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무직전생 7권 리뷰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화풀이-
스포일러가 꽤 강하게 들어가 있습니다. 또한 비평이 상당히 진하게 들어가 있으니 싫으신 분은 빽 하시거나 페이지를 닫아 주세요.
사실 필자는 이 작품을 안 보려고 했습니다. 이유는 주인공 성격 때문이었죠. 구입 전 조사를 거쳐 정보를 모았고, 필자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주인공 성격이 남의 마음을 파악하지 못해 파탄을 불러올 상이라는 느낌이었군요. 요컨대 상대가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를 전혀 헤아리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다르게 말하면 이세계에만 가면 히로인의 마음을 헤집고, 정의를 사랑하고, 올바른 길만 가고, 성격이 착하게 교정되는 한마디로 토나올 정도의 클리셰를 전면 반박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죠. 이것은 이전 생에서의 방구석 폐인 기질을 그대로 계승 시킴으로서 주인공이 이세계로 가서 새로 태어난다고 해도 기존 성격이 고쳐지지 않는다는 나름대로 작가의 배려(?)가 아니었나 하는 건데요. 물론 이세계에 가서도 방구석에만 처박힌다는 게 아니라 타인을 대할 때의 성격을 말합니다.
상대가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 모르니까, 물론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지만 전이 사건에 휘말리고 마대륙으로 날아가 5년이라는 시간을 거쳐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루데우스는 에리스의 무엇을 봤는가 하는 물음을 던진다면 과연 어떤 대답이 돌아올까요. 그는 에리스의 겉모습만 보고 있었을 뿐이죠. 필자의 이 말을 뒷받침 하는게 그로부터 몇 개월이 지났음도 루데우스는 에리스가 왜 떠났는지 도통 모른다는 것입니다. 물론 맺어지면서 그 나름대로 책임을 지려 했지만 정작 그녀의 진짜 마음이 어떻는지는 알려고 하지 않았죠. 애초에 그걸 물어보는 장면도 없어요. 결국 주인공은 자기중심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놓고 그녀에게 자기는 가치가 없었다는 둥, 특별한 상대가 아니었다는 둥 피해자 코스프레 하는 대목에서는 정말...
두 문단이나 할애해서 장황하게 늘어놓는 이유는 그 여파(상실감)가 이번 7권 내내 따라다닌다는 것이기 때문이군요. 끝까지 에리스가 어떤 마음을 품고 떠났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장면이 단 하나도 없어요. 여담이자 스포질 좀 하자면, 에리스는 5년 전 마대륙으로 날려가 숱한 고생을 하며 자기를 지켜 주었고, 어른의 계단에 오를 때조차 버거워하는 루데우스를 보다 못해 그의 힘이 되어 주고자 수행을 떠난 것입니다. 결코 루데우스를 버린 게 아니죠. 이렇게 놓고 보면 말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고 떠난 에리스에게도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만. 그러고 보면 이 작품엔 이렇게 엇갈림이 좀 들어가 있죠. 주인공이든 히로인이든 매사 모든 걸 꿰뚫어보는 만능은 아니라는 듯, 평범한 사람이 평범하게 엇갈리면 이렇게 오해도 부른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지 않나 하는 느낌이 없잖아 있었습니다.
에리스가 떠난 빈자리, 그 자리를 누가 채울 것인가 하는 궁금증이 좀 있었는데요. 루데우스는 어머니 '제니스'를 찾기 위해 북방 대지로 떠납니다. 가는 길에 '카운터 애로우'라는 파티명을 가진 5명과 안면을 트게 되고 거기서 새로운 히로인이자 7권 한정인(13권인가에서 또 나오는 모양입니다만.) '사라'를 만납니다. 그녀의 첫인상은 드세다. 에리스와 마찬가지로 최악의 상성을 보이죠. 어쨌건 그 길로 로젠버그라는 도시에서 이들과 혹은 다른 모험가들과 약 1년간 모험을 하며 자신의 인지도를 높여 가요. 인지도는 어머니를 찾기 위한 것. 각지를 돌아다니는 모험가의 눈과 귀를 빌리면 어쩌면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걸지만 그렇게 녹록지만은 않습니다. 그러면서 여차여차 시간은 흐르고 사라와 티격태격하는 일도 늘어나고 그러다 삐끗해서 사고를 위장해 가슴도 만지는 등 바쁜 나날을 보내죠.
그리고 새로운 인물 모험가 S등급(참고로 루데우스는 A등급) '졸다트'도 만나 그에게 사사건건 시비도 받으며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고 결국은 둘이 의기 투합하기에 이르는데 그 과정이 참 현실적입니다. 졸다트는 몰랐다곤 해도 처음엔 에리스에게 차였다는 상실감에 젖어 세상 다 잃은 듯한 면상이 마음에 안 들어 시비를 걸어 댑니다. 그러다 둘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차츰 졸다트는 루데우스의 상실에 젖은 본 마음을 알아 가죠. 그런데 이 과정을 보고 있으면 왜 루데우스는 에리스와 이렇게 대화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을 던집니다. 솔직 다감하게 대화를 했더라면 미래는 달라졌을까? 그랬다면 적어도 사라를 여자로서 수치심을 들게 하지는 않았을 거라 봅니다. 무슨 말이냐면 스포일러이긴 한데 사라가 의뢰를 수행하던 중 죽을 위기에 처하죠.
