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시간을 주제로 해서 옴니버스식 에피소드로 되어 있습니다. 어느 날 하늘에서 떨어진 폭탄녀가 기폭장치로 쓰고 있는 시계, 유아로 퇴행하는 여고생의 가족사, 죽은 자의 시간, 영원히 흐르지 않는 시간을 살아가는 신(神), 사람을 옮겨가며 영원히 살아가는 인격, 다른 시간대를 살아가는 남, 여 고등학생, 그리고 영원이라는 시간을 살아가는 소녀... 이 작품은 제각각 시간이 교차하는 길목에서, 시간이라는 제약을 뛰어넘어 형태가 달라도 같이 있을 수 있다는 그리움과 섬뜩함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민폐 폭탄녀(爆彈女)'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진학에 실패하여 2년 차 재수학원에 다니고 있는 '나가시마'에게 예전 고등학교 시절 접점은 그리 없었지만 폭탄이 떨어져 버섯구름이 피어 오로는 모습을 좋아한다며 그(나가시마)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겨주고 홀연히 모습을 감췄던 '히로사키 히카리'의 모습을 한 '히로사키 피카리'가 하늘에서 떨어집니다.

천식을 앓던 자신에게 약을 꺼내주던 그(나가시마)에게 폭탄이 떨어져 버섯구름이 피어난다면 예쁠꺼야라며 황당무계한 말을 남긴  채, 홀연히 모습을 감췄던 그녀가 느닷없이 하늘에서 떨어지더니 저의 이름은 '피카리' 그리고 '폭탄'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합니다.


계속해서 히카리 아녀? 라며 못 믿는 나가시마에게 가슴팍에 있는 시계를 보여주며 12시가 되면 콰광! 하는 겁니다.라고 겁을 주며 우리 데이트해요.라고 다짜고짜 나가시마를 이끌고 공원을 돌아다니는 피카리, 그녀는 데이트하면서 열심히 12시가 되도록 노력합니다. 그 와중에 땀이 떨어져 대폭발을 일으키고, 눈물이 떨어져 가게가 박살이 나는 등 폭탄으로써 충실한 삶(?)을 보내면서 그녀는 데이트의 긑자락에서 왜 나가시마 곁으로 왔는지 밝힙니다.

 

인간은 항상 살아가기 위해 처절하고 비참한 삶을 살아갑니다. 금수저나 다이아 수저는 어떨지 몰라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저 마주한 현실과 주어진 삶을 살아가기 위해 악착같이 살아갑니다. 그러다 꺾이면 이렇게 살 바엔.. 같은 극단적인 생각도 해보셨을 겁니다. 피카리는 그런 생각이 뭉쳐져 태어난 폭탄입니다. 나가시마는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았습니다. 사회로 나가는 두려움이 피카리를 불러들였는지도 모릅니다. 히로사키 히카리가 말했던 버섯구름을 들어주었던 그에게 피카리가 찾아온 건 우연이 아닐 것입니다. 폭탄이 터지기 전 3, 2, 1...


'퇴행하는 자이언트'

​신장 185cm 타카미네는 고등학교 배구부 대표입니다. 우월한 신장 덕분에 거인 혹은 자이언트라 불리며 소꿉친구에게 놀림당하는 그녀는 고든 증후군(1)을 앓고 있습니다. 이 증상은 재채기할 때마다 정신 연령이 어려지는 것으로 작중에서는 흔한 질병으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타카미네도 이 질병을 가지고 있으며 첫 번째의 기침으로 중 3으로, 두 번째 기침 때는 9살로, 세 번째 기침 때는 3살로 퇴행을 거듭하여 소꿉친구 신이치를 곤혹스럽게 합니다.

퇴행을 거듭하는 타카미네를 집에 데려다주면서 3살이 된 타카미네가 신이치에게 업혀 실례를 해버린 다거나... 과자집에 들어가 떼를 쓴다거나... 휴대폰 벨 소리에 기겁하는 등... 일상적인 이야기가 이어지며 자칫 이번 이야기는 지나쳐도 되지 싶을 때 약간의 반전이 흘러나옵니다. 가족이 아니어도 헌신적으로 노력하는 가족애는 이 시대의 삭막한 가족사를 비꼬듯 애틋함이 있으며, 타카미네가 정신적으로 어려지면서 그녀가 보여주는 행동은 한번 지나가버린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선의가 때론 악의가 되는 법'

몸이 선천적으로 쇠약했던 '나기'는 언제나 집에만 있었습니다. 그걸 보다 못한 '마모루'가 밖으로 대려 나와 놀이공원에 데려간 게 원인이 되어 ​그녀(나기)는 병이 악화되어 사망하고 맙니다. 그걸 탓하며 자살해버린 나기의 부모님, 자신들의 자식 때문에 한 집안을 몰락 시켜버린 충격에 자살해버린 마모루의 부모... 한순간의 친절이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마무로는 '나기'와 놀이공원에 갑니다. 여기는 죽었지만 살아난, 그렇다고 좀비는 아닌, 생전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죽은 자의 세계'입니다. 죽은 자가 살아나 생전에 했던 일을 계속하는 세상에 살고 있는 살아있는 마모루와 죽은 자 나기, 공허하게 매일 나기를 놀이공원에 데려가는 마모루는 이제 이것이 이승인지 저승인지도 분간 못 합니다.


이번 에피소드는 딱히 이렇다 할 쟁점이나 시사하는 바를 잡지 못 했습니다. 나기를 모른 채 하였다면 두 집안이 박살 나지 않았을까 하는 것, 자신의 선의가 선의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품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은 공허한 죽은 자의 눈에게서 힘들고 찌든 현실을 꼬집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저 주어진 삶을 규격에 맞춰 살아가는... 그래서 나기가 푸른 하늘을 언급 장면에서 우리는 살아가면서 하늘을 본 적이 있는 가 같은 메시지를 던지는 거 같았습니다.


