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늑대와 양피지 2권 리뷰 -머리 좋아지는 약-
...은 없다.
어릴 적 겪였던 교회의 이단 사냥과 핍박을 보다 못해 내가 교회 상층부가 되어 마을을 구하겠노라 하며 신앙의 길에 몸을 던졌던 '콜', 하지만 기세 좋게 뛰쳐나온 거까진 좋은데 사기를 당해서 오도 가도 못하던걸 로렌스와 호로에게 주워지게 되고 그들과 여행하며 많은 것을 보고 느끼며 성장하였습니다. 지금은 20대 청년으로 자라난 그는 여전히 높은 신앙을 가슴에 품고 '늑대와 향신료(온천장)'에서 10여 년 넘게 머슴을 하였었죠. 성직자가 되어 마을을 구하겠다는 포부는 어디다 팔아먹고 온천장 시다바리를 하며 지내던 어느 날, 윈필 왕국의 '하이랜드'라는 귀족의 부름을 받아 시다바리 생활을 청산하고 그는 세상 밖으로 나왔습니다.
경건하고 정직한 신앙을 품고 신의 뜻은 만인에게 공평하게 전달되어야 한다는 믿음을 간직하고 있었던 그는 과도한 세금 부과와 잇속 챙기기에 급급하며 썩을 대로 썩어버린 교회의 폭거에 대항해 싸우기로 결심한 윈필 왕국을 도와 종교개혁을 꿈꾸기 시작합니다. 교회 측과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하나라도 더 많은 아군을 끌어들여야 했던 윈필 왕국에게 있어 콜은 큰 도움이 되어 가고 있었는데요. 콜의 도움으로 교두보를 확보하며 조금식 저항의 끈을 조여가던 중 이번엔 검은 성모(상)를 모신다는 북부 해적들이 우리들 편이 되어 줄지 적이 될지 알아보라는 하이랜드의 특명을 받아 뮤리와 함께 북부로 향합니다.
'성모상'이라고 하면 순백의 그것을 떠올리기 십상이잖아요. 그런데 검은 성모상이라니? 성모상 색 때문에 이단의 혐의까지 뒤집어 쓰고있는 북부 해적들, 이들이 과연 원필 왕국을 도와 교회랑 싸워 줄 것인가. 여담으로 이번 에피소드를 다 읽고 나면 작가는 처음부터 결과가 어떻게 될지 미리 서술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하여튼 섬으로 이뤄진 북부에 도착한 콜과 뮤리, 이들이 여기서 본건 살풍경한 환경과 하루하루 겨우 입에 풀칠하며 살아가는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는 섬사람들이었습니다. 가혹한 환경에서도 그래도 끈을 놓지 않고 살아가는 건 검은 성모상이 있기 때문이라는데...
근데 읽다 보면 이들(북부 사람들)의 삶은 사실 어떻게 되든 상관 없어집니다. 중요한 것은 콜과 뮤리의 관계, 그리고 거기서 만난 인간이 아닌 존재로 압축되요. 이 작품에선 세상엔 호로같이 늑대의 화신만이 아니라 새, 양, 사슴 등 다양한 인간이 아닌 존재가 있다고 서술하고 있기도 하죠. 여기에 하나 더 추가되는데요. 아득히 이름조차 잊어버린 동료인지도 자식인지도 잊어버린 존재를 찾아 머나먼 북부까지 찾아온 인간이 아닌 존재, 그가 북부 섬사람들에게 살아가기 위한 주춧돌이자 신앙의 중심이 되어 있었고 어느 날 먹을 것이 없어 죽어가는 부녀(父女)에게서 딸을 빼앗아 노예로 파는 그에게서 콜은 자신이 얼마나 우물 안 개구리였는지는 알아 갑니다.
