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주인공 먼치킨, 히로인 다수의 하렘을 기반으로 한 판타지입니다. 이세계 전생물은 아니고요. 주인공은 5살 때 부모님을 따라 마물이 득시글 거리는 마경에 들어갔다가 부모님은 비명횡사, 주인공은 그대로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마경에서 홀로 마물 등을 잡아먹으며 지내게 됩니다. 10년 후 근처 기사단에 의해 구출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주인공을 죄인 취급하며 감금, 나아가 강제로 기사단에 편입 시켜 버립니다. 그런데 하필 그 기사단은 말도 못 할 정도로 악덕해서 심각한 구타와 언어폭력, 먹을 것은 부족, 잠도 못 잘 정도로 혹사 시키고 있었습니다. 주인공은 10년 동안이나 문명과 동떨어져 있었기 때문일까 이게 괴롭힘인지, 정상적인 조직의 생활인지조차 인지를 못하는 상황이었죠. 주인공은 그저 나약한 놈이라느니 나라를 위해서라는 단장의 말빨에 그런가 보다 하고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길드 마스터가 찾아오면서 이 지옥 같은 생활이 끝이 납니다.

초반부터 앞으로의 주인공 생활에 대한 개연성을 엄청나게 집어넣습니다. 우선 마경에서 10년이나 지냈다는 부분, S랭크 모험가조차 섣불리 들어가지 못하는 마경에서 5살짜리가 어떻게 생존했을까. 이것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주인공 진짜 정체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작중에 보면 여신과 용사, 그리고 마족이 언급됩니다. 여신의 신탁은 아직 내려오지 않았다 했으니, 그렇다면 주인공이 용사일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이 가설의 신빙성이 높은 게, 작중에 성녀(히로인)가 등장하는데 그녀는 한 번도 못 본 주인공을 적극 두둔하고 나선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는 이렇게 마경에서 살아남으면서 먼치킨에 대한 개연성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주인공은 말도 못 할 정도로 엄청나게 강합니다. 어디서 뭘 했는지 같은 개연성도 없이, 전생물도 아닌데 초반부터 강하면 쓰레기 소리 듣겠죠. 이렇게 마경에서 지냈다는 개연성을 넣음으로써 비판을 미연에 방지하기도 합니다.

아무튼 10년이나 사회와 떨어져 지냈고, 처음 만난 사람이 악덕 기사단의 단장이었고, 그러다 보니 세상 물정과 상식 결여로 사기당하기 딱 좋은 상태가 바로 주인공이란 말씀. 마침 길드에서 사람 좋은 '쿠에나(메인 히로인)'를 만나 쿠사리를 먹으면서 상식을 배워가는 게 조금은 흥미롭습니다. 언제나 상식 결여로 바보짓 하는 주인공이 위태로워 어쩔 수 없네 식으로 보살펴주는 게 한편으로는 귀엽기도 하죠. 두 번째 히로인 '실라'가 본격적으로 합류하면서 은근히 연적으로 경계를 하고, 내가 먼저 부뚜막에 올라가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 얼굴 벌게져서 흥흥 거리는 게 전형적 하렘의 분위기를 뿌려 댑니다. 물론 히로인들과의 개연성도 충분히 뿌려 두는데요. 쿠에나와는 S랭크를 두고 시합을 벌여서 인연을 맺었고, 실라는 기사단에 있을 때 부기사단장으로서 단장인 아버지가 주인공을 못살게 굴 때마다 걱정을 해주었죠. 이후 아버지의 폭주를 주인공이 막아주면서 본격적으로 주인공 진영에 합류합니다.

