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주의

신작입니다. 아마도 애니메이션 방영에 맞춰 정발하지 않았나 싶은데, 일단 1권을 읽어보니 우리나라에서 정발이 늦은 이유는 재미가 없어서가 아니라 고전 '콥스 파티'류인 다크 한 이야기여서 그렇지 않나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무대는 마법 학원이며, 학생들은 7년간 교육을 받습니다. 학원이라고 하면 청춘 로맨스가 뿜어져 나오는 풋풋함을 연상하기 쉬우나 본 작품에서는 7년간 살아남기 위해 골육상쟁을 펼쳐야 할 정도로 배틀로얄 같은 학창 생활을 강요받죠. 신입생 중 무려 2할이 중도 탈락하며, 선생의 설명으로는 단순히 탈락의 정도의 의미가 아님을 역설합니다. 주인공은 입학하자마자 그 의미를 몸소 체험하게 되죠. 밤이 되면 미궁으로 변하는 학교에서 친구의 분실물을 찾으러 교실에 갔다가 마주칩니다. 광기에 차서 자신들을 공격해오는 선배들을요. 4학년쯤부터 학생들은 인간의 범주를 넘어서 미궁의 마물 무엇과 비슷한 모습을 보입니다.

본 작품을 읽다 보면 근본적인 질문이 떠오릅니다. 주인공은 이런 마굴 같은 학원에 뭐 하러 입학을 하였는가. 이거에 대한 힌트는 프롤로그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누군가들에게 쫓기는 어떤 여학생이 필사의 탈출을 감행하고, 응전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 사망하고 말죠. 그리고 이 부분이 본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일곱 개의 마검의 힌트이기도 합니다. 프롤로그가 끝나고 이후부터는 영화 도입부처럼 학원에서 선생님들에게 수업받는 것을 시작으로 아인종의 인권 다툼 등 그동안 못 봤던 설정들을 보여줍니다. 주인공은 이종족 인권 다툼에 끼인 히로인을 구해주고, 동방에서 온 사무라이 소녀의 인생 가치관도 바꿔 주는 등 나름대로 주변을 돌보느라 고생을 많이 합니다. 이 이종족 인권 문제는 다소 흥미로운데요. 반대파의 논리: 인간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위험 시되는 마물에게도 인권을 줘야 할까?

옹호파의 논리: 대화하면 서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런 문제는 마치 현실의 길고양이 문제를 보는 듯했습니다. 생물은 저마다 자신의 위치가 있고, 그 위치를 다 할 때 자연이 돌아간다는 이치를 옹호파 히로인은 거부하려 하죠. 그래서 당연히 트러블이 일어나고, 그 뒤처리는 주인공이 떠맡게 되는, 그로 인해 히로인의 호감도가 올라가는 뭔가 씁쓸한 이야기들이 상당히 들어가 있다고 할까요? 그리고 눈에 띄는 히로인으로는 사무라이 소녀가 있는데, 동방에서 스카웃되어 마법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르고, 오로지 칼로만 승부를 거는, 코스프레가 아닌 진짜 전쟁터를 누빈 진짜배기 사무라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서양 상식이 약간 부족하고, 일생을 전쟁터에서 살았던 반동인지 싸움만 났다 하면 끼어들어 사생결단을 내려는 모습은 개그가 아닌 광기를 엿보이게 합니다. 죽을 자리를 찾아 도저히 이기지 못할 마물과 대적했을 때도 희열을 느끼는, 그래서 보다 못한 주인공이 또 구해줍니다.

주인공은 주변에서 무슨 트러블이 있을 때마다 해결해 주는 게 인상적인데요. 고민이 있는 히로인들에게 조언을 해주고,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적을 맞이해서 이를 따닥따닥 부딪힐 뿐인 친구에겐 용기를 북돋아 주는 등 올라운드 만능형 포지션을 가졌습니다. 그래서 시종일관 트러블 해결 능력은 발군인데 싸움 실력은 중간밖에 되지 않아 언제나 주변, 가령 사무라이 소녀가 앞에 서서 적을 없애는 도움을 받죠. 그래서 그의 능력 때문에 독자들은 속기 십상입니다. 말로 트러블 현장을 수습하는 능력은 있어도 그의 싸움 실력은 그렇게 높지 않다는, 그런 그가 복수 귀가 될 거라는 걸 꿈에도 모르게 하는 작가의 실력이 제법 있습니다. 다만 눈치가 좀 있는 분들이라면 중간중간 나오는 복선, 가령 주인공은 왜 선생에게 반발하는 가 같은 대목에서 과거에 뭔 일 있었나, 1학년치고는 박식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이런 부분에서 어느 정도 유추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맺으며: 아직 1권이라서 그런지 일곱 개의 마검에 대해선 많이 밝혀지진 않습니다. 현재 밝혀진 바로는 마검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현재 가진 무기로 발현 시키는 것이며 1권에서는 두 개가 발현하게 되죠. 이건 2권이 나오면 다시 언급해 보도록 하고요. 1권 기준 단점을 좀 언급해 보자면, 이종족 인권 문제가 얽히면 앞뒤 가리지 않는 히로인 때문에 눈살이 찌푸려졌습니다. 자신이 해결할 능력도 없으면서 말만 앞세워 이종족과 서로 이해할 수 있다고 떠벌린들 그걸 곧이곧대로 들어줄 어른들 세계는 만만하지 않다는 걸 몰라 결국 주인공이 구하러 가야 되는 민폐를 끼치죠. 그리고 주인공의 경우 주인공 보정이 꽤 심각할 정도입니다. 1학년 치고 많은 것을 알고 있으며, 어떤 트러블이고 해결하고, 어떤 고민도 해결해 주면서 노력과 고생이라는 단어를 무색게 하는 게 좀 있습니다. 그리고 악당까지 도와주려 하고, 악당을 제거하지 않는 착함은 호감보다는 발암으로 다가왔군요.

아무튼 470여 페이지 동안 한순간도 빼놓을 수 없는 농밀한 이야기를 보여줘서 리뷰를 어떻게 써야 될지 막막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이 말은 필자가 추천한다는 의미기도 한데요. 착해빠진 클리셰의 주인공과 자신의 분야(이종족 인권)만 나왔다 하면 극단적이 되어가는 히로인만 보정하면 꽤 수작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외에 아마 앞으로도 메인이 되지 싶은 이종족 인권 옹호파와 배척파 사이에 끼게 되는 주인공과 그 일행들이 그 상황을 어떻게 돌파할지가 최대 홍미 요소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 연구를 위해서라면 생명은 안중에도 없어지는 선배들과의 싸움도 흥미요소로 작용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런 부분이 초반에 언급한 콥스 파티 같은 분위기를 풍기죠. 그리고 이 작품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주인공의 진짜 목적과 목표, 이건 2권에서 본격적으로 다뤄 보겠습니다. 아마 예상으로는 일곱 개의 마검을 가진 적과 싸우게 되겠죠. 참고로 마검은 온리 1템은 아닌 듯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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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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