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흔해빠진 직업으로 세계 최강 5권 리뷰 -클릭 주의-
클릭 주의라고 쓴 이유는 이번 5권에 대한 비난이 많이 섞였기 때문입니다. 눈살이 상당히 찌푸려지니 이 작품의 팬이시거나 싫으신 분은 페이지를 닫으시거나 뒤로하기 바랍니다. 정신적인 대미지에 책임지지 않습니다.
필자가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정도의 길을 가지 않는 주인공이 보여주는 사이다 때문이었는데요. 그러니까 세상을 구하고 사람들 구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전형적인 자기희생물이 아닌, 이 작품은 그런 정도의 틀을 깨고 자신을 내친 세상을 거부하며 자신의 앞을 막는 모든 것을 배제해 나가는 모습에서 상당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었죠. 불과 얼마 전까지는요. 그래서 사사로운 정에 기대거나 희생정신은 찾아볼 수 없는 그야말로 지옥에서 살아 돌아온 사람이 보여주는 궁극적인 수라장이 펼쳐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상당했었습니다.
그런데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요. 역시나 아무리 악독한 귀신이라도 주인공이 되면 선한 사람이 될 수밖에 없는 게 이 바닥의 섭리일까요. 자신을 가로막는 모든 것을 배제하고, 동료에게 손대는 사람에겐 가차없는 그야말로 세상 모든 것을 적으로 돌리더라도 내 갈 길을 가겠다는 아웃사이더는 권선징악에 찌든 엔터테인먼트계에서 이단아로 치부되는지 우리의 주인공 나구모도 결국 지구처럼 둥글어져 버렸습니다. 바탕이 워낙 착해서? 필자는 아쉬울 따름이었는데요.
나구모는 나락에서 맹세했던 독기는 어느새 다 빠져 버리고 딸 바보가 된 것도 모자라 사람들하고 잘만 지냅니다. 바탕이 워낙 착한 데다 우유부단한 시아와 같이 있어서 그럴까요. 아니면 진성 마조인 티오와 같이 있어서 그럴까요. 아니면 날마다 그 짓을 하지 않으면 아랫도리에 가시가 돋는다는 식으로 유예랑 그것을 해대는 통에 이젠 아무렴 어때하는 마음이 생겨버린 것일까요. 이런 말까진 쓰지 않으려 했는데 이번 5권은 저렴함이 팍팍 묻어났습니다. 작품 내용의 수준이 갑자기 낮아지는 느낌이랄까요?
7대 미궁을 클리어해서 원래의 세계로 돌아 갈려는 나구모와 그 일행은 나구모가 나락으로 떨어진 원인이 된 카오리를 동료를 맞아들여서 그류엔 대화산 공략에 나섭니다. 공략은 말로는 죽을둥 살둥인데 느낌은 그저 그랬군요. 긴장감 따윈 개나 줘버렸고요. 세상 범접할 거 없는 나구모에게 걸리면 누가 되었든 개밥이 될 뿐입니다. 적과 주인공의 파워 인플레가 상당히 심해졌습니다. 작가가 완급 조절을 실패한 듯한 모습이 곳곳에서 감지되더군요. 토끼 귀를 팔랑이며 달링을 위해서라면 지옥불에도 들어 갈려는 시아의 활약은 왠지 피에로가 되었고요.
유예는 남편에 뒤지지 않는 파워 인플레를 앞 세워 거칠 것이 없습니다. 진성 마조 티오는 학학댈뿐이고요. 여차여차 클리어하고 다음 미궁에 갔는데 별반 다르지 않는 상황이 연출됩니다. 딴에는 엄청 강한 적이랍시고 내놨는데 무미건조하기 짝이 없습니다. '결국 나구모가 쓰러 트릴 거잖아? 거봐 그렇게 되네'로 연결될 뿐이였습니다. 역시 긴장감 따윈 없고요. 물론 여타 작품에서도 강대한 적을 만나 쓰러 트리며 결국 앞으로 나아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누가 강대한 적인데?라고 할 수밖에 없어요. 주인공+유예+시아가 워낙 강한 데다 꼽사리로 블랙 드래곤인 티오까지 끼면 지구도 한순간에 멸망 시킬걸요?
