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도시 안디카에서 신대 마법을 쓰는 해적소녀 '메일 메르지네'를 새로운 동료로 맞아들였습니다. 이로써 '밀레디'는 신대마법사 7명 중 자신 포함 4명을 모으게 되면서 꿈에도 그리던 교회 타도에 한 발 더 다가서게 되었죠.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혼자서 [해방자]라는 교회에 대항하는 반란군을 이끌며 모든 걸 짊어지고 있었던 그녀, 4년 전까지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가훈인 것처럼 옛날부터 교회에 반하는 이단을 처치하며 마치 잘 짜져진 프로그램처럼 세상을 살아가기만 했던 그녀, 그런 그녀의 눈과 귀를 뚫어줬던 벨타의 죽음에서 부조리한 세상을 바로잡고 신(神)에 맞서기로 했던 그녀는, 그녀의 의지를 받들어준 많은 동료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럴까요. 이제 좀 어깨의 짐을 좀 내려놔도 되나 싶었던 그녀를 벌하듯, 이 세계의 신(神)은 처음부터 그녀의 편은 아니었다는 듯 옭아매기 시작합니다.

 

근데 뭘 써야 되나, 이번엔 좀 많은 일들이 벌어져요. 이걸 어떻게 압축해서 조리 있게 쓸까 하루 종일 생각을 했지만 좀처럼 결론이 나지 않았군요. '메일'을 동료로 맞아들이고 수개월, 해상도시 안디카의 주민들을 [해방자]로 맞아들이면서 이들을 수용할 각 지부라든지 살 곳을 찾아 동분서주하는 게 초반의 이야기입니다. 밀레디는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으면 발과 입에 가시가 돋는지 '오스카'에게 깐족깐족 거리다 기어이 그에게서 안경빔을 처맞고 실명을 하고, 안디카 주민들이 살 곳을 수소문하다가 사막에 집을 짓는 오스카의 엉덩이를 노리는 여장남자에게 메일이 그를 재물로 바치는 등 제법 유쾌한 일들이 벌어집니다. 하지만 그 유쾌함에 감춰진 뒷면에서는 밀레디가 안고 있는 짐의 무게는 보통이 아니라는 걸 역설하기 시작 하죠.

 

불과 14살이라는 나이에 수천 명이나 되는 [해방자]들을 이끌고, 교회에 맞서 싸우고, 그러면서 마치 사회주의 국가에서 모든 대화와 행동이 검열 당하는 것처럼 인간이 인간답게 못 사는 세상을 아파하며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그런 아픔과 고생을 애써 감추기 위해 그녀는 깐족거림으로 포장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무게 있는 이야기가 시종일관 가슴을 묵직하게 만듭니다. 작가가 본편은 말할 것도 없고 외전 1~2권에서도 오글거리는 중2병을 작렬 시켜놓았으면서 이번 3권은 꽤나 진지한 모습을 보여서 놀랐다고 할까요. 사실은 밀레디의 깐족거림은 힘든 내색을 하지 않기 위한 포장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더 이상 개그라든지 중2병이라고 언급을 못하겠더라고요. 메일의 사디스트는 그런 그녀를 뒷받침해주기 위한 그녀만의 배려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아무튼 마왕이 등장합니다. 본편에서도 마족이 나오죠. 하지메에게 끔살을 당한 마족 여자가 살았던 마왕국, 여느 판타지에서 그러하듯 인간들과 싸우지 못하면 온몸에 가시가 돋는지 마족 우월주의를 내세워 호시탐탐 인간족을 족치려 들었지만 이번 대의 마왕은 온건주의였다는데 뭘 잘못 먹었는지 갑자기 온건에서 강경으로 돌아서서는 전쟁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습니다. 막강한 교회에 대항하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으려는 마왕은 같은 마족이라도 씨가 틀리다며 하위 종족을 잡아다 병기를 만든다고 생체실험을 하고 있었더랬죠. 근데 여기까지는 좋아요. 중요한건 마왕이 밀레디를 그동안 스토킹을 해왔다는 것인데요. 옛날부터 마족과의 전쟁에서 인간 측 선봉에 섰던 밀레디 가문이 무서웠던 마왕은 밀레디의 발을 묶기 위해 오스카의 동생 등 [해방자]의 동료들을 포로로 잡으려 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하죠.

 

흠... 이번 3권은 본편과 더불어 제일 흥미로운데 어째서 리뷰 쓰기는 죽기보다 싫은지 도통 알 수가 없군요. 여기까지 쓰는데 3시간 넘게 걸렸습니다. 아무래도 1~2권과 괴리감 때문이 아닐까 하는데, 작가 '사라코메 료'하면 개그 중2병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잖아요. 그래서 그럴까요. 이와 상반되는 이야기를 초반 빼고 시종일관 매우 진지하게 써놨으니 필자가 적응을 못하나 봅니다. 특히 마왕과의 일전은 정말 뼈와 살이 분리되는 게 이런 걸까 싶을 정도로 밀레디, 오스카, 나이즈의 싸움은 처절합니다. 마왕이 준비한 적을 알고 나를 날면 100전 100승이라는 필승의 전략을 구사하면서 위기란 이런 거라는 걸 여실히 보여주죠. 마법 봉인, 마법에 특화 한 밀레디 일행에게 있어서 마왕은 천적이나 다름없게 다가와요. 여기에 새로운 신대마법사가 마왕에게 인질로 잡혀 있었고 그에게서 눈물 나는 인생 스토리까지 합처지니 정신을 못 차리겠습니다.

 

맺으며, 이번 리뷰도 뭔 말하는지 모르겠다는 댓글이 달리지 않을까 하는군요.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이번 리뷰는 쓰는데 고생 좀 했습니다. 적응이 되질 않아요. 송충이는 솔잎만 먹고살아야 하는데 왜 뽕잎을 먹고 그러시는지 원. 아무튼 밀레디가 품고 있는 깐족거림의 진실은 이것이다라는걸 알려주는 에피소드가 아니었나 합니다. 가시밭길을 걷는 고통을 감추기 위한 거짓 웃음, 이것이 없었다면 4년 전 밀레디의 눈과 귀를 뚫어주었던 벨타의 죽음에서 이미 그녀는 정신이 망가졌을 테죠. 그래서 다시는 잃지 않기 위해 거짓 웃음으로 겉을 포장하고 아무리 고생스러워도 누군가를 구하는데 진심을 다한다. 이것이 이번에 표면화됩니다. 사실 전체적으로 넓게 보면 중2병의 연장선이긴 한데 중2병을 공공연히 언급하는 작가치곤 꽤 진지한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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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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