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함정에 빠트리고 도망갔던 에이브를 쫓아 내려오던 중 들었던 호로의 죽은 동족일지도 모를 늑대의 뼈에 관련된 정보를 모으기 위해 항구도시 케르베에 들린 로렌스와 호로 그리고 +@로 꼽사리 격인 콜은 남북으로 갈려서 땅따먹기에 혈안이 된 귀족과 상인들 틈바구니에 끼여 양측에 이용당하다 자칫 죽을 수도 있다는 위기에 빠집니다. 이에 로렌스는 뒤로 안 돌아보고 도망가려고 했으나 호로의 '쫄았어?'라는 말에 그만 울컥한 그는 격랑 속으로 몸을 던지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일이 왜 이렇게 되었을까, 그건 호로를 주운 날부터 예견된 것이겠죠.


자칭 똑똑하다는 수식어와 동의어인 현랑이라는 늑대 소녀는 늑대의 본연 프라이드에 걸맞게 자신의 반려가 멍청이 쪼렙인채로 두고 볼 수만은 없었는데요. 이번 에피소드는 호로가 살아온 역사에서 이런 일은 애들 손모가지 비트는 것보다 쉽다는 사탕발림에 그만 넘어가서는 남북으로 갈려서 쌈박질 중인 귀족과 상인 집단에 몸을 던진 로렌스의 기구한 인생 스토리 종반입니다. 원래는 자신을 두들겨 패고 돈을 갈취해서 모피를 구입해 먹튀한 에이브를 잡아다 족치는 게 목적이었는데 어디부터인지 길을 잘못 들었는지 그만 로렌스의 마음에 에이브는 대상인(大商人)이 되어 있었습니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마라?


살다 보면 고향이고 싸우다 보면 정든다고 했던가요. 자신을 물 먹이고 죽일뻔한 에이브에게서 배울게 있다며 그녀를 용서하고 그녀가 가진 늑대 뼈에 관련된 정보를 모으던 중, 먹으면 불로불사가 된다는 인어 고기에 버금가고 만병통치약으로 통하는 일각고래가 어떤 어부에 의해 잡히게 되면서 남북으로 갈려서 대립 중인 항구도시 케르베는 순식간에 아수라장 아귀다툼의 장으로 변질되어 버립니다. 에이브는 북측 대리인으로, 남측에서는 로렌스가 가입되어 있는 상인조합의 '키먼'의 등장으로 로렌스의 입지는 더욱 좁아만 가고요. 이제 양측에 끼여서 도망 갈래야 도망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발을 담그자니 죽을 거 같고, 이제 여기서 나서야 될 건 와이프 밖에 없다는 것처럼 화려하게(?) 등장하는 호로에 의해 로렌스는 역전의 발판을 마련해갑니다.


사실 지루해요. 이 작품의 본질이 상인과 상업계의 이야기다 보니 어느 정도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이번 에피소드는 그 본질에 제일 많이 다가간 게 아닐까 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장르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는 엄청 곤혹스럽지 않을까 했는데요. 필자도 그러해서 참 난감했군요. 그렇다고 시사하는 것도 있는 게 아닌 데다 어차피 현랑이라 일컫는 호로가 나서면 해결되지 않는 일은 없기에 싫어도 해피한 상황으로 끝날 거라는 건 자명하거든요. 실제로 그렇게 되었고요. 후반부에 반전이랍시고 상황이 급작스럽게 흘러가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이때까지 고생했던 건 뭘까 하는 자괴감이 물려 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표면적으로는 상업계를 지향하고 있지만 뒷구멍으로는 온갖 더러운 이야기가 판치고 사람 등치고 죽이는 걸 예사로 한다는 어두운 이야기가 상당히 들어가 있습니다. 실제로 로렌스는 몇 번이나 죽을뻔하였고요. 에이브는 집안이 몰락해서 귀족 타이틀과 상인에게 팔려 갔다가 파경을 맞은 이후 살아가기 위해, 이 끝에 뭐가 기다릴지 기대감으로 필사적으로 살아가는 게 밝혀지면서 애처롭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그래서 악인이면서 미워할 수 없는 존재로 부각되어 결국은 그녀도 거대한 권력과 알력에 휘말려 하나의 희생양에 지나지 않았다는 클리셰로 마무리되어 조금은 씁쓸하기도 했군요.


이번 에피소드에서 호로는 별 비중이 없습니다. 그저 여전히 먹는 걸 밝혀서 어떻게 하면 로렌스의 지갑을 열게 할 수 있을까 골똘히 생각하는데다 그가 다른 여자에게 한눈을 팔면 여지없이 발을 밟아 버리는 질투를 발휘해줘서 귀엽기도 했지만 예전만은 못했군요. 콜을 주운 이후 좋은 장난감을 발견했다는 것처럼 머리를 헝클인다거나 때론 지식을 발굴해주는 등 다소 모성적인 면모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그녀가 불로불사의 영약인 일각고래를 수백 년 전에 노렸다는 언급이 있었는데 이는 과거에 그만큼 사랑하는 이가 있었지 않나 하는 복선을 투하하기도 했군요. 이건 이전에도 간간이 나온 대목이긴 합니다만... (1)


맺으며, 여전히 말 주변을 빙빙 돌리며 알아주길 바라는 듯하는 호로의 언행으로 인해 난해하기 그지없습니다. 멍한 상태로 읽었다간 뭔 말하는지 도통 모르겠더군요. 이것은 현량의 입장에서 모든 걸 가르쳐주기 보다 지식과 지혜를 스스로 짜내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러고 있다는 걸 가슴 한편으로는 이해하고 있지만 머리는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걸 이해하는 순간 저의 독해력은 한 단계 레벨업 하겠죠. 언젠가 그날이 오길 빌어 봅니다. 


 

  1. 1, 거의 무한으로 살아가는 호로에게 있어서 인간은 찰라의 시간과도 같았죠.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과 똑같은 시간을 살아 줫으면 해서 일각고래를 노린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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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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