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시니콘 1권 -궁지에 몰린 무녀의 남편 찾기- (스포주의)
죽음의 신(神) 메멘토모리를 모시는 무녀 마리아벨의 소원은 남편 찾기입니다. 이 작품을 구입하고 제일 처음 난감한 게 앞,뒤 표지에 온통 할짝할짝으로 도배가 되어 있다는 것인데요. 그래서 상스럽고 경박한 이야기로 도배되어 있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앞서게 됩니다. 실지로 마리아벨의 머릿속에는 온통 미래의 남편을 맞이하여 밤의 전투니 할짝할짝으로 가득 차 있으며, 그녀가 모시는 신인 메멘토모리는 저승에서 이런 그녀를 바라보며 머리가 지끈 지끈 두통이 끊이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왜 이런 지경에 빠지게 되었는지 알게 되면 일말의 동정이 생기게 됩니다. 죽음의 신은 글자 그대로 죽음을 관장하는 신으로써 죽음이라는 불길함을 다루는 신을 사람들은 좋게 볼 리가 없었던 것, 그래서 그 신을 모시는 무녀 또한 사람들은 경외를 보내며 멀리하는 통에 인연을 만들 수가 없었고, 대대로 죽음의 신을 모시며 살아온 집안에서 커온 마리아벨은 집안 여자들이 이런 시련(?) 속에서 속절없이 인연을 만들지 못하고 솔로로 생을 마감하는 걸 지켜봐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마리아벨은 필사적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100년마다 열리는 신화제가 다가왔습니다. 8명의 신을 모시는 무녀는 용사를 맞이하여 세계를 돌며 곤란한 사람들을 돕고 신화를 쌓아 신앙을 얻어 주신에게 바치는 행사가 코앞에 다가온 어느 날, 마리아벨은 이 날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운명의 단짝을 맞이해 어떻게든 남편으로 만들어 처참한 인생을 벗어나겠노라를 주창하였지만 어찌 된 일인지 그녀의 망상은 변질되어 할짝할짝으로 도배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맞이한 용사를 대동하고 여행길을 떠날려던 그날, 어릴 적 어떤 일을 계기고 소원해졌던 생명을 관장하는 신의 무녀 아우스티나와 그녀의 용사 나슈탈을 만나 잠시 에피소드가 일어나고 마침내 마을을 떠나려던 이들을 가로막는 사교도, 죽음의 신을 인정하지 않는 사교도의 습격을 받으며 시작부터 난장판이 되어 버립니다.
뭐랄까 이 작품을 다 읽고 기억에 각인되는 건 할짝할짝과 활화산입니다. 사교도와 싸우면서도 용사를 향한 온갖 망상에 사로잡혀 꽃밭을 만드는 마리아벨은 웃음을 자아내는 한편 너무 할짝거려서 도가 지나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자기 할 일은 빠릿하게 해주고 있어서 미워할 수만은 없는 게 흥미롭고, 주신 메멘토모리는 저승에서 그녀가 보내는 일방적인 사념(기도)을 소화하느라 죽을 지경에 이르는 피해를 보면서도 자신을 향한 신앙은 진짜여서 더욱 머리를 쥐고 데굴데굴 구르는 게 웃음을 자아냅니다.
그런데 활화산이 뭐냐면, 대칭이랄까요. 상스럽지만 언급해보자면 빈유(마이라벨)가 소꿉친구인 거유(아우시티나)를 바라보며 속으로 내뱉는 악담 같은 겁니다. 거의 저주에 가까운 말을 내뱉으면서도 미래의 남편이 거기에 홀딱 빠지는 게 아닐까 노심초사하는 게 이게 또 귀엽습니다. 여담으로 자신의 주신 메멘토모리도 같은 빈유라는 거에 안심하면 속으로 대놓고 빈유라고 언급하는 바람에 주신의 이마에 빠직 핏대 세우기도 하는 게 또 웃음을 선사합니다.
그러고 보면 이 작품은 경쟁이나 질투, 시기가 없습니다. 8명의 신중에 최상위에 서 있으며 용사를 제일 먼저 고를 수 있는 특권(1)등 모든 면에서 우수한 아우시티나를 바라보며 마리아벨은 활화산에만 신경 쓸 뿐 시기도 질투도 하지 않는, 오히려 동료로서 사교도와 싸우며 호흡을 척척 맞추는 등 배려를 잊지 않습니다. 아우시티나도 그런 그녀에게 우월감에 젖어 오만방자한 성격이 아닌 소꿉친구로서 어릴 적 어떤 일로 인해 마리아벨에게 상처를 준 것을 매우 마음 아파하는 등 훈훈한 모습을 자아냅니다.
사실 필자는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는 게 아닌가 했습니다. 그야 8명의 신을 보좌하는 무녀들는 자신들의 신을 추앙하게 하여 신앙을 모아야 되는 입장이니 다른 무녀는 라이벌이나 다름없거든요. 그런데 아직 1권이라서 그런지 무녀는 마리아벨과 아우시티나 밖에 나오지 않는군요. 그래도 이들의 관계를 보면 앞으로 만나게될 다른 무녀와도 관계는 원만하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듭니다.
그런데 인간관계에서는 양호, 사교도를 무찌르는 권선징악도 양호하지만 내용이 지리멸렬합니다. 마리아벨의 꽃밭 향연은 자칫 미저리를 떠오르게 하고 그런 그녀의 4차원적인 망상으로 인해 사교도와의 싸움은 심각성을 지워 버렸습니다. 그리고 아우시티나와의 만남과 어릴 적 소원하게 했던 사건을 풀고, 두 무녀가 선택한 용사들의 힘겨루기 등 일상생활에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다 보니 지루하기 짝이 없습니다.
마리아벨이 고른 용사(자칭 미래의 남편) 아벨카인의 과거의 복선을 넣어서 약간의 흥미로운 점을 부각 시킨 건 좋았으나 이 또한 사교도의 등장으로 대충 감이 잡히는 등 스토리가 많이 허술한 측면도 보이는군요. 하지만 초반에 보여줬던 거침없는 표현, 가령 xxx 나발이고 같은 거나 xxx 개박살 같은 흠칫거리는 단어를 과감하게 기용한 건 큰 점수를 주고 싶군요. 하지만 뒤로 갈수록 언어순화 당하는 게 안타까운...
일러스트는 괜찮습니다. 등장인물들의 표정까지는 살아있지 않지만 읽으면서 이런 느낌이겠다 싶은 인물상을 최대한 가깝게 표현 해놨다랄까요. 특히 죽음의 신 메멘토모리는 로리의 신으로서 이쪽 계통을 좋아하는 속칭 오타쿠들에게 먹힐만했습니다. 하지만 일러스트는 그리 많이 실려 있지는 않습니다.
개그 포인트가 솔찮게 들어가 있지만 작위적인 내용이 좀 강했군요. 어느 정도 기승전결을 노리고 있기도 하고 권선징악 같은 소년 영웅물에 나올법한 전개와 속칭 암 걸릴만한 내용은 없어서 읽는 데는 무난하였지만 그로 인해 내용이 다소 처지고 무미건조한 구간이 많아서 편치는 않았습니다.
- 1, 죽음의 신은 제일 꼴찌로 위 7명이 고르고 남은 떨거지 용사 지망생을 받아 골라야 되는 비참함이 숨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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