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용과 제례 리뷰 -스승은 터무니없는 걸 남겼다-
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설 주의
전란으로 어수선한 시기, 차례차례 복속되는 주변 국가, 그리고 그 옛날 용(龍)이 살았다는 전설. 작중 분위기는 이렇습니다. 시작은 어느 산골짜기 마을에서 마법 지팡이 가게고요. 그 가게를 운영하던 장인은 수명이 다해 저세상으로 떠 났고, 그의 마지막 제자가 가게를 둘러보고 길을 떠나는 걸 비추죠. 이 세계는 마법이 있는 판타지 세계입니다. 마법은 지팡이를 통해 발현되며, 그래서 지팡이는 아주 중요하게 여기는 무기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주인공 스승은 지팡이 제작에서 이름이 알려진 사람이었고, 그의 제자들은 세상에서 두각을 나타내 스승 못지않은 존경을 받고 있었죠. 주인공 또한 그의 마지막 제자가 되어 스승과 견주어 손색없는 실력을 쌓았다고 자부합니다. 이제 스승은 이 세상에 없고, 그도 이 산골짜기를 벗어나 세상에 나가 자리를 잡으려 하죠.
그런 그에게 어떤 소녀가 찾아옵니다. "이 지팡이를 고쳐줘요"
스승이 팔팔하던 시절 만들어서 팔았던 지팡이가 고장 나서 AS를 받기 위해 찾아온 것입니다. 하지만 스승은 저세상에 가버렸죠. 귀찮음을 예감한 주인공은 모른척하려 했지만 그녀는 한 장의 약정서를 내밉니다. 거기엔 "이걸 보는 똥 멍청이 제자가 고쳐주길" 요약하면 이런 말이 되겠는데, 스승의 명령에 가까워서 모른 척할 수도 없어 결국 고쳐주기로 합니다. 그런데 재료가 무언가 조사하던 중 아주 골치 아픈 소재가 쓰였다는 걸 알게 됩니다. 바로 '용의 심장'. 용은 1천 년 전에 멸망했다고 알려지는 전설의 생물로서 이제는 돈이 있어도 구하지 못하는 소재가 되었죠. 약정서 흔들며, 도망칠 생각 마세요!!라며 으름장 놓는 소녀. 스승이 남긴 지팡이에다 지금은 비록 죽었지만 명령은 명령. 결국 어떻게든 고치려고 용(龍)을 찾아 소녀와 함께 여행을 시작합니다.
시종일관 용을 찾기 위한 여행을 다루고 있습니다. 주인공과 소녀는 스승의 또 다른 제자 집에 얹어 살며 지팡이를 이리저리 살펴보고, 재료를 알아보고, 용이 살았다는 지방과 관련 있는 사람들을 조사하기 시작하죠. 그런 과정에서 소녀의 정체와 이제는 수리가 되지 않는 지팡이에 왜 이리 집착하며 수리하려는지 조금씩 밝혀갑니다. 전란의 시대, 왕국은 주변 나라들을 힘으로 굴복 시키며 주민들을 학살하고, 소녀는 그 희생양 중 하나였죠. 그렇게 복속된 속국의 주민인 그녀는 왕국에 끌려와 좋은 취급을 받지 못하며, 언제나 후드가 달린 옷을 입고 피부와 얼굴을 다 가린 채 생활을 합니다. 그런 생활에서 지팡이는 유일한 위안이었죠. 그것은 아버지가 남긴 유품이었으니까요. 이렇게 이야기는 그녀가 필사적으로 왜 지팡이를 고치려는지 이해시켜 갑니다.
그리고 그녀의 지팡이는 왜 고장이 났는가 하는 물음을 던집니다. 그래도 내로라하는 명색이 지팡이 장인이 만든 지팡이로서 아무리 험한 전장에서 굴린다 한들 쉽게 고장 날 물건이 아니었던 거죠. 이야기는 이 이야기에서 고결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걸 써 내려갑니다. 사람 계급에서 한 단계 아래 취급받는 속국의 출신의 그녀가 볼모로 잡혀와 살아가야 되는 입장, 볼모로 잡혀와 괴롭힘당하고 혼자가 되었을 때 손을 내밀어 준 사람, 가장 친하다고 여겼던 사람에게서조차 속국의 취급과 자신의 아버지 죽음에 대한 저열한 말을 듣게 된다면. 자신을 살리고 죽어간 가족들을 폄하한다면. 소녀는 복수를 꿈꾸었던 것입니다. 친했던 사람은 그저 전쟁을 빨리 끝났으면 하고 바랐을 뿐, 악의가 없다고 해도 말이란 듣는 이에 따라 상처가 된다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그래서 지팡이는 고장 난 것입니다. 복수도 하기 전에 말이죠. 소녀는 주인공에게 지팡이를 고쳐 달라고 했습니다. 고치면 복수에 나설 것인가? 주인공과 소녀는 여행의 끝에 용의 단서를 찾습니다. 지팡이가 고쳐지면 소녀는 복수에 나설까? 그런데 지팡이는 복수하기도 전에 왜 고장이 난 것일까. 아버지는 이런 불량품 같은 지팡이를 왜 딸에게 주었을까. 지팡이의 본래 이름은...
그리고 그녀는 방계라고 해도 왕족.
맺으며: 본 작품은 단편으로서 그 흔한 모험담은 나오지 않습니다. 그저 용을 찾아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이야기들만 나오죠. 주인공은 먼치킨 따위도 아니며, 여주인 소녀도 뭔가 있는 것도 하는 것도 없습니다. 그저 여행을 하고 조사를 할 뿐이죠. 그러다 용에 대해 알아가고요. 용이 언급되면서 후반에 뭔가 철학적인 이야기도 나오는 거 같은데 이쯤 되면 집중력이 떨어져서 뭔 이야기인지 솔직히 아무래도 좋게 되더군요. 주인공과 소녀가 서로 이끌려 호감을 표시하거나 그렇고 그런 장면을 연출하는 것도 없습니다. 전쟁과 마법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면서 그런 이야기는 거의 안 나오죠. 그래서 일기장 같은 느낌이 강합니다. 초반에 주인공이 스승의 가게를 나와 도시로 나가는 장면에서 소녀를 만나 지팡이 이야기가 나왔을 때, 봐라! 주인공이 얼마나 대단한지 지팡이를 고쳐서 마법을 마구 쏴줄 테다!! 이런ㅇ게 있을 줄 알았는데 없어요. 그냥 고장 난 티비가 있고, as 센터에 들고 갔더니 부품이 없다 해서 기다리라길래 기다리다 끝나는 뭐 그런 이야기입니다. 적어도 필자는 그렇게 느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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