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돼지 공작으로 전생했으니까, 이번엔 너에게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어 1권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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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하고 보니 돼지(진짜 돼지 말고)이고 주변에서의 나의 평판은 최악으로 치달아 있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얼까. 더욱이 그게 좋아하는 여자와 맺어지기 위해 일부러 평판 나쁘게 만들어 놨는데 결과적으로 여자도 빼앗기고 집안에서도 쫓겨난다면? 이 작품은 전생물이긴 한데 이세계가 아닌 애니메이션 속으로의 전생을 다루고 있습니다. [슈야 마리오넷]이라는 애니메이션, 그 속에서의 서브 캐릭터 '데닝'은 공작가(家)의 3남으로 태어나 전대미문이라 할 정도로 정령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으며(이는 곧 대마법사라는 의미이기도 함) 어릴 때부터 신동이라는 소리를 들었고, 차기 공작이 될 거라는 수식어도 따라다니는 엄친아에 인싸였는데요. 하지만 그의 나이 6살에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리는 일과 마주합니다.
6살에 숲에서 어떤 '경위(이게 이 작품의 포인트)'로 샬롯이라는 히로인을 만나버린 그는 모든 인생을 그녀를 위해 쓰겠다고 마음을 먹어요. 하지만 평민인 그녀가 3남이라고 해도 공작가의 자식인 자신(데닝)과 이어지는 건 절대적으로 불가능, 그렇담 6살짜리 꼬마 소년에게 남은 방법은 집안에서 쫓겨나서 평민이 되는 것, 이러면 그녀와 맺어질 수 있겠지? 퍽이나, 얄팍한 생각으로 일을 저질러 주시는 꼬마 소년은 10년 후 돼지 공작이라는 이명과 세계적으로 악동이라고 하면 귀여운 택이고 모두에게 악(惡)의 축이 되어 있었습니다. 온갖 저지래는 다 저질러 주시는데 소원대로 집안은 그를 내처 버리죠. 자, 이제 그녀와 맺어질 수 있겠지?
하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는 건 애니메이션 [슈야 마리오넷]의 진짜 주인공 '슈야'에게 샬롯을 빼앗기는 미래 밖에 없었는데요. 이쯤 현실의 [슈야 마리오넷]은 결말이 난 상태고, 열혈 마니아인지는 모르겠는데 애니메이션을 보던 현실의 주인공(이름 안 나옴, 이하 주인공)은 샬롯을 진짜 주인공(슈야)에게 빼앗기기 1년 전, 위의 돼지 공작으로 전생을 해버려요. 그러니까 현실의 주인공이 애니메이션 속 돼지 공작이 된다는 것이죠. 주인공 입장에서는 뭐 이런 멍멍이 같은 시추에이션이 있나 싶을 테죠. 이제 전대 돼지 공작이 싸질러 놓은 똥을 그가 치워야만 합니다. 사실 치우지 않아도 되는데 이왕 이렇게 된 거 샬롯을 진짜 주인공(슈야)에게서 지키고 그녀와 맺어지겠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그보다 애니메이션 속으로 전생한 것과 갑자기 돼지가 되었는데 혼란은? 다 개나 줘 버리죠.
아무튼 전대 돼지가 집안에서 쫓겨나기 위해 온갖 악한 짓을 다 저질러 놓았고, 몸도 출하 직전 돼지같이 만들어 놨으니 시작 난이도가 장난 아닙니다. 악행을 저질러 평민이 되는 건 포기하고 선행을 베풀어 그녀(샬롯)의 마음을 잡겠다는 그, 진짜 주인공(슈야)에게서 샬롯을 지키고 그녀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한다는 실행 불가능 미션을 부여받아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건 무얼까. 일단 뛰자. 살부터 빼야 뭘 해도 할 거 같단 말이지. 대답 대신 꿀꿀 거리기도 하고, 운동하다가 관절염 걸릴 거 같고, 유배 당하듯이 마법 학원에 입학은 했는데 주변 모두가 돼지라며 놀린다. 친구는 당연히 없음, 삥 뜯는다는 소문이 돌고, 마음에 안 들면 줘팬다는 허위사실이 유포되고 있지만 그런 경우가 진짜로 있어서 반박을 못하는 어이없는 학원 라이프.
