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냐 데그레챠프, 10대 초반의 나이로 203 마도대대를 꾸려가며 이제까지 사실상 무패를 자랑하는 전설을 쌓을 수 있었던 건 극단적인 효율성만 추구한 그녀의 성격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극단적인 효율성만 추구한 나머지 사회에서 성과를 내지 않는 직원 따위 대리고 있을 가치 따윈 없다고 하는 악덕사장이나 직속상관에 비유하는 건 틀립니다. 그로 인해 이해하지 못한 어느 사람 덕분에 30대 아저씨가 10대 여자애가 되어 버렸다는 건 차지하고, 타냐는 왜 그렇게 되는지하는 분석을 제시하고 그 이치에 맞지 않는 사람을 가차 없이 내치는 성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분석이 듣는 사람에겐 무지막지하고 일방적이라는 건 함정이지만요. 하지만 이해력이 빠른 사람은 또 알아듣는 게 함정이라는 아이러니의 연속입니다. 


그런 타냐가 대학을 나오고 자신의 부대를 꾸릴 때 부하들에게 그 이치에 맞게 고된 훈련 시킨 건 익히 알려진 내용이기도 합니다. 그로 인해 그녀와 그녀의 마도대대는 승승장구를 할 수 있었고 지금까지 경미한 피해도 입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건 타냐가 놀고먹을 수 있는 기반 조성의 희생양이라는 건 비밀에 속합니다. 즉, 그녀는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출세는 하고 싶지만 귀찮은 건 싫어서 부하를 키워 대신 써먹을 생각이 가득 찬 못된 상사와 비견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무능한 상사에서는 무능한 부하 밖에 나오지 않는다는 진리에 따라 유능한 부하를 키우려면 유능한 상사는 필수라는 아이러니로 인해 결국 고생하는 건 타냐라는 것이죠.


여튼 타냐는 전시에서 혼합 부대의 운영 실험을 겸해서 보병과 포병을 흡수하여 전투단을 꾸렸습니다. 거기에 소령에서 중령으로 진급을 하였고요. 언제나 후방에서 놀고먹을 생각으로 가득 찼지만 자신이 내세운 독트린의 성공 여부를 가늠하기 위해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일을 처리하여 현대로 치면 육군과 공군을 통합하여 전술을 짜는 실험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갑니다.


적당히 놀고먹고 싶지만 효율성을 따지는 결벽증 때문에 유능한 사람은 혹사당한다는 사회의 진리(?)에 따라 실험이 적당히 끝날무렵 또다시 참모부의 부름으로 육군과 해군의 알력에 낑겨 북해까지 원정까지 갔다 왔더니 이번엔 새로운 글자 그대로 육군 신입들을 붙여주며 또 다른 실험을 강요 당합니다. 자기가 내리친 도끼, 자신이 주창한 독트린이라는 도끼에 계속해서 발등이 찍힙니다. 전쟁이 길어지며 병참이 무너져가고 신병의 질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작금에서 계속해서 한직으로 돌고만 있는 타냐와 부하들...


그 반동인지 점점 타냐의 지성이 폭발합니다. 똥만 가득 찬 상부가 미처 생각도 못한 전술과 전략을 진언하여 전쟁의 판도를 바꿔 갑니다. 하지만 날카롭게 창의 날을 갈아가는 그녀의 부대는 이젠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악마가 되었다는 그 순간을 노린 듯 대규모 역습을 당하면서 전장의 신은 그녀에게 치명타를 날립니다. 처음으로 맛보는 굴욕감과 패배감, 그리고 부하를 키우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에 대한 분노, 구멍 난 자리를 메꾸기 위해 할당된 신병의 질적 하양...


그리고 더욱 타냐에게 굴욕적이었던 건 부하들을 만나기 위해 향했던 장교 전용 술집 입구에서 미성년은 출입 금지라며 제지 당하는 모습은 이 작품 유일하게 개그코드입니다.(권두 컬러 일러스트도 있어서 더욱 빛이 납니다.) 유녀이면서 유녀 다운 모습은 나오지 않는 작품에서 유일하게 유녀스러운 모습이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그러고 보면 은근히 자신이 처한 현실을 자각하는 장면이 다수 들어가 있고, 연방의 수장 레니야가 타냐에게 집착하는 모습 등, 결국은 30대 아저씨의 성격이라도 자신의 몸 상태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이제야 인정하는 듯한 장면들을 보여줘서 의미가 깊습니다.


이전 에피소드보다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높은 독해력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당사자의 입장이 아닌 제삼자의 입장에서 타냐가 내뱉는 독트린과 그녀의 생각을 이해하기란 꽤나 힘이 듭니다. 이것은 다른 등장인물들만 출연하는 장면과 확연히 구분이 되기도 합니다. 무난하게 읽을만하다 싶었는데 타냐가 등장하는 구간에 들어서면 난데없이 브레이크가 걸리는 느낌이랄까요. 그래도 작가도 이런 점을 의식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주변 등장인물, 특히 여성 등장인물들을 부각 시키며 분위기를 다소 누그러뜨리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2차대전을 모티브로 하고 있어서인지 그에 관련된 역사적 사실이 조금식 가미되고 있습니다. 소련의 참전과 영국의 지원, 간 보는 미국, 그로 인한 태풍 속 소용돌이의 정치적 배경과 동부전선 전반을 집중했던 독일로 하여금 초조하게 만들었던 다가오는 겨울, 마도대대 1/4을 잃어버리고 갓 입대한 신병들로 꾸며진 부대를 합쳐 또다시 전투단을 꾸린 타냐에게 겨울이 닥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오타가 너무 심합니다. 그냥 대충 읽으려고 해도 용서가 안되는 몇 곳이 있더군요. 그렇지 않아도 높은 독해력을 요구하는 작품에서 오타까지 합처지니 최악이었습니다. 만약 출판사가 본 게시물을 본다면 찾아서 수정해주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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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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