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아라포 현자의 이세계 생활일기 12권 리뷰 -사람이 도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
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본 작품에서 장족의 발전이 있었다면 그것은 일러스트겠죠. 예쁘장한 여중생을 '바키' 어머니같이 그려 놓았던 것이 이제야 다듬어져서 여중생 같은 그림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아저씨에 의해 호문쿨루스로 키워져 이제 독자적인 인격을 가지게 된 '사신 알피아'도 제때 그 나이(?)에 맞는 일러스트를 가지게 되었으니 당사자 입장에서는 참으로 다행히 아닐 수 없겠죠. 더욱 장족의 발전을 하게 된 '크리스틴(표지 노랑머리)이나 메인 히로인 자리에서 저 멀리 떠밀려나게 된 '크리스티나'도 장족의 발전을 이뤘습니다. 이렇게 일러스트에 집착하는 이유는, 사실 주관적이긴 하지만 이야기에 집중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동안 이야기는 괜찮아도 일러스트가 괴랄해서 접은 작품도 다수 있는 필자로서는 이 부분을 중요하게 보고 있거든요. 사실 히로인이나 주인공이 폴리곤 사각같이 생겼다면 감정이입이 될까, 과한 외모지상주의도 좀 그렇지만 사각 폴리곤도 좀 그렇잖아요?
이번 이야기는 '사신 알피아'가 호문쿨루스 배양관에서 나와 알몸으로 활보하고, 등장인물들 총출동해서 온천으로 여행을 떠나고, 죽은 줄 알았던 아저씨의 누나가 망령이 되어 사람들을 습격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사신 알피아는 4신에 의해 봉인, 방기 되었다가 아저씨가 주운 세포로 배양되어 부활하는데 성공하였습니다. 이제 4신을 찾아서 골로 보내고 다시 이 세계의 관리권을 되찾아만 하죠. 4신에 의해 무차별적으로 소환된 용사들은 죽어서 구천을 떠돌았고, 이 세계 시스템에 이물질로 작용하여 머지않아 이 세계는 소멸될 위기에 빠졌습니다. 본격적인 활동 전에 아저씨와 주변 사람들에게서 의복을 지원받고, '루세리스(메인 히로인)'에게 먹을 것으로 길들여지는 등 인간 친화적인 모습도 보입니다. 그리고 주변인들의 온천으로의 여행은... 솔직히 이건 왜 넣어놨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야기 진행에 하등 관련도 없고, 쓰잘데기 없고, 싸구려의 극을 달리는, 당췌 이해가 되지 않는 분량이었습니다.
아저씨의 누나는 결국 아저씨의 계략에 의해 저세상으로 가게 되었습니다만, 죽어서도 구질구질하게 망령인지 뭔지로 변해서 이 세계를 떠도는 용사들의 망령과 합체하더니 사람들을 공격하는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아저씨는 변두리에서 원인불명의 시체가 나오니 조사해달라는 공작의 의뢰를 받고 찾아다니지만 그게 자신의 누나라는 걸 꿈에도 모르고 있죠. 그런 상황에서 누나에게 공격당한 사람들이 좀비로 변하는, 이제 뭐가 뭔지 모를 일들이 벌어집니다. 이게 막 불어나서 대군이 되고, 조사하러 다니던 아저씨는 뭐하고 자빠졌길래 일이 이 지경이 되어도 해결이 되지 않나 하는 느낌이 장난 아닙니다. 딴에는 미궁에 빠진 사건을 파헤치고 해결하는 탐정물을 그리려나 했나 본데 철저하게 실패한 그런 느낌? 게다가 용사들의 망령과 아저씨 누나 망령하고는 언제 분리가 되었지? 사신 알피아에 의해 새롭게 태어나는 망령 부분을 보고서야 분리된 줄 알았네? 어디서 놓친 거지. 따로따로인가?
이 작품의 성향이 일본 개그 만담식인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우리 개그 감각으로서는 도저히 맞지 않는 설정이다 보니 분명 개그인데 감정이입을 못하는 그런 이야기들을 보여주죠. 이번 12권을 예를 들자면, 온천에서 여성들 알몸 보겠다고 난투극을 벌이는 것이나 '사신 알피아'의 속옷 문제로 몇 페이지나 할애하는 부분, 메인 히로인 자리에서 탈락한 '크리스티나'를 두고 사랑 앓이를 하는 어떤 남학생을 이야기하는 부분 등 뭔가 비장함을 표현하여 개그로 승화 시키려 했나 본데 웃기기보다는 하찮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더군요. 거기에 가슴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 건 이런 작품의 불문율인가 싶기도 하고요. 물론 이런 느낌들은 필자 주관적이라는 걸 말씀드립니다.
맺으며: 11권 리뷰를 좋게 썼는데 12권에서 이꼬라지네요. 그냥 쉬어가는 에피소드 같기도 한데, 솔직히 주변인들의 온천 여행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분량입니다. 그저 눈 요깃거리에 지나지 않죠. 12권쯤 오면 세계의 본질을 들여다보고 망가지게 된 세상을 되돌리려 애쓴다거나 그런 것보다는 어디 딴 나라 이야기고, 아저씨 누나는 구질구질하게 망령으로 재투입 하고, 여전히 무면허 오토바이 운전은 고등학생의 특권 같은 소리만 늘어놓으니 도서를 팔아서 돈을 벌겠다는 건지. 뭔가 팔리기에 12권까지 나왔을 수도 있겠다 싶긴 한데, 사람들의 취향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군요. 아무튼 13권에서 사신과 4신의 이야기가 어느 정도 결판이 날 거 같은데 한 번 더 속는 샘치고 구입해야 할까요? 다음은 괜찮겠지 해서 판돈 걸었더니, 이래서 도박은 좋지 않다고 하는가 봅니다. 이거야 원 적지 않은 돈을 투입하고도 몸에 하등 도움 되지 않는 쓰디쓴 약 먹는 기분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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