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늑대와 향신료 8권 리뷰 -망각의 비약-
로렌스를 보고 있자면 이런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언제나 위험한 장사에 고개를 들이밀다가 머리가 댕강 잘릴뻔하고도 봉어 대가리처럼 3초면 잊어버리는 그의 기억력은 타고난 것인가? 에이브의 꾐에 넘어가 그래도 나름(?) 이 작품의 히로인인 호로를 저당 잡고 돈을 빌리는 희대의 주인공 포지션도 기가 막히는데 이전에 몇 차례 사기를 당하고 어디 원양어선에 잡혀갈 직전까지의 처지에 놓였다가 간신히 살아났음에도 또다시 위험한 다리를 건넙니다.
자신의 숫컷이 여우 같은 암컷에게 속은 것에 화가 났던 호로는 웬만해서는 본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나 이번엔 제대로 열받았던 그녀는 늑대로 변신해 에이브의 뒤를 쫓았는데요. 그런데 신이 나서 너무 나대는 바람에 다음날 근육통에 시달리는 등 바쁜 나날을 보냅니다. 이런 호로를 바라보던 로렌스 왈: '들에 풀어 놓은 개 같다.' 오랜만에 변신해서 그런지 묘하게 흥분해서는 들이고 산이고 강이고 한 다름에 내달리는 등 그야말로 개를 연상시켰던 호로, 그리고 다음날 근육통, 오랜만에 귀여운 모습을 보여줘서 좋았습니다.
여튼 이번 에피소드는 크게 두 가지가 함축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는 호로와 비슷한 이교의 신인 늑대의 뼈와 관련된 것인데요. 지금 있는 곳에서 좀 더 북쪽, 강을 따라 내려오며 주운 사위 '콜'의 고향 근처에서 교회와 상회가 늑대의 뼈를 찾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로렌스와 호로는 호로의 동료가 교회의 이교도 배척에 이용될 수 있다는 소식에 가만히 있을 수 없게 되었다는 것, 그래서 정보를 모으기 위해 케르베라는 항구 도시에 왔습니다. 그리고 에이브와 접촉하게 되는데요.
로렌스야 에이브가 내밀었던 건물 등기등본으로 저당 잡혔던 호로를 되찾았던지라 크게 개의치 않았으나 호로는 내 남자를 감히 건드려?라며 길길이 날뛰는 등 한바탕 소란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이전에 서로의 감정이 마멸(磨滅) 되기 전에 헤어지자던 호로, 단순히 마을 탈출용으로 그의 마차에 올랐다가 어느새 마음이 동해서 같이 여행길을 떠난 지도 벌써 수개월이 흘렀습니다. 로렌스에게 있어서 여자라곤 어느 산골 마을 식당 웨이트리스에게 대시했다가 차인 것밖에 없었던 그에게 호로라는 존재는 크게 다가왔습니다.
두 번째는 에이브를 쫓아 도착한 항구도시 케르베에서 구역 싸움에 휘말리는 이야기입니다. 남, 북으로 갈려서 남쪽 상인들이 북쪽 귀족들에게 돈을 빌려준 것을 기회로 잡아 너 님들 호구가 되라는 남쪽의 말에 이 신발색이 까만색이 라며 어떻게든 돈을 값아 자신들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혈안이 된 아포 칼립스 상황에 로렌스는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하며 발을 담그게 되면서 또 붕어 대가리 같은 일을 벌이는데요. 이 과정에서 에이브에게 당했던 것은 잊어버리고 그래도 그런 그녀(에이브는 여 상인)에게서도 배울게 있다며 자화자찬하는 그를 바라보고 있자니 기가 막힙니다.
혼돈의 도가니로 변해가는 항구도시에서 자신의 중립적인 위치를 이용해 한몫 잡으려는 로렌스, 호로는 이젠 그런 그를 바라보며 일이 좋아 내가 좋아?라는 말은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1). 현랑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미래예지 같은 말을 하면서 언제나 로렌스의 머리 꼭대기에 앉아 자신의 뒤를 쫓아오는 그를 바라보며 놀려대도 문득 생각났다는 것처럼 고개를 처드는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로렌스의 품에 파고들었던 그녀, 그러나 한편으로는 먹을 것과 마실 것에 온통 관심을 쏟는 통에 언제나 머리를 싸매는 건 로렌스, 이번에도 에이브의 뒤를 쫓아 내려와서는 본연의 임무를 잊어버리고 온통 먹는 것만 밝혀댑니다.
이번 에피소드는 상업과 항구도시에서 일어나는 아포 칼립스적인 이야기로 거의 9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지혜를 따라오기 위해 아등바등 거리는 로렌스를 골리는 재미는 거의 없어졌고요. 마을이 돌아가는 상황과 자신이 우위에 서려고 했던 일이 되려 이용당하게 생겼다든지 에이브와 자신이 속한 상회 클랜 사이에서 갈등을 하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함정과 비슷한 것에 빠져 갈피를 못 잡는 등 또다시 로렌스는 수렁 속으로 빠져듭니다. 뭐, 정말로 위험하다 싶으면 호로가 지혜를 짜내고 여차하면 늑대로 변신해서 도망가면 되니 로렌스 입장에서야 수렁에 빠진다 해도 적어도 죽임을 당할 일은 없겠죠.
맺으며, 그동안 여자에 대한 면역이 없었던 로렌스는 호로와 사이를 제대로 좁히지 못했었는데요. 여기까지 왔으니 너 혼자 집에 갈 수 있지?라며 호로의 마음에 대못을 박고, 호로는 그녀 나름대로 마음이 마멸되기 전에 헤어지자며 울고불고 하는 통에 불안한 여행길을 떠났던 둘의 관계는 깔끔하게 웃으며 헤어지자는 합의 도출이 있은 후 표면적으로는 양호한 관계를 유지하게 되었습니다. 인간의 관점에서 본다면 한 단계 성장했다고 할까요.
- 1, 이 말은 농담조가 아닌 무엇이 소중하냐의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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