보면서도 일절 도와주지도 않았습니다. 그러고 나서 울면서 '사실 내 마음도 찢어져'라고 하니 미치고 졸도할 일이죠. 그러니까 다수를 위해 하나를 희생 시켜야만 하는 상황이니 이해 해달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왜 그녀를 보다듬어주지 않은 것이지?라는 의문이 떠나지 않습니다. 어쩔 수 없이 태워야 한다면 적어도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전해야 되는 게 아닐까? 근데 스텝이 네이버에 안 탄다는 그녀(셀렌)를 마구 패는 걸 방조했습니다.


근데 작중에 셀렌이 말을 안 들었다는 이유로 전신 고통을 주는 부하 직원을 질책하는 대목을 보여주기도 하고 그녀를 걱정하는 부분도 나옵니다. '차라리 나 같으면 자/살 하겠다.'를 걱정이라고 봐야 될지는 차지하더라도... 그 뒤 에이룬을 스턴건으로 지지고 셀렌을 강제 연행했습니다. 울부짖는 셀렌을 바라보며 말리는 에이룬에게 표독한 독설을 날립니다. 혼란의 극치를 이뤄가며 그녀를 어떻게 해석해야 될지, 이런 상황을 따라가지 못하게 하는 미친 전개에 소름이 돋습니다.(비아냥 아닙니다.)

사실 시키는 다수를 생각해야 되는 지휘관이라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을 강요받는 입장이라서 동정의 여지는 있습니다. 하지만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왜 셀렌을 다독여 주고 보호해주지 않았냐 하는 것에서는 비난받아 마땅 합니다. 이 작품의 등장인물들은 어딘가 일그러져 있습니다. 타인의 고통을 알고 있다면서 정작 셀렌이 받는 고통은 외면하고 있다는 것 입니다.


셀렌을 향한 에이룬의 마음은 갈수록 애절해집니다. 그렇지만 천천히 생각해보면 개연성이 부족할 수도 있습니다. 대뜸 처음 만난 여자애에게 감정이입되어 목숨을 걸고 도와준다는 건 쉽지 않거든요. 그래서 처음엔 군인으로써 전장을 누비며 셀렌과 같은 아이를 많이 접해서 동정을 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느새 존재를 부정당한 그녀를 위로 할려다 되려 위로를 받고, 제2후지 안에서 셀렌에게 쏟아지는 부조리를 겪으며 그녀가 안고 있는 고통을 누구보다 이해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녀로 하여금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려 주면서 그녀로 하여금 정신적인 성장을 이뤄내게 합니다. 비록 그것이 곁에서 보기엔 어미 닭과 병아리의 관계일지언정 둘의 유대는 누구도 끊을 수 없는 사이로 발전합니다.


그리고 에이룬도 전투에 참여하면서 그의 로봇 '엘피나'가 보여주는 화려한 군무는 혼을 빼놓습니다(개인적으로 F.S.S가 떠 올랐습니다). 이것이 먼치킨이지하는 엘피나의 등장으로 이 작품은 SF 메카닉이지만 요즘 나오는 이세계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치트 주인공이 이 작품에도 나온다는 걸 보여주기 시작 하는데요. 정확히는 주인공이 먼치킨이 아니라 '엘피나'가 먼치킨이지만요. 거기에 AI 엘피나의 독설은 스파이스가 됩니다. 찌릿찌릿한 게 필자는 그녀(?)가 내뱉는 독설 하나만으로 도서의 가치는 충분하다 싶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셀렌의 일러스트와 작중의 그녀의 성격과 맞지 않아 상당한 괴리감이 생깁니다. 표지 모델이 셀린인데 도저히 작중의 인물이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7~10살 사이의 소녀로 표현했더라면 어땠을까 싶군요. 15살이나 되어서 허구한 날 울고, 장시간에 걸쳐 유아스러운 모습은 좋게 비치지 않을 수 있겠더군요. 하지만 그녀가 정신적으로 받은 대미지를 생각해보면 그도 그럴 수밖에 없겠다는 걸 느끼게 되긴 합니다만...

그리고 어거지 하렘은 제발 그만둬 줬으면 합니다. 아니 좀전까지 쓰레기 취급하며 주인공을 박해하던 히로인들이 손바닥 뒤집듯 하렘을 형성하는건 진심 아니잖아요? 이제와 주인공의 마음을 알아 봤다? 그동안 주인공의 외침은 무시/외면 했고, 아오이는 동료를 들과 '이 녀석은 죽어도 싫어' 하며 먼지 나도록 탈탈 털어 놓고 이제와 화해도 안하고 대뜸 '저 애가 좋아지네...' 이건 아닙니다. 제발 셀렌만 밀어 주세요. 필자는 사실 어린 애가 지켜주지 못하면 살아갈 수 없는 인류 따위 차라리 망해 버려라 했더라면 카타르시시라도 느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필자는 이 작품을 미친존재감이라고 정의 합니다. 정신이 좀 이상한 애들이 많이 나와요. 문제는 개그식 정신 이상자가 아니라는 것이지만요. 글을 줄인다고 몇시간을 소비 했지만 더 늘어 났군요. 죄송 합니다.

 


본 리뷰는 네이버 라노벨 카페 NTN과 출판사 노블엔진에서 주관한 리뷰 이벤트 일환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책을 제공해주신 라노벨 카페 NTN과 노블엔진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1. 굳이 언급한 이유는 아오이가 에이룬의 하렘에 동참할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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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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