본 작품은 콩쥐팥쥐같이 구박받는 히로인(콩쥐역)이 왕자를 만나 구원받는 전형적인 인생 성공 스토리를 보여줍니다. 다만 여기서 히로인은 주인공(남자)이고, 왕자 역으로는 길드 마스터 로리 할망구가 되겠습니다. 팥쥐는 기사단의 단장이죠. 근데 기사단 단장은 팥쥐보다는 팥쥐 엄마에 가깝다고 해야겠군요. 왕자 역인 로리 할망구는 주인공을 기사단으로부터 구해줬지만, 굳이 왕자 역에 연연하지는 않습니다. 그 왕자 역할을 쿠에나에게 맡겨 놓은 상태죠. 그래서 늘 둘이 같이 다닙니다. 쿠에나는 상식이 없는 주인공 때문에 언제나 골머리를 썩고요. '실라'는 부뚜막에 먼저 올라가기로 마음먹고 거리낌이 없습니다. 남주가 있고, 여주가 있다면 생기는 이벤트의 클리셰인 가슴 주무르기도 이 커플에 의해 발생합니다. 2권부터 합류하지 않을까 싶은 성녀의 인상은 본 작품이 동인지였다면?를 먼저 떠오르게 했습니다. 길드 마스터 로리 할망구는 조금 더 두고 봐야 할 듯하고요.

주인공은 길드 스카우트되고 S랭크가 되었습니다. 여기서도 의문점이 생깁니다. S랭크로의 승급은 모험가들이 죽어라 고생을 하고, S랭크의 모험가들의 추천을 받아야만 가능한데 어째서 주인공은 단숨에 S랭크가 될 수 있었나. 그것도 이변이 없으면 S랭크로 승급되어야 할 쿠에나를 제쳐두고 말이죠. 성녀는 그를 만나기도 전에 그를 추천한 이유는? 길드 마스터는 어떻게 주인공을 찾아내고 그의 실력을 알아차렸을까. 길드 마스터는 주인공 부모와 아는 사이이고, 10년 후 주인공이 죽지 않았다면 찾아내라는 의뢰를 받았을까? 그리고 길드 마스터는 왜 성가신 의뢰를 주인공에게 몰아 주는가, 그것도 성녀와 만날 수 있는 의뢰 위주로. 이렇게 복선을 많이 투하하면서 다음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실력이 좋습니다. 하지만 무얼 하든 다 해내는 주인공 때문에 이런 복선은 의미가 없고, 너무 강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용사 내지는 그에 준하는 무엇일 테지 같은 느낌을 줘서 기대치를 높여주지는 않습니다.

맺으며: 늑대소년 같은 세상 물정 모르는 소년이 세상으로 나와 신기해하며 세상을 알아가고 상식을 알아가는 다소 신선한 소재이긴 합니다. 상식은 없어도 사람들을 구하고, 지키려 노력하고, 자신의 힘을 어디에 써야 될지 분명하게 인지하고 있죠. 그래서 위기에 빠진 옆 나라도 구하고, 히로인들도 구하고, 그러다 보니 인기인이 되는,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영웅 같은 이야기, 돌려 말하면 방구석 폐인들이 주인공에게 감정이입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하는 그런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먼치킨 주인공, 주인공을 좋아해 주는 히로인들, 악당을 물리치고 그런 주인공을 우러러보는 주변 사람들. 이런 상황들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는 것도 특징이죠. 전체적으로 보면 청소년들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여기서부터는 필자 개인적인 느낌, 한 번 본 마법은 그게 무엇이든 따라 할 수 있고, 그러해서 남들은 시합이니 시험이니 하며 고생을 하는데 주인공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해내는 통에 넓게 보면 흥미로웠던 이야기가 주인공 때문에 다 말아 먹는 느낌이 장난 아닙니다. 수천의 기사단 본진에 단독으로 쳐들어가 '실라'를 구출해오고, A랭크는 목숨이 간당간당한 의뢰를 아무렇지 않게 해내는 통에 이게 뭐가 재미있나? 같은 느낌도 있습니다. 세상 물정 어둡고 대인관계가 빈약하다는 개연성에 충실하려는지 악덕한 사람들이 내뱉는 부조리한 말에 적어도 말빨로 반격을 하지 않는 장면들은 발암으로 다가왔군요. 그런 주제에 주인공 말 한마디에 호감도가 수직 상승하는 히로인들의 의미 모를 장면들은 훈훈함보다는 눈살이 찌푸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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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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