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재림용사의 복수담 1권 리뷰 -감나무에 감 열리고 대추 나무에 대추 열린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말이 있죠. 이걸 이 작품에 비유하자면요. 도끼 자루가 썩은 것도 모르고 휘둘렀다가 발등 찍히는 정도가 아닌 정수리에 꼽혀 세상을 하직했다고 하겠습니다. 믿고 휘둘렀는데 똑 부러지더니 정수리에 꼽혔다. 이보다 더 억울한 게 있을까 싶을 겁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정말로 억울할까? 하는 게 필자의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우리 속담엔 돌다리도 두들겨서 건너라는 말이 있죠. 도끼를 휘두르기 전에 점검을 했다면 어땠을까. 그렇다면 억울한 죽음은 피할 수 있었지 않을까요. 이 작품의 주인공 '아마츠키 이오리'는 그런 경우입니다.
그는 용사로 소환되어 무찔러야 할 마왕을 코앞에 놔두고 동료의 배신에 그만 세상을 하직하고 말죠. 여기서 동료란 썩은 도끼 자루입니다. 대가를 바라지 않는 호의를 조심하라 했고, 웃으며 다가오는 사람을 경계하라 했습니다. 웃으며 주인공 곁에 모인 동료들, 이세계에 와 내편 하나 없던 시절에 예쁜 처자를 만나 이 여자를 위해서 좋은 세상을 만들 거라며 시작의 마을(여기선 왕도)을 떠난 건 좋은데 말입니다. 평화로운 일본에서 살은 폐해인지 온통 머릿속엔 꽃밭만 들어앉아 세상은 평등하고 다들 사이좋게 살 수 있어 같은 이상향만 품고 떠났던 골 빈 용사의 최후는 비참함 그뿐이었군요.
그리고 30년 후, 다시 같은 나라에 아마츠키 이오리는 어찌 된 일인지 그날 분명히 죽었을 터인 그는 다시 용사로써 소환되었습니다. 30년 전 주인공을 배신한 동료들이 아직 살아 있는 세상, 그것을 알게 된 주인공은 복수를 다짐하게 되는데요. 그런데 사실 자신을 배신하고 죽였으니 당연히 복수를 꿈꾸는 건 좋은데 말입니다. 여기서 이런 물음을 던집니다. 사기 친 놈이 잘못일까 사기당한 놈이 잘못일까. 물론 사기 친 놈이 나쁜 건 사실입니다. 대문을 열어놨다고 도둑질해가라는 소리가 아니듯 남을 해하는데 있어서 대문 열어놓은 놈이 잘못이라는 논리를 들이미는 건 잘못이죠.
하지만 조금은 조심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물음을 던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피해자에게 과실을 묻는 건 잘못된 것이지만 의심과 경계를 했더라면 피할 수 있는 운명이 아니었나 하는 것입니다. 이런 점을 들먹이는 이유가 조금 정도는 자신의 미숙함을 부끄러이 여겨 반성을 보였다면 좋았을 텐데 전혀 그런 게 없다는 것입니다. 오로지 자신을 배신한 동료들에 대한 복수심에만 불타 있죠. 그래서 사기 친 놈이 나쁜가 속은 놈이 나쁜가 하는 언급도 해보았는데요. 그러고 보면 작중내내 이런 분위기가 많습니다. 주인공을 못 잡아먹고 안달 난 기사들은 자신들의 미숙함보다 주인공은 하지도 않은 비겁함만 부각 시키기도 하죠.
어쨌건 두 번째 인생을 시작한 주인공은 용사의 힘을 부활 시키기 위해 여정을 떠납니다. 지금 당장은 힘이 없어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그리고 미궁에서 전직 마왕 '엘피스자크' 통칭 엘피를 만나 뜻이 맞아 같이 여행을 떠나게 되는데요. 엘피 역시 동족에게 배신당해 몸이 파트로 분리되는 아픔을 맛봐야 했고 그 파트를 찾아 다시 마왕의 자리에 오르고자 합니다. 동료에게 배신당한 용사와 마왕, 어째 모 작품의 장면을 떠 올린다면 착각은 아닐 것입니다.
그건 그렇고 이 작품의 문제점을 들춰보자면요. 기승전결이 없습니다. 눈앞에 30년 전 주인공을 배신한 동료가 있는데 죽일 방법이 없다며 죽일 거 같이 몰아붙이면서도 매번 살려주는 것하며 첫 번째 미궁에서 이제는 잘 쓰이지 않는 재생 마물을 등장시켜 같은 장면을 계속 플레이 시키는 것은 몰입을 상당히 방해하는 요소로 다가옵니다. 그리고 30년전 유들유들한 성격으로 배신 당해놓고도 고쳐지지 않은 주인공 성격은 보는 이로 하여금 기분 나쁘게 합니다. 그러다 보니 자신에게 악의를 들이민다면 이유고하를 막론하고 때려 부숴버리는 카타르시스가 없습니다.
진정으로 복수귀를 자처한다면 그에 걸맞은 성격을 보여 주면 좋겠건만 사람들을 위하는 용사는 용사라는 듯 타인에게 손을 내미는 장면은 이질감으로 다가옵니다. 네가 지금 그럴 겨를이 없을 텐데 말입니다. 물론 복수를 하더라도 관련이 없는 사람이 말려든다면 그거야말로 마왕 그 이상일 테니 되려 명분이 없다 할 수 있겠죠. 상냥한 복수귀? 물론 이것대로 현실미가 있다 할 수 있겠습니다. 아무리 복수심으로 야차가 되었다곤 해도 혼자선 할 수 있는 게 있고 없는 게 있겠죠.
작가는 후일을 기약하며 힘을 되찾아 하나하나 복수 해나가는 과정을 그리려 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보는 입장에서 보면 단순히 여행을 하며 복수한다는 알맹이가 정해진 수순으로만 진행이 되어 무미건조하기 짝이 없습니다. 식상하다고도 할 수 있죠. 상냥한 복수귀 따윈 있을 수 없습니다. 정해진 길을 걸어가고자 한다면 보는 이로 하여금 식상하지 않을 무언가를 준비해두는 게 매너가 아닐까요. 작중에서는 미숙함을 들어내며 자신의 잘못을 타인에게 뒤집어 씌우며 역린을 건드리는 악당들도 나오긴 하지만 이런 건 단순히 흥미 위주에 지나지 않습니다.
맺으며, 구입할까 말까 많은 망설임 끝에 초판이 종료되고 증쇄가 나왔을 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구입은 했지만 역시나 조금 후회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회복술사만큼은 아니더라도 악귀가 되어 보다 복수에 대한 집념을 보여 주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말로는 복수하겠다고는 있는데 행동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소심한 데다 부딪혀서 역경을 이겨내는 그런 것도 없어요. 특히 첫 번째 복수신은 허망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이걸 위해서 새는 밤새도록 울었나? 울지도 않았지만 뭐 이런 게 다 있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부제목으로 저렇게 지었습니다. 이 작품은 아주 당연한 일이 일어나는 것뿐이라는 거죠. 샛길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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