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사일런트 위치 2권 리뷰 -조금은 씩씩하게-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번 2권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여주 '모니카'의 극도의 낯가림은 선천적이 아니라 후천적이었다. 이런 거죠. 마술사로서 유망하고 한없이 자상했던 아버지가 이단자로 몰려 화형 당하고, 어린 나이의 그녀는 그것을 오롯이 봐야만 했다면? 친척에 맡겨진 그녀는 주변으로부터 이단자의 자식이라며 손가락질 당하고 삼촌으로부터 술병으로 폭행 당하는 나날을 보냈다면? 성장해서 마법 학교에 들어가 그저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잘 하는 일을 했을 뿐인데 뒤처져 있던 주변으로부터 날 깔보는 거 아니냐는 매도를 당한다면? 필자가 이번 2권을 읽고 느낀 점이 있다면 이런 처사를 당하고도 왜, 어째서 그녀는 마왕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것입니다. 타인을 대할 때는 비굴할 정도로 저자세로 임하고, 나의 행동으로 인해 상대가 상처받고 힘들어하면 어쩌지? 뭔가 일이 벌어지면 그녀 때문이 아님에도 나 때문이라는 자책. 그녀는 생각의 끝에 마왕이 되기보다 세상을 등지고 마음을 닫아 버리는 것을 택했습니다.
그럼에도 제2왕자 호위라는 주어진 임무에는 최선을 다하려 하죠. 임무에 투입되자마자 자객을 잡아내는 등 성과를 이뤄내고 있었습니다. 그럼으로 해서 제2왕자의 눈에 띄고, 학생회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임원이 되는 등 그녀의 생각과는 반대로 인싸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게 안 좋았던 것이죠. 어쩌다 학생회 문제를 해결하여 임원이 되고, 학원의 정점 제2왕자와 가까이 지내는 시골뜨기 거지 소녀를 귀족 영애들이 곱게 볼리 없다는 것을. 그녀는 그저 수학이 좋았고, 수학을 기반으로 하는 마법이 좋았습니다. 그렇기에 마법이라는 소양을 길렀고, 타인과의 교류를 기피했기에 무영창을 실현했죠. 그녀가 이렇게 강한 이유는 과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역설합니다. 그러니까 그녀의 본질은 과거의 악몽이고, 이 본질을 깨트리고 그녀를 인간으로서 살아가게 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를 넌지시 던집니다. 그리고 일어나선 안 될 일이 벌어지죠. 히로인(모니카) 독살이라는 전대미문의 시건이.
사람은 어디까지 추락하고, 어디까지 추악해질 수 있나를 보여줍니다. 그녀(모니카)의 과거는 끝난 것이 아니라 현재도 진행 중이었던 것입니다. 무엇을 잘못했기에, 그저 주어진 일을 묵묵히 했을 뿐인데. 그녀는 독으로 괴로워하면서 악몽으로 점철된 과거를 봅니다. 그저 잘 사는 세상이 되었으면 했던 아버지가 이단으로 몰려 화형 당하는 모습, 아버지를 매도하는 사람들, 아버지가 남긴 자료를 잊지 않겠다는 양 머리 속에 철저히 쑤셔 박고, 삼촌으로부터 이단의 자식이라며 술병으로 폭행 당하면서도 죄송하다는 말 밖에 못하는 자신. 그녀가 왜 비굴할 정도로 낯가림이 심하고 자책을 일삼게 되었는지 그 전모가 드러납니다. 본 작품은 왕자와 거지 소녀가 만나 풋풋한 사랑을 속삭이는 청춘 러브 코미디가 아닙니다. 그런 것은 픽션에만 존재한다는 걸 역설하죠. 그리고 지금, 왕자 호위하러 와서 독살당하는 자신(모니카)이 있습니다. 쳐다보기만 하는 주모자들, 도와주지 않는 주변. 이것은 과거의 재림인가?
병실에서 눈을 뜬 그녀... 손을 잡아주는 누군가.
이제까지 괴롭힘의 나날이었다면, 이제부터 치유받는 것도 있어야 하지 않겠나.
언제부터였을까. 남들은 기피하는 빼빼 마르고 시골뜨기 소녀에게 친구가 생긴 것은. 시골뜨기 평민이 못마땅해 싫은 소리 늘어놓으면서도 챙겨주는 사람이 늘어난 건 언제부터일까. 독을 먹고 쓰러진 그녀를 누가 응급처치를 하고 누가 병실로 옮겨 주었을까. 괴롭힘 밖에 없는 세상에서 언제부터 손을 잡아주는 사람들이 생겼을까. 자, 지키러 왔다가 되레 보살핌 받는 소녀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허물없이 대해주는 사람도 늘었고, 은혜를 입어 절대적인 충성을 맹세한 사람도 있고, 같이 쇼핑하러 가는 사람도 생겼습니다. 그녀의 본질은 과거의 악몽입니다. 요양 중에 친구들이 보내온 안부 쪽지를 보고 그녀는 어떤 마음을 가지게 되었을까. 그녀의 본질을 깨트리고 인간으로서 살아가게 하기 위한 일들이 무엇이 있을까 하는 이야기가 시작되죠.
그리고 또 실책을 하여 폐를 끼쳤다며 코를 바닥에 처박고 오열을 삼키며 사죄의 말을 올리는 그녀(모니카)를 바라보는 제2왕자는 무슨 생각을 하였을까, 왕자도 그녀에게서 자신의 과거를 보게 되었습니다. 자신 앞에서 울고 있는 저 소녀는 다름 아닌 자신이라는걸... 그렇다면 자신이 지금 해야 될 일은 무엇일까. 이게 이번 2권의 최대 포인트입니다.
맺으며: 꼬리가 길면 밟힌다는 속담이 있죠. 이번 2권에서는 감이 날카로운 학생들에 의해 슬슬 '침묵의 마녀'가 근처에 있는 거 아닐까 하는 추축을 시작합니다. 밝혀진다면 어떤 소동이 일어날까 하는 궁금증도 자아내는데요. 그중에 모니카가 호위 중인 제2왕자는 '침묵의 마녀' 골수 팬이라는 것에서 흥미를 더해가죠. 아무튼 차기 왕권을 놓고 대립하는 귀족들에 의해 제2왕자 암살은 더욱 노골적이 되고, 그에 맞서 모니카는 그녀가 가진 모든 마력을 동원해서야 겨우 막는 일들이 벌어집니다. 그렇고 보면 먼치킨 같은 주인공(모니카)이지만 결코 먼치킨은 아니라는 걸 말하기도 하는데요. 그녀는 어디까지나 과거의 악몽에서 숨고자 히키코모리를 선택했고, 그것을 기반으로 말을 하기 싫어 무영창을 실현했을 뿐 강해지기 위해 노력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 특징이죠. 그러나 세상은 그런 건 안중에도 없다는 것처럼 친구를 이용하고, 암살이 자행되고, 독살이 횡행하는등 추악함을 엿보이기도 합니다. 권력투쟁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었고, 전란의 기운까지 더해지면서 이야기는 더욱 흥미로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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