'영원히 흐르지 않는 시간을 살아가는 신(神), 토르'

100년도 더 된 학교 도서관에 신(神)이 살고 있습니다. '카마타'는 도서 위원이 되어 학생들이 잘 찾아오지 않는 도서관에서 무료하게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 도서관 신 '토르'를 만납니다. 토르라고 해서 우락부락한 망치든 그런 신이 아니고 작은 소녀입니다. 언제부터인지 지박령처럼 살고 있었다는 토르는 학생들의 바램을 건성으로 들어주며 책을 읽기를 반복합니다. 그런 토르를 1년간 시중꾼으로 돌보게 된 '카마타'는 차를 타주고 과자를 주며 친분을 쌓아가지만 어째 토르는 이쪽에게 정(情)을 붙이지 않습니다.


학생들의 시시콜콜한 상담을 받아주기도 하고 할 일이 없으면 책만 읽으며 항상 새침하게 구는 그녀(토르)에게 점점 관심을 기울여가는 카마타, 그러던 어느 날 예전에 토르를 시중했던 학교 선생님이 등장하면서 영원한 시간을 살아가는 존재의 애틋함이 시작됩니다. 마치 지금의 자신처럼 한때 같은 시간을 보냈던 선생님과 토르의 관계, 시간이 흐르지 않는 존재에겐 인간은 찰나의 시간을 살아가는 존재일 뿐입니다. 좋아하고 애틋한 마음이 피어나지만 결코 이뤄질 수 없는 마음... 그리고 도서관 건물이 허물어질 때 결코 이뤄질 수 없는 마음은 없다는 양, 두 사람의 마음은 꽃을 피웁니다. 필자가 두 번째로 감명받은 에파소드입니다.


'사랑이란 누군가가 떠민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닌...'

인격만 존재하는 '히와타리'는 몸이 없습니다. 매일 반 친구의 몸을 빌려 현실에 존재하는 히와타리의 때문에 엄한 사람이 성처받고, 엄한 사람이 다치는, 결코 나는 남이 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던져주는 이야기입니다. 천진난만한 히와타리의 장난이 도가 지나쳐 육상부 주전의 발을 접질리게 하고, 그래서 엄한 사람이 얻어맞습니다. 하지만 학교폭력이 아닌 마치 어린애가 좋아하는 이성에게 말을 붙이지 못해 장난치며 관심을 끌려다 자폭하는 풋풋한 과일 같은 청춘을 느끼게 해줍니다. 결과적으로 이번 에피소드는 사랑을 쟁취하려면 남의 손을 빌리지 말고 자신의 마음을 부딪히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시공간이라는 벽을 뛰어넘어...'

'하야시다'는 무심코 내다본 창문에서 어느 여학생을 발견합니다. 반대편이 비친 같은 반의 여학생이 아닌 시공간이 비틀어져 어느 공간과 연결된 어느 교실을 비춘 곳에서 만난 '마도카', 유리창을 끼고 하루에 몇십 초 밖에​ 만나지 못하지만 둘은 손짓과 수화로 의사소통을 하며 겨우 전화번호까지 교환하게 되었지만 어찌 된 일인지 없는 번호, 그리고 자신들이 살아가는 연도를 알아가던 그때, 마도카는 현실을 중요시하자며 더 이상 하야시다와 마주하지 않았고, 그런 그녀에게 의문을 품으며 여러 가지 조사를 하면서 그녀의 비밀을 알게 됩니다.


이번 에피소드는 tvN 시그널과 비슷합니다. 다른 점은 범죄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 정도... 그녀, 마도카의 전화번호가 없는 번호로 나오는가를 알아가던 하야시다는 그녀에게 위기가 닥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어떻게 해서든 그녀를 구하고자 발버둥을 치기 시작합니다. 필자가 토르보다 나중에 접한 에피소드임에도 첫 번째로 감명받은 에피소드입니다.


마지막 에피소드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좀 미묘하군요.


'전체적으로 감상평'

초반에도 언급했지만 이 작품은 시간을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살아가면서 무언가를 잃어버린 것이 아닐까, 잃어버린 시간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요즘 같으면 좀 진부하지 않나?(2) 하는 느낌이 없는 건 아니지만 시간의 소중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과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기에 아무리 식상해도 소중히 하여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라고 해도 각각의 에피소드가 워낙 짧아서 좀 감명 깊을만하면 끝이 나버려 감질 감이 내내 떠나지 않습니다.


읽다 보면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봤는데... 같은 나만 이런 생각을 한 게 아니구나 하는 걸 느끼기도 하였군요. 특히 인격만 존재하고 몸은 없는 '히와타리'의 경우는 한 번쯤 어느 매체고간에 언급되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이기도 하였습니다. 폭탄녀의 경우 좀 반전이었고, 토르는 영원의 시간을 살아가지만 누군가가 곁에 있다면 외롭지는 않을 것이라는 걸 보여줬습니다. 하야시다의 시공간을 뛰어넘어 교류를 하는 에피소드는 반드시 좋은 결말로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조금 진진한 생각을 들게 한 에피소드였군요. 그래서 없는 번호였을 그 전화벨이 울렸을 때는 조금 먹먹해지기도 하였습니다. 



본 리뷰는 네이버 라노벨 카페 NTN과 출판사 V노벨이 주관한 리뷰 이벤트 일환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 되었습니다. 책을 제공해주신 라노벨 카페 NTN과 V노벨에 감사를 드립니다. 


 

  1. 1, 이 작품은 픽션으로써 고돈 증후군하곤 관련이 없습니다.
  2. 2, 이 작품은 10년전에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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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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