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랄까... 이 작품은 교육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고 할까요. 아니 뭐 13년 동안 살아오며 부당하게 겪어온 세월이 그렇게 만든 것일 수도 있지만 '프란'은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갑니다. 뒤를 생각하지 않고 울컥하게 만드는 사람이 있으면 주인공인 엑스칼리버를 뽑아서 댕강 잘라 버려요. 특히 자신의 종족인 흑묘족을 속여서 노예로 전락시킨 청묘족엔 가차가 없고요. 다음으로 노예상인도 눈에 띄면 문답 무용입니다. 거기에 상대가 귀족이 되었던 왕족이던 평범한 사람이든 싸라기밥만 먹었는지 대화는 반말로 통일해버립니다.


여튼 이번 무대는 해(海)국입니다. 노예상인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프란이 우연찮게 발견한 노예상인에게 붙잡혀 있던 아이들을 구출하던 중 거기에 섞여 있던 또래의 왕족 남매도 같이 구출하게 되면서 퀘스트가 시작되는데요. 그렇게 여차저차 또래의 남매와 여행 중에 들린 해국에서 뜻하지 않은 혁명에 가담하면서 그녀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써갑니다. 그렇다고 거창한 건 아니고 공포정치를 일삼는 현재의 왕을 타도하고 선정을 베푸는 차기 왕을 보위하기 위해 프란과 주인공도 힘을 보태게 되고 별다른 어려움 없이 클리어해갑니다.


딱히 이렇다 할 에피소드는 없습니다. 또래의 왕족 남매와 친구가 되고, 여러 사람과 부대끼면서 사람과의 교류가 적었던 프란이 이런 만남도 좋다는 것처럼 조금식 인간 세계의 정(情)을 느껴 가고,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다는 걸 깨달아가는 등 프란에게 있어서 인간적이고 내면적인 성장을 해갑니다. 부모와의 여행 끝에 부모를 그렇게 보내고 노예로 잡혀 일생을 보낼뻔했던 프란에게 있어서 왕족 남매와의 만남은 굉장히 특별하였습니다. 항상 무뚝뚝하며 뭔 생각하는지도 모를 얼굴을 하고 있었던 프란이 이별이 아쉬워 눈물을 흘리는 등 점차 희로애락을 알아가는 것도 볼만한 대목이기도 하고요. 


고양이 소녀 '프란'이 주인공인 검을 주워서 여행길을 오른 지도 꽤 되었습니다. 얼마나 지났는지 구체적으로는 언급이 되지 않고 있지만 노예에서 해방되고 모험가가 되어 나름대로 여행을 하며 여러 사건을 해결하고 수인족이라면 궁극적인 목표가 되는 진화를 위해 그녀는 던전을 찾아다니는 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렇게 프란이 필사적인 건 자신들이 멍청해서 노예로 전락한 것이 아니라 힘이 없어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프란의 부모도 그렇게 진화를 위해 세계를 돌아다니다 그녀만을 남겨두고 객지에서 생을 마감하였습니다. 이런 점이 프란의 등을 강하게 떠밀고 있었는데요. 묘하게 성장하는데 집착하고 강한 상대와 싸우길 주저 없어 합니다. 그래서 늘 사건을 몰고 다니고 저번엔 팔리 잘리고 이번에도 험한 꼴을 당할뻔하면서도 조금식 성장 중에 있지만 문제는 주인공 능력이 워낙 사기성이 짙다 보니 그런 프란의 마음이 퇴색되어버립니다. 이게 참 아쉬운 대목이 아닌가 했습니다.


이세계 전생물이 다 그렇듯, 이세계로 넘어온 주인공은 착실히 성장하지만 정작 자신을 써줄 프란의 성장은 등한시한다는 것인데요. 그녀의 성장에 초점을 맞춘다기보다 자신이 성장하면서 그 능력을 나눠주며 마치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쳐주는 게 아닌 물고기를 잡아 주고 있으니 3권에 이르러서도 주인공을 손에서 놔버리면 평범한 수인족에서 약간 강할 정도로 프란 자체는 그렇게 별 볼일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보고 있으면 위화감이 상당합니다. 이 작품의 아이덴티티가 프란의 성장임에도 어째서인지 주인공의 성장에 맞춰져 있어요.


주인공의 성장은 곧 프란의 성장이기도 한데, 여담으로 주인공과 프란은 스킬과 능력을 공유 중에 있습니다. 공유 중이라기보다 주인공이 프란에게 능력을 일방적으로 콘택트 해주고 있다고 해야겠죠. 프란은 이걸 받아서 마치 자신의 능력인 것처럼 쓰고 있고요. 물론 프란 자체적으로도 능력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주인공과의 공유 능력이 끊어지면 보통 소녀로 돌아간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2권에서 호된 꼴을 당하기도 했죠. 어쩌면 이들에겐 학습능력이 없는 걸지도요. 아니 작가의 능력 문제인가...


맺으며, 사실 2권에서 하차하려고 했습니다. 그래도 조금 나아지겠지 하고 3권을 구매했었는데요(사실 3권이 발매되었는지조차 모르고 있었음). 리제로나 단칸방처럼 한 6~7권 넘어가야 흥미로워질 것인지 아직은 이렇다 할 흥미로운 요소가 없습니다. 생각해보면 주인공이 dog 사기급 치트 계열이다 보니 적대할 상대가 없는 게 폐해가 아닐까 했습니다. 거기다 작가가 기승전결에 매우 약하더군요. 사태를 질질 끌다가 끌에 가서야 사태를 몇 마디 말로만 마무리해버리니까 황당하기 그지없었습니다.


프란의 귀여움 어필도 없고, 늑향의 호로처럼 디테일 있고 생동감 있는 모션 설명도 없는게 흥미를 반감 시키는 게 아닐까도 했습니다. 적어도 흥미 위주로 먹고사는 라노벨에서 흥미를 빼어버리니 팥 없는 찐빵이 되어 버렸다랄까요. 이럴 거면 평범한 인간으로 하지 뭐 하러 흑묘족으로 했는지조차 이해 불가능 수준입니다. 다만 인간 면역이 없던 프란이 친구와 우정을 알아가는 대목에선 조금은 애처롭게 다가옵니다. 자신에게 부여된 사명 때문에 인간과의 교류를 하지 않으려는 프란, 이걸 감안해서 흥미를 빼어버린 게 아닐까도 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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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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