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언제부터였을까. 저 아이가 내 마음속에 들어온 것은". 이번 5권을 한마디로 표현 하라면 이것입니다. 호러물에서 순애물로 간다 이거죠?라는 느낌이 장난 아닙니다. 사람들과 어울리기 싫어하고, 내성적이었던 '소라오'가 무심결에 들어간 곳은 이세계였죠. 친구도 없고, 가정사도 불우했던 거 같았던 그녀는 나만의 세계를 찾은 것에 기뻐했으나, 하필 그 이세계는 사람을 현혹해서 잡아먹는 마굴 같은 곳이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다 이세계에 존재하는 무언가에 의해 위기에 처한 그녀를 구해준 게 토리코. 처음엔 지산만의 세계가 침범 당했다고 분개했으나, 이세계의 위험과 그녀(토리코)가 여기서 누군가를 찾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소라오는 차츰 그녀와 어울리게 되죠. 이후 이세계에서 가져오는 물건이 돈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된 소라오는 이세계에서 누군가를 찾으려는 토리코와 동행하여 탐험을 개시하였습니다만, 우리가 아는 판타지 이세계처럼 룰루랄라 하며 놀러 갈 세계가 아니란 말이죠.

매사 부정적이고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많은 소라오, 밝은 성격에 누구하고도 잘 어울릴 거 같지만 엄청난 낯가림쟁이 토리코, 둘 다 이런 성격이다 보니 친구를 사귀는 건 애초에 불가능. 둘 다 대학생인데도 친구 하나 없는 아싸의 생활을 해나가다 우연히 같은 곳을 발견하고 다른 이유(돈벌이와 지인 찾기)로 어떻게든 의기투합해 탐험을 시작은 했습니다만. 이세계 탐험하면서도 둘의 관계는 섞일 수 없는 물과 기름이었죠. 하지만 괴이 현상을 겪으며 목숨이 왔다가 갔다 하면서 의지할 곳이라고는 서로의 등 밖에 없다는 걸 알아 갔었습니다. 그러니 자연스레 서로 의식할 수밖에요. 그런데 둘 다 여자란 말이죠. 뭐 이런 말 한다고 동성애를 반대하는 건 아니니 오해 없길 바라고요. 그저 보다 많은 만남을 가지지 못했던 그녀들의 사회성 부족이 안타까울 따름이죠. 그렇게 의식하던 게 쌓이고 쌓여 이번엔 러브호텔에서 여성 모임을 주최하는 등 잘 가다 삼천포로 빠질까 같은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이세계에서 폐허의 러브호텔에서 하룻밤 보낸 그녀들은 현실로 돌아가 진짜 러브호텔에 들려 요즘 유행한다는 여성 모임을 가지려 하죠. 여기서 오해 없길 바라는 게 백합적인 그런 부분은 전혀 없으니 기대는 하지 마세요. 이세계에서 진정으로 위험한 건 야간으로서 그녀들은 목숨을 걸고 하룻밤을 보낸 것이고, 이걸 바탕으로 더욱 심층으로 나아가려 하죠. 현실에서 러브호텔 모임은 그 반동에 지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소라오가 마음속 깊이 들어와 있던 토리코는 둘이 있고 싶다고 응석을 부려대죠. 낯가림이 심하지만 한번 마음을 열은 상대에겐 가차 없이 직진하는 성격의 토리코는 소극적인 소라오를 보며 애가 타들어가는데 정작 소라오는 그 마음을 몰라주니 환장합니다. 둘이서 가는 줄 알았는데 3명을 더 부른다 하니 삐져버리는 토리코. 소라오 또한 토리코를 이성적으로 좋아하지만 성격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해 상대가 쫓아오면 도망가고, 상대가 멀어지면 다가가는 본의 아니게 밀당을 해대는 중이죠.