여기서 콜은 그 옛날 로렌스가 저질렀던 잘못을 저지르게 돼요. 착박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해 자신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무얼까. 그리고 북부까지 부패한 교회의 손길에 맞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그만 디디지 말아야 할 곳에 발을 디디게 되고 뮤리와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누가 현랑 호로의 딸이 아니랄까 봐 뮤리는 엄마와 똑같이 영악하고 머리가 매우 비상합니다. 호로가 로렌스의 꿍꿍이를 간파하고 머리 꼭대기에 앉아 이랴이랴 했듯이 뮤리 또한 콜의 머리 꼭대기에 앉아 반려가 잘못된 길을 가려 하면 궁둥이를 찰삭찰삭 때려댔었는데 이번엔 콜은 도가 지나친 행동을 해버리고 맙니다.
옛날 로렌스가 호로의 힘에 기대어 위험을 해결하려 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관계까지 빠질뻔하였었는데 세대가 바뀌어도 피는 통하지 않지만 봐온 게 있어서인지 콜도 비슷한 길을 걷고야 마는군요. 하지만 비가 온 뒤 땅이 굳듯이 잘못된 길을 간다고 하면 되돌리면 되는 것, 호로는 콜에게서 과거 멍청한 로렌스를 엿보았는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자신의 딸이 몰래 그를 쫓아가도 말리지 않았던 것이겠죠. 뮤리는 아직 어린아이라도 현랑의 피를 이어 현명함이 무엇인지 보여주며 잘못된 길을 가려는 콜을 양지로 이끌고 지혜를 나눠줍니다. 정말 로렌스나 콜이나 이 모녀가 없었다면 진즉에 객사해도 객사했지 않나 싶더군요.
뮤리는 영원을 살아가는 엄마 호로의 피를 이어받아 자신도 엄마만큼은 아닐지언정 콜보다는 매우 오래 살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인간이란 모녀에게 있어서 찰나의 시간일 뿐이죠. 그래서 뮤리는 자신이 늑대의 자손이라는 걸 간혹 원망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자신과 같은 정령들이 본 모습을 드러내고도 거리낌 없이 살 수 있는 마을을 꿈꾸기도 하고(교회의 입장에서는 이단), 함께 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기에, 있는 힘껏 살기 위해 온 동네를 들쑤시고 호기심 만땅인채로 이리 기웃 저리 기웃 한순간이라도 허투루 하지 않기 위해 살아가는 모습은 애틋하기 그지없죠.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힘을 빌려준다. 하지만 거기에 기대 자신의 가능성을 놓쳐선 안 돼. 호로가 로렌스에게 그랬던 것처럼, 뮤리가 콜에게, 이번 에피소드를 요약하라면 이 구절이 적절하지 않을까 합니다. 부패한 교회를 타도하고 세상에 진실된 신의 뜻을 전하기 위해 우물 안의 개구리에서 벗어나려는 콜과 그것을 바라보며 마음 아파하는 뮤리, 이 아픔은 이성으로서 그를 좋아하기에 더욱, 그렇기에 그를 성직자의 길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그녀의 노력이 대단합니다. 콜이 성직자가 되면 결혼을 못한다나요. 나고 자란 곳에서 정상적인 남자라곤 콜 밖에 없었기에 왜곡된 이성이 만들어지지 않았나 싶기도 했습니다.
* 그렇담 뮤리를 바라보는 콜의 마음은? 친동생 그 이상은 아닙니다.
맺으며, 약간은 독해력을 요구합니다. 분명 멋진 말을 하고 있는데 머리에 도통 들어오지가 않았군요. 읽으면서 소름이 돋기도 했는데 어디 구절에서 소름 돋게 했는지 한참 찾느라 이번엔 다 읽는데 다소 시간이 걸려 버렸습니다. 여튼 자잘한 이야기를 벗어던지면 20살이 넘어 이제야 껍질을 깨고 제대로 된 성직자로서의 길을 나아가고자 하는 콜과 그를 바라보며 세상 물정 어두운 것도 정도가 있지 하며 뇨히라로 돌아가 세상과의 연을 끊고 평온하게 살자는 뮤리와의 대립을 그리고 있습니다. 거기에 인간이 아닌 존재가 나와 신앙이란 무엇인가를 고찰하고 있죠. 그리고 그 옛날 호로가 그랬던 것처럼 자칫 낭떠러지로 떨어질 거 같은 위태로운 콜을 보다 못해 도와주기도 하고 티격태격하면서 같이 다니는 뮤리의 귀여움은 덤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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