'카운터 에로우'의 파티원은 그녀가 죽었을 거라 여기고 철수를 해버리고 맙니다. 하지만 루데우스는 밤 길을 헤치고 그녀를 구해주게 되죠. 파티원도 포기한 자신을 구해준 것입니다. 실제로 다른 파티원 한 명은 사망해버렸고, 그러니 상성이 안 좋아도 호감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는 것입니다. 세상은 그래요. 딱히 해코지도 안 하고 그동안 모험하면서 몇 번이나 파티를 위해 목숨을 걸어준 그가 아무리 아니꼽더라도 호감이 안 생기는 게 이상하죠. 그리고 6개월간 이들은 나름대로 인연을 쌓아가고 종국에 사라는 그에게 마음을 허락합니다. 아랫도리가 아버지 파울로만큼이나 가벼운 루데우스가 그걸 차버리지는 않을 테죠. 그런데 말입니다. 사람은 어떤 트라우마나 굉장한 충격을 받으면 몸 어딘가가 고장이 난다고 하죠. 루데우스는 하필이면 자랑스러운 거기가 말입니다.
그동안 사람이 죽어나가는 장면이 더러 있긴 했지만 이번처럼 사실적 묘사에선 정말 소름이 돋았습니다. 특히 '사라'가 마물에 붙잡혀 있는 장면은 시리어스가 따로 없어요. '카운터 애로우'의 파티원 중 죽은 한 명을 표현한 장면도 꽤나 시리어스하죠. 밥맛 떨어질까 봐 자세하게 언급은 못하겠습니다만. 여러 작품을 봐온 필자에게 있어서 다소 충격적이었다고 할까요. 표현력에 있어서요. 그리고 이 장면들에서 삶과 죽음은 정말 종이 앞뒤처럼 가깝게 존재하는 구나하는 걸 새삼 알게 해줬군요. 그러고 보면 주인공 루데우스가 현세에서 죽을 때도 참 리얼리티 하게 표현을 해놨죠. 아무튼 몇 개월이나 같이 생활한 동료 같은 사람이 다음날엔 목숨을 다하는 세계, 전세에서 방구석 폐인질이나 하던 주인공에게 다소 짐이 무거운 장면이 아닐까 했는데 이건 또 태연하게 대처하는...
어쨌거나 이번 에피소드는 주인공 성격 때문에 눈살이 많이 찌푸려졌군요. 에리스가 왜 떠났는지 이해하려 하지 않는 모습, 그것으로 인해 마음에 상처를 많이 입어 불능이 되어 버렸지만 그것조차 이해를 못하는 모습, 사라를 여자로서 수치스럽게 해놓고 사라가 꺼낸 타산적(구해준 것에 대한 빚 청산)이었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서 상대의 진짜 마음을 알아채지 못하는 우둔함, 이런 흐름을 보고 있자니 피해 의식에 쩔어있는 전형적인 방구석 폐인 기질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끝끝내 졸다트와 '어떤 짓'을 벌이면서 인상은 최악으로 치닫더군요. 거기다 진심을 들으려면 술을 먹여 보라는 말이 있듯이 고주망태가 된 루데우스가 꺼낸 사라의 평가는 정말 본인(사라)에게 싸다구 맞아도 모자를 지경에 이릅니다. 그래놓고 또 피해자 코스프레는 정말 이건 아니다 싶었군요.
맺으며, 필자는 이래서 이 작품을 안 보려 최대한 저항을 하였습니다. 그렇다고 그럼 지금부터라도 보지 말라는 악플은 참아 주시고요. 이미 8권도 구매해놓은지라, 9권부터 어떡할지는 8권을 마저 보고 판단을 해볼까 합니다. 어쨌거나 루데우스만 죽일 놈이라고 언급은 해놓았습니다만. 사실 에리스나 사라나 자신의 마음을 상대에게 명확히 밝히지 않은 죄가 있긴 합니다. 말하지 않으면 모르는 것인데, 문제는 그런 히로인들에게 버림받았다고 자해하는 주인공의 문제가 더 크다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군요. 단순히 버림받았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히로인들에게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비추는 것에 질이 더 나쁘다 할 수 있습니다. 요컨대 소통의 부재임에도 그걸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이죠. 그런 재주가 있었으면 전세에서 방구석 폐인으로 지내지 않았을 테지만요.
마지막으로 본 리뷰는 필자의 주관적 100%입니다. 다른 분들과 의견이 다를 수 있음을 알리며,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고 악플은 달지 말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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