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노력해도 남들보다 뒤떨어지고 결국 더 이상의 성장을 하지 않고 정체되어버린 모험가가 있습니다. 나라를 세운 모험가 왕을 동경하여 모험가의 길을 들어섰지만 레벨 3에서 정체된 지 어언 10년, 슬슬 같은 나이대의 모험가들은 은퇴를 하여 새로운 생활을 찾아 떠나는 상황에서 모험가 '이그니스'도 슬슬 장래를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동료 한 명이 그렇게 은퇴를 하여 떠났습니다.


이 작품은 정통 판타지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요즘 트렌드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현실 고등학생을 주인공으로한 이세계물이 아닌 처음부터 판타지의 세계이고, 주인공도 뼛속까지 판타지에서 자란 20대(아마도) 아저씨입니다. 오크와 고블린, 코볼트가 등장하고 엘프와 드워프도 나옵니다. 단, 마법은 거의 사문화되다시피한 형태가 일그러진 사도격의 마술과 정령술만 존재합니다. 그리고 당연하다면 당연한 노예제도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작품은 노예제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은퇴의 기로에 서있던 어느 날 이그니스는 지금 살고 있는 테레시아에서 왕도로 향하는 상단의 호위 임무를 맡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노예로 끌려가는 엘프 소녀 '실비아'를 운명적으로 만났습니다. 왕도로 향하는 상단을 호위 하면서 줄곧 자신을 바라보는 '실비아'의 시선을 느낍니다. 하지만 애써 외면하고, 하면 할수록 계속 처다보는 그녀의 시선에 결국 져버리고 전 재산을 들여 실비아를 구입하고 말았습니다. 그것도 엄청난 바가지를 쓰고, 빚까지 지면서, 왜, 그랬을까....


불행한 과거, 어느 엘프족 마을에 정령의 힘을 다루는데 탁월한 소녀가 있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녀를 무녀라 치켜세웠고,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술을 쓸 수 있는 소녀에게 축복이라며 마을 사람들은 남들 보는 앞에서 그녀에게 위해를 가했습니다. 정신이 아득해지고 기억의 소실까지 불러온 그 행위는 소녀가 인신매매에 넘겨진 후에야 멈췄습니다. 그리고 만났습니다. 운명의 상대 이그니스를... 꿈에서 바라마지 않던 계약자를...


[계약] 무녀로서 수업을 받아오며 자신의 정체를 어렴풋이 알아왔던 소녀, 소녀는 왜 일면식도 없는 이그니스가 이리도 신경이 쓰일까, 위험에 처한 그를 위해서 몸을 던지기까지 하는 그녀의 행동은 짐짓 어리둥절하게 만듭니다. 상단을 습격해오는 몬스터를 쓰러트리며 큰 상처를 입고만 이그니스, 그리고 그걸 고쳐준 실비아, 상처를 치료하면서 그녀를 줄곧 신경 쓰게 하였던 그것의 정체는 '계약자' ​정령의 힘을 쓸 수 있는 능력자를 인식할 수 있었던 실비아는 이그니스가 계약자로서 능력이 있는 걸 무녀의 감으로 알고 줄곧 쳐다봤습니다. 그리고 이그니스는 실비아의 과거를 떠올리게하는 어떤 말 한마디에 그녀와 계약 하기로 합니다.

 

독해력을 그렇게 요구하는 건 아니지만 이그니스와 실비아의 만남이나 계약까지의 장면이 상당히 개연성 부족에 빠질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주인공 보정빨, 아무리 못난 주인공이라도 소꿉친구가 있고 반에서 제일 예쁜 여학생이 말을 걸어온다 같은. 또 이쁜 히로인이 들러붙는 거 아닌가? 하는 지레짐작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계약에 관련된 설명은 누구의 입장과 시각에서 설명하는지 자칫 헷갈릴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군요. 물론 필자만 이해력이 딸렸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실비아를 노예로 구입하여, 사족을 달자면 사람을 구입하니 산다느니 같은 단어가 많이 나와서 읽는 내내 상당히 거슬렸습니다. 여튼 당분간 왕도에 자리 잡고 그녀와의 계약으로 얻은 정령술을 시험하고, 알프 파티를 만나 다사다난한 나날을 보내며 다시 테레시아로 돌아오면서 또 다른 사태를 겪으며 주인공 이그니스는 모험가로서 늦게나마 성장을 이루고, 그렇게 모험가로서 세상으로 향해 늦은 출발을 하게 됩니다. 자신도 처음엔 이런 여행을 떠나게 될지 몰랐겠죠.


