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어릴 적 부모님 따라 마경에 들어갔다가 졸지에 늑대의 아이를 찍게 된 주인공, 마경에서 부모님은 돌아가시고 유년기를 마경에서 보내다 기사단에 구출되어, 되지도 않는 이유로 노예로 살아가던 주인공은 길드의 로리 할망(길드장)에게 구해져 S랭크 모험가가 되었습니다. 모험가가 되자마자 국제적 관심과 사건에 휘말려 용사 기구(단체)를 파멸 시켜 버리고, 노예로 몸담고 있었던 기사단은 궤멸, 그 여파로 나라는 반 토막, 성녀가 몸담고 있었던 아스테라 여신교는 평판이 나락. 길드 의뢰를 흡수하고 다녀서 모험가들 배를 쫄쫄 굶게 만들어 뿔뿔이 흩어지게 하는 주인공은 그냥 마경에 처박아 두는 게 인류를 위한 일이 아닐까 심각히 고민해 봐야 할 지경이죠.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게 인간의 심리라고, 제발 좀 가만히 있으라는 길드 로리 할망의 처절한 호소에 알았다고 해놓고 1초도 안 돼서 까먹는 붕어 대가리 마냥 또 호기심이 발동해서 이번엔 길거리에서 포교하는 전단지 소녀에 관심을 보입니다.

의뢰 흡수 머신이 된 주인공 때문에 의뢰를 받으러 멀리 출장 가야 하는 처지가 된 히로인1(쿠에나, 얌전한 고양이 언제 부뚜막에 뛰어오를지 모름)과 히로인2(실라, 본인 주장으로는 주인공 정실), 주인공 때문에 어수선해진 국경에 마족이 출몰한다 하여 응원 병력으로 출발하죠. 그리고 길을 가다가 히로인3(성녀, SM 성질이 다분함)을 호위하는 히로인4(검성, 히로인3을 흠모하는 백합녀)를 만나 흠씬 깨지고 맙니다. 흠모하는 히로인3을 주인공이 홀렸다는 이유로 주인공과 같은 편인 히로인 1,2를 구타하는 히로인4, 그 단초가 된 히로인3은 국경에서 다친 병사들을 치료하는 중에 전단지 소녀와 조우, 서로 같은 여신을 모시는 종교 단체지만 히로인3의 종교에 의문을 품고 있었던 전단지 소녀는 히로인3에게 돌직구를 날립니다. 너의 종교 괜찮나? 하지만 다친 병사들을 치료가 우선이기에 히로인3보다 더 성녀 같은 모습을 보입니다. 그러다 마족이 침입해오고 요격에 나섰던 히로인4는 진흙탕에 처박히는 위기일발, 그때 멋지게 등장하는 주인공. 주인공이 끼어드는 바람에 또 할 일 없어진 히로인1,2.

이번 2권에서는 두 가지의 일들이 벌어집니다. 세상 사람들 대부분이 믿고 있는 종교, 아스테라교에서 불온한 이변을 알아차린 전단지 소녀가 아스테라교의 진실을 파헤쳐 가며 마족과 연루되었다는 걸 밝혀내는 과정과 주인공이 히로인1의 언니(3권에서 히로인6으로 격상 시킬 예정)에게 찍혀서 동정 상실이 눈앞이라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건 악의에 대항하는 전단지 소녀의 절대 꺾이지 않는 마음을 들 수가 있군요. 아스테라교에 대항해 새로운 종교를 세워 포교하며 아스테라교의 이변을 호소하지만 사람들을 들은 체하지 않죠. 오히려 사람들은 짝퉁 종교라 욕을 하고, 위해를 가하는 걸 주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전단지 소녀는 절대 폭력으로 되받아치지 않죠. 오히려 사람들을 도우고 이번에는 전장에서 병사들을 치료하며 사람들을 구하려는 성녀 같은 모습들을 보입니다. 거기서도 짝퉁이라는 매도의 말을 듣지만 굴하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죠.

뭔가 좀 난잡하지만, 본 작품의 본질은 이렇습니다. 여러 곳에서 사건이 터지고, 그 사건을 해결하는 게 주인공이죠. 그리고 전단지 소녀에게 호기심을 느꼈던 주인공 때문에 히로인3의 나라 신성 공화국은 큰 위기를 맞아 갑니다. 거기서 또 활약하는 게 전단지 소녀. 진짜 작가가 캐릭터 하나는 잘 만들었는데 중반 이후부터는 활용을 안 해서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참, 오해하실까 봐 변호하자면, 사실 주인공 때문에 사건이 일어나는 게 아니라 사건이 일어나는 곳에 주인공이 있다고 해야 하겠군요. 그리고 멋지게 해결, 전단지 소녀 에피소드도 해결. 사실 본 작품에서 악당들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주인공과 히로인들의 티키타카 같은 게 재미있죠.