이런 관계를 이번 5권에서 정립 시킵니다. 미성년 애들도 아니고 술을 좋아하고, 총으로 무장한 어른들이 언제까지고 질척질척하게 질질 끌 수는 없으니까요. 이세계와 현실을 연결하는 중간 영역에 갇히게 된 소라오는 토리코의 시각으로 과거를 봅니다. 언제부턴가 지인을 찾는 것을 그만두고 자신(소라오)만을 바라보는 토리코의 애틋한 마음이 진짜라는 것을 알게 되죠. 그래서 둘이 같이 있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한 것에 대한 슬픔을 접한 소라오는 그녀의 마음을 받아들이기로 합니다. 필자는 여기서 그녀들이 이세계에서 얻은 능력에 대한 고찰을 해봤습니다. 소라오는 사물의 본질을 보는 눈을 가지게 되었죠. 토리코는 그 사물의 본질을 비트는 손을 얻었고요. 여기서 소라오에게는 상대를 보라는 뜻으로 눈을, 토리코는 상대를 붙잡고 싶다는 마음에서 손을. 소라오는 늘 타인을 배척했죠. 토리코는 늘 누군가(소라오와 지인)를 붙잡고 싶어 했고요. 그런 마음들이 능력으로 발현한 게 아닐까 하는 것입니다.

이제 이세계를 신봉하는 단체가 운영하던 농장을 급습해 빼앗아 이세계로 갈 수 있는 게이트로 쓰고, 이세계를 연구하는 연구소와 협상해 돈을 뜯어내는 등 그녀들의 이세계 탐험은 제법 체계를 갖추었습니다. 소라오의 눈과 토리코의 손만 있으면 웬만한 위협은 이제 헤쳐 나갈 수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정신 공격에는 취약한 모습을 보입니다. 그럴 때마다 둘이 손을 꼭 잡고 서로 좋아하는 마음으로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게 인상적이죠. 이번 5권에서도 작가가 필력이 올랐는지 그녀들의 탐험하는 장면 장면들의 디테일이 제법 살아 있습니다. 아무튼 현실에서 이세계와 연결된 괴이를 일으키며 소라오와 토리코를 공격했다가 혼수상태에 빠졌던 우루미 루나가 눈을 뜨면서 또다시 이세계를 신봉하는 집단과 싸우게 되지 않을지하는 복선이 떴습니다. 루나를 혼수상태에 빠지게 한 건 다름 아닌 토리코가 그토록 찾아 헤맸던 지인 '사츠키'였죠. 이세계는 사람을 현혹해 잡아먹습니다. '사츠키'는 이세계 사람이 되어 있었죠.

맺으며: 이번 5권은 소라오와 토리코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이야기입니다. 비로소 본 작품의 제목에 왜 피크닉이 들어가게 되었는지도 알게 되었죠. 둘이서만 가고 싶다는 의미에서의 피크닉. 이거와 별개로 백합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좋아할 이야기로 꾸며져 있긴 한데 술에 취해 필름이 끊긴다거나 홀딱 벗고 집단으로 춤을 춘다거나. 이세계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현실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인간관계도 파탄 내버리려는 건 아닐까 하는 그런 이야기가 제법 있습니다. 보통 연애물에서 이들의 관계를 방해하는 건 같은 사람이라면 본 작품에서는 이세계가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죠. 그만큼 이들의 인간관계가 빈약하다는 반증이기도 해서 씁쓸하기도 합니다. 그 외의 이야기라면, 이세계에서 어떤 꼬마 소녀를 구해오게 되는데,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이 꼬마 소녀의 정체가 나름 의미심장하게 다가옵니다. 아직은 섣부른 판단이지만 이세계의 존재와 인간의 아이가 아닐까 하는... 다행인 것은 출판사가 계속해서 후속권을 내주고 있다는 것이군요.

 
 
블로그 이미지

현석장군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013)
라노벨 리뷰 (859)
일반 소설 (5)
만화(코믹) 리뷰&감상 (126)
기타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