​하렘의 시작? ​이그니스에겐 10년 지기인 엘프 소녀 '마르시아'가 있습니다. 테레시아에서 길드 수납원을 하며 주인공과 인연을 맺은 게 어언 10년이 지난 지금 허울 없이 막말을 하며 지내는 그녀 또한 주인공을 눈독 들이고 있습니다. 그것도 엄청난 기세로... 정통 판타지답게 장수하는 엘프인 마르시아는 어린 시절 이그니스가 모험가를 시작할 때부터 봐 왔고 그렇게 티격태격하는 사이 알게 모르게 연심을 품고 말았는데요. 상당히 쾌할한 성격에 남을 가지고 놀다 보니 첫인상 아니 중간 인상은 좋지가 않습니다. 


첫인상은 일러스트가 좋아서인지 상당한 호감이 갔는데 그녀의 행동이 드러나는 중간부터는 거의 일방적으로 주인공에게 대시하는 장면이 이어지며 이거 무슨 한대 쥐어박아선 분이 풀리지 않겠는데? 같은 왈가닥 같은 성격에 이그니스는 용케 어울려주고 있다 싶더군요. 하지만 그녀가 파티로 들어오면서 활약을 하며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아가면서부터는 일직선입니다. 그리고 마르시아가 도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막 나가는지에 대해 드러나면서 좀 허탈하게 합니다. 실비아가 했던 계약의 재림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결국 못난 주인공이라도 하렘은 필수인가? 같은 결말로 이어진다는 것이군요.


​이 작품은 늦게 시작해도 용사가 될 수 있다. ​​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결국은 이런 것이냐?라고 기존 모험작과 비교해서 바뀐 게 뭘까 하는 디스 당할 우려가 크기도 합니다. 일찍 시작했던 늦게 시작했던, 레벨 3에서 정체되어 은퇴할까 했던 아저씨는 치트 쓰는 엘프 아가씨 둘을 만나 계약하고 용사가 되어 간다는 스토리는 신선한 감은 있지만 결국은 용사가 되기 위해 떠났던 소년이 몬스터와 전투를 벌이며 사선을 넘나들고 최종적으로 보스를 쓰러트리며 개선하는 용사와 다름없다는 것이 씁쓸하게 다가옵니다.


하지만 꼭 그렇게 나쁜 쪽으로 볼 수만은 없는 게 매미 유충은 성충이 되기까지 땅속에서 7년이라는 시간을 보냅니다. 대나무는 꽃을 피우기 위해 몇십 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려야 하고요. 몇 년을 기다려 이제야 꽃을 피운 식물이 있습니다. 마르시아는 이그니스에게 이 꽃을 보여주며 그를 빗대었습니다. 늦게 피어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그만큼 기다린 보람이 크다는, 정말로 중요한 건 시작점이 빠르고 늦냐가 아니라는 걸 이 작품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맺으며


​전체적으로는 어딘가 던만추를 보는 듯하였습니다. 주인공 벨의 시각이 아닌 오라리오의 이름 없는 어느 모험가의 시각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듯하여 몰입감은 의외로 좋았습니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싶지만 자신의 능력으로는 여기가 한계라는 것마냥... 같은 모험을 해왔던 동료들은 성장하여 떠나갔습니다. 홀로 남겨진 자신, 살기 위해 달려왔던 지난 나날에 동료라 부를 수 있는 자는 존재해도 같은 인생을 살아갈 동료가 없다는 것의 씁쓸함, 그리고 여보란 듯 그런 빈자리는 채워주기 시작하는 실비아와 마르시아...


라고 해도 솔직히 말해서 좀 지루합니다. 위에서 몰입감은 좋다고 했는데도 지루한 모순적인 양면을 보여주는 게 상당히 특이한 작품이랄까요. 아직 1권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주인공이 실비아를 만나기까지, 만나고 나서 상당 부분을 무미건조한 일상이 흘러갑니다. 가끔 입꼬리가 올라가는 흐뭇한 장면이 있긴 합니다. 그에 반해 짜증지수 올려주는 장면도 더러 있는데 이것은 후반에 왜 그렇게 되는지 알고 나면 아무렇지 않게 되는 게신기합니다.


마지막으로 전투 쪽은 정통 판타지처럼 흘러가서 마법이 날아다니고 대규모 전투가 벌어지는 건 아닙니다. 아무래도 이것 때문에 필자는 던만추를 떠 올린 거 같은데 소규모 파티로 이뤄진 전투만 간간이 나올 뿐이라서 그렇게 박진감 넘친다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아직 하렘을 형성하는 단계라서 그런지 알콩달콩하고 지지고볶고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군요. 사실 필자는 이런 거(하렘) 바라지 않지만요. 


본 리뷰는 네이버 라노벨 카페 NTN과 출판사 레진노벨이 주관한 리뷰 이벤트 일환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책을 제공해주신 라노벨 카페 NTN과 레진노벨에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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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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