라노벨 장르 자체가 흥미 위주인 것은 틀림이 없지만 해도 해도 너무하다 싶었습니다. 마주할 적이 없어요. 여기에 정말 어이없던 건 무슨 도라에몽의 주머니처럼 말만 하면 튀어나오는 각종 무기들이라는 것인데요. 전부 다 나구모가 연성한 거라고는 하는데 매그넘에 미니건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잠수부 산소통에 어뢰까지 하다 하다 이젠 샤워 시설까지 있는 잠수정까지 가뿐하게 만들어댑니다. 이건 아무리 전능한 신(神)이라도 못하지 싶은데 했군요. 수백 발의 어뢰를 즉석에서 만들어서 뿌릴 땐 기가 막혔습니다. 물론 이런 과정을 흥미롭게 풀어 놓는다면 손에 땀을 쥐며 읽을 수 있을 텐데, 필자가 이렇게 까고 있으니 그렇지 않다는 걸 아시리라 봅니다.
그리고 어디선가 많이 본 장면이 스칩니다. 두 개의 미궁을 클리어하면서 인X아나 존스, 캐X비안의 X적, 그리고 제목을 생각나지 않는 몇 개의 B급 영화(필자가 본 영화임)의 내용을 보는 듯했습니다. 필자가 신선함을 느끼지 못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나 했습니다. 물론 모티브를 따왔을 수는 있지만 어레인지가 아닌 뭐랄까... 아무리 까도 지킬 선은 있어서 함부로 말을 못하겠는데 날로 먹어도 정도껏 하자는 느낌이랄까요. 감동도 없고 시사하는 것도 없고 뭔 이야기를 하자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총체적 난국이 따로 없었군요. 그냥 무미건조하게 싸울 뿐입니다.
맺으며, 작가도 일말의 양심이 있었는지 작중에 도라에몽을 언급하기도 하더군요. 자기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었겠죠. 무기가 무슨 생각만 하면 다 튀어나와요. 알라딘의 램프인가? 차라리 공간을 비틀어서 원래의 세계로 갈 수 있는 게이트를 만드는 게 더 낫지 않나 싶은 게요. 작가가 왜 이건 시도하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자신들 때문에 20만이 넘는 도시가 위기에 빠졌는데 미안함도 없고 자신들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불러오는지조차 생각 안 하는 무개념의 끝판왕을 보는 듯했습니다.
결국 교회에서 이들을 이단으로 정식 지정하게 되면서 본격적인 세계대전 발발로 이어집니다. 솔직히 이세계 인간들이 주인공 일행을 상대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만큼 파워 인플레가 장난 아닙니다. 물론 이런 점은 이세계 전생물의 정석이긴 한데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완급 조절이 되지 않아요. 미궁 공략 중에 마족과의 싸움에서 상처를 입긴 했지만 뭐 어쩌라는 듯이 부활해서 또 싸우고, 뭔 일이 있었나 하며 클리어해서는 또 유예랑 그 짓거리 해대고, 맨날 해대고, 카오리&시아도 나도 좀 안아주지?라며 떼쓰는 게 영락없는, 이거 무슨 발정 난 것도 아니고 틈만 나면 H 하려고 기를 쓰는 모습에서 저렴함+염가판 그 이상은 느끼지 못했군요.
후속권을 계속 구입해야 되나 엄청 망설이게 한 5권이었습니다. 물론 필자의 이상향에 반한다고 작품을 까다니 좁은 식견으로 나대지 말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필자가 말주변이 없어서 뜻이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았을 수도 있는데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은 본질과 초심을 잃지 말자였습니다. 초반의 색이 많이 변질된 것은 사실이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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