사실 본 작품은 하렘물입니다. 히로인1~3은 이미 주인공 하렘이 되었고, 히로인4도 오해가 풀려 주인공 하렘에 동참하게 되죠. 히로인5(목적을 위해선 몸까지 바치길 마다하지 않는 닌자)는 길드에서 밀고 있는 카리스마 파티의 파티원으로 스카웃 되지만, 그 실상은 전세계를 침략해 통일하고 싶어 하는 히로인1의 언니가 다스리는 나라 출신이라는 것인데, 적이 될 수 있고, 아군 될 수 있는 미묘한 히로인이 되겠습니다. 이번에 히로인1의 언니가 이웃나라와 전쟁을 벌일 때 출진해서 히로인1,2를 죽이려 하죠. 전단지 소녀는 주인공을 용사라 믿고 대대로 가보로 내려오는 성검을 주인공에게 주려고 기회를 엿보는 중이고요. 길드장 로리 할망은 로리 포지션이고, 히로인1의 언니는 미혼이지만 연애 시뮬 게임에서 유부녀 포지션에 가깝습니다. 이로써 연애 시뮬 게임은 완성이 되었죠. 이제 누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갈 것인 것만 남았습니다. 그 첫 스타트로 히로인1의 언니가 찍었죠. 주인공의 첫 키스를...

여기서 흥미로운 건 히로인이 이렇게 떼거지로 나온다고 해도 여느 판치라와는 다르다는 것입니다. 주인공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히로인들의 호감도가 제멋대로 올라가는 진행을 본 작품에서는 보여주지 않습니다. 히로인 1,2는 스스로의 부족함을 매워 주인공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 합니다. 히로인3은 어릴 적에 주인공에게 크나큰 은혜를 입었죠. 정작 주인공은 기억에 없지만요. 전단지 소녀는 성검이 가리키는 대로 주인공을 찾지만, 사실 전단지 소녀는 히로인3과는 다르게 이성으로서의 호감보다는 성녀로서의 책임을 다하는 느낌을 보여줍니다. 주인공에게는 전해지지 않고 있지만요. 그래서 그 어느 히로인보다 안타깝고, 잘 되길 바라는 유일한 캐릭터라고 할까요. 그런데 어깨를 나란히 한다, 은혜를 갚고 싶다 등등 다들 목적은 있지만 최종 목적은 하나같이 주인공과 그렇고 그런 행위를 바라는 발정 난 것도 사실이죠. 특히 히로인2는 틈만 나면 기정사실을 만들려고 하니까요.

맺으며: 설명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게 안타까운데, 재미있습니다. 판치라가 판을 치지만 싸구려 같은 느낌은 없습니다. 왜냐면, 그럴 자격이 있는 히로인들이니까요. 길드장 로리 할망은 참여하지 않고 있지만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흥미를 끌죠. 마법 능력도 좋아서 정체가 궁금해지기도 하고요. 주인공은 그런 히로인들에게 손을 대진 않습니다. 그렇다고 고자인가? 그렇지만도 않는 게 판치라 상황이 벌어질 때마다 나무아미타불을 외며 번뇌를 쫓아내려 안간힘을 쓰죠. 조만간 누구 하나와 맺어지지 않을까도 싶긴 합니다. 그래서 이 부분도 높게 평가 중입니다. 사람은 솔직해야 하거든요. 그리고 주인공이 무쌍을 찍어 재미없다는 분들도 계실 텐데,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전단지 소녀가 성검을 내민다는 것에서 그의 정체는 용사가 아닐까 하는 추측이 곳곳에 나옵니다. 이쪽 세계는 마왕이 있고, 여신이 있고, 용사가 있습니다. 대대로 용사는 여신의 신탁에 의해 정해지고, 마왕과 싸워 왔죠. 인간은 마족과 대립 중이고요. 그래서 주인공의 능력에는 개연성이 있습니다. 이것도 무척 높은 점수를 주고 있습니다.

사족을 더 쓰자면, 히로인1,2의 눈물겨운 분투기를 들 수가 있습니다. 주인공 때문에 S랭크가 되지 못한 히로인1은 주인공과 대립각 세우다 그의 성품에 이끌렸고, 히로인2는 기사단에 있을 때부터 주인공을 챙겨 주었고 기사단장인 아버지의 폭주 때문에 죽을뻔했을 때 구해준 게 주인공이다 보니 은혜를 엄청 크게 느끼고 있는데요. 문제는 은혜 갚는 걸 이상한 방향(기정사실 만들기, 아이는 100명이 목표)으로 표출하고 있어서 항상 주인공의 눈을 난처하게 만들고 있죠. 그런 히로인들이 주인공과 같이 하기 위해 떼쓰고 아양 떨기보다는 강해져서 같이 걸어가려는 모습들이 상당히 눈부십니다. 그걸 또 작가는 코믹하게 풀어놓기도 해서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이야기를 유연하게 만드는 재주도 상당히 좋습니다. 여기서 주인공이 허울좋은 말보다는 진정으로 같이 있고 싶은 마음을 전한다는 것인데, 히로인들 호감도 올리는데도 개연성이 있어서 이점도 높이 처줄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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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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