대체 전대 돼지는 무슨 짓을 저지르고 다녔던 것인가. 그래도 결정된 미래는 거부한다. 애니메이션 [슈야 마리오넷]에서 주인공(데닝)의 악한 짓 때문에 그와 멀어졌던 샬롯,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온 진짜 주인공(슈야), 그리고 둘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이런 결말을 알고 있는 주인공은 샬롯을 지키고 맺어지기 위해 무던히도 애쓴다가 이 작품의 골자입니다. 참고로 진짜 주인공 슈야는 그리 나쁜 놈이 아닙니다. 천연 기질에 누구나 다 호감을 느끼는 전형적인 여느 작품들에 나오는 주인공 포지션이죠. 주인공(데닝)은 이 진짜 주인공과 경쟁보다는 자신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합니다. 그동안의 악평을 없애고 다이어트를 통해 원래의 몸으로 돌아가기 위해 무던히도 애쓰기 시작하죠.
자, 주인공의 노력 덕분인지 슬슬 그를 눈여겨보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이성은 물론 친구하나 없던 그에게 슬슬 친구도 생기고 이성도 생기고 있는 겁니다. 이 부분은 이세계로 가면 돼지든 훈남이든 반드시 붙는 히로인이라는 클리셰일 수도 있으나 이 작품의 경우는 주인공이 눈물 쏘옥 빠지게 노력을 통해서 얻어 가는 것인지라 개연성은 확보한 상태입니다. 그전에 샬롯은 주인공을 좋아하는 히로인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텐데, 시작은 다 그렇듯 호감도 0(제로)이죠. 게다가 시종이면서 주인인 그(주인공 데닝)에게 대놓고 돼지라는 등 독설도 서슴지 않아요. 시종 일 보다 월급에 관심이 더 많고, 일이라도 잘하면 모르겠는데 요리는 못해, 매사 사고나 치는 덜렁이에 약 만든답시고 독을 만들어 주인에게 먹으라고 내밀죠. 물론 이런 점은 히로인 특유의 개그 포인트일 뿐 심각한 건 아닙니다.
이미지 개선을 해서 샬롯과 맺어진다. 아무것도 못해서 빼앗기기만 했던 미래는 내 쪽에서 거부한다. 방 닦는 걸레는 빨아도 걸레인가 행주가 될 것인가 나아가 수건이 될 것인가. 한번 걸레가 되어버린 수건은 원래의 상태로 돌아오기란 불가능합니다. 그걸 주인공 데닝은 하려 하죠. 그리고 그 전초전이 시작됩니다. 이웃나라에서 학원으로 숨어든 첩자를 잡아내는 과정에서 그가 보여준 진짜 실력, 전설은 지금부터라는 듯 대지에 우뚝 서서 금화 500개나 걸린 실력자(첩자)를 맞이해 그가 보여주는 분투, 모두가 돼지라 부르며 괄시하고 약혼자까지 진짜 주인공(슈야)에게로 가버린 그의 뼈아픈 과거를 곱씹듯, 지금 돼지라는 고치를 뚫고 그는 나비가 되려 합니다.
맺으며, 오글오글 거립니다. 중2병은 아닌데 누군가가 사랑의 세레나데를 힘껏 부른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하는 주제를 놓고 쓴다면 이런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군요. 중반을 넘어서서 주인공이 샬롯을 바라보는 심정과 첩자에게서 전(前) 약혼자를 구해내는 장면은 정말 멋지면서 오글 거립니다. 남자로 태어나 한 번쯤 해보고 싶은 대사 순위 10위권에 몇 개나 들어갈만한 것들이 나와요. 아무튼 돼지의 헌신적인 사랑이라든지 히로인의 타산적인 모습이라든지 흥미요소가 꽤 많았습니다. 나아가 1년 후인 지 몇 년 후인지 이웃나라와의 전쟁이라는 복선도 깔아 두면서 샬롯과의 인연은 그리 쉽게 풀어지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담음으로써 흥미를 더욱 끌고 있다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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