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치라 일컬어지는 신식을 다스리기 위해 신전으로 들어갔던 마인, 그런데 가족에게 위해를 가하려 하고 평민을 지나가는 개보다도 못한 취급을 하던 신전장을 위압으로 설설 기게 했던 것이 잘못이었을까요. 아니면 평민으로 태어난 것부터가 잘못이었던 걸까요. 그녀의 싹을 알아본 신관장의 배려로 귀족만이 담당한다는 청색 무녀가 되어 고아원을 맡았던 마인을 눈에 가시로 여겼던 신전장의 마수가 뻗어옵니다. 평민 주제에 귀족 행세하는 것도 모자라 자신을 거의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던 것에 원통해 하며 이를 갈고 있었던 신전장, 가족과 억지로 떨어트리고 그녀를 개그지 취급에 궁극적으로 씨받이로 이용하려고 했던 자신의 더러운 속마음은 아주 당연하다는 것처럼 여기며 기회를 엿보고 있었던 그(신전장)가 드디어 일을 저지르고 맙니다.


이번 에피소드는 따스함이 묻어났던 과거를 뒤로하고 괴로운 미래를 맞이하는 마인을 그리고 있습니다. 귀족들에게 있어서 어머니가 가진 마력의 양에 따라 지위가 결정된다는 소리가 있을 정도로 마력을 중요시하는 세계에서 전대미문의 마력을 보유한 마인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나 다름없었는데요. 그동안 벤노등 주변 사람들이 필사적으로 그녀의 정체를 숨겨 왔지만 마인이 워낙 빨빨거리며 싸돌아 다닌 데다 주변엔 신경 쓰지 않고 힘을 써대는 통에 그녀의 정체는 결국 다른 영지에까지 퍼지게 되어 버렸습니다. 귀족들에게 그녀가 발명하는 물건은 돈이 된다는 것과 그녀의 마력양이 심상찮다는 것등이 알려져 신관장을 따라나섰던 어떤 행사에서 대규모의 인원이 동원된 습격을 받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다 이번엔 좀 더 대범하게도 마을 안에서 그녀를 납치하는 일까지 벌어집니다. 하지만 마인의 아버지와 주변 사람들의 필사적인 저항에 부딪혀 미수에 그치게 되었고 이에 구원을 바라며 신관장을 찾았던 마인 앞에 신전장과 외지 귀족이 그녀를 가로막는데... 필사적인 몸부림과 저항, 그리고 안타까운 이별이 시작됩니다. 그녀에게 있어서 이것은 업보입니다. 자신의 능력이 이세계에 얼마만큼이나 영향을 끼치는지 벤노에 의해 줄기차게 지적되온 바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지적받는 그때만 움추려들 뿐 주변 사람들이 한눈을 팔면 여지없이 일을 저지를 바람에 벤노를 필두로 주변 사람들의 위에 구멍을 내버리기 일쑤였죠.


책을 위해 일직선으로만 달렸던 그녀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업보는 그녀의 능력을 탐욕스럽게 노리는 귀족 나부랭이들이라는 파리를 꼬이게 했습니다. 평민이기에 아무렇지 않게 다뤄도 괜찮다는 마인드의 귀족들에게 평민인 마인은 그야말로 밥상에 차려진 진수성찬이나 다름없었죠. 신전장의 검은 마수에 필사적인 저항도 무의미하게 흘러가던 그때 그동안 귀족이라고 다 똑같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었던 신관장의 개입으로 한줄기 빛을 발견합니다. 마인의 전생의 기억을 엿보았던 신관장, 늘 어디로 튈지 몰라 전전긍긍하며 그녀의 뒷바라지를 해줬던 신관장은 겉으로는 구시렁거려도 뒤로는 든든한 아군이 되어줬던 그의 손길에 마인은 구원을 받아 갑니다.


그리고 겉은 어른이고 속은 초등학생이라는 인상을 심어줬던 천방지축 대(大) 귀족 질베스타의 등장으로 분위기는 완전히 반전되어 갑니다. 이전에 등장부터 마인을 호기심 가득한 시선으로 볼을 콕콕 찌르는 등 마인의 심기를 건드렸던 그의 정체가 밝혀지고, 절대적인 귀족 만만세인 세계에서 평민인 그녀를 도와주는 주변 사람들의 면면들에게서 마인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지 새삼 일깨워갑니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기 마련입니다. 그녀의 정체가 들통나버린 지금, 다신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습니다. 황금 덩어리를 길거리에 던져두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빤하잖아요? 이에 그녀에게 가혹한 시련이 내려집니다. 그녀가 몸을 지키기 위해서는 권력이 있는 귀족이 되는 것만이 살길,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그녀를 알고 있는 주변 사람들 모두를 없애야 한다고 하는데...


그러나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설령 세계가 적이라도 맞서겠다는 그녀, 황금을 이대로 길거리에 던져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가족을 모두 죽이고 억지로 귀족으로 만들어봐야 적이 될 뿐인 그녀에게 타협점이 내려옵니다. 그녀는 주변 사람들과 모든 연을 끊는다는 조건으로 영주의 양녀로 들어가기로 합니다. 헤어지게 된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전대미문이라고 일컬어지는 축복을 내려주는 마인에게서 애틋한 마음이 묻어납니다. 이것은 자신이 저지른 업보입니다. 여 보란 듯 이세계엔 없는 것들을 만들고 귀족들에겐 꿀이나 다름없는 마력을 방출 해댔으면서도 자각이 없었던 반동, 여기서 한가지 아쉬운 건 이런 점을 언급하지 않은 작가의 미스랄까요.


맺으며, 이 작품이 마음에 드는 건 기승전결입니다. 질질 끄는 게 없어요. 물론 종이를 만들고 책을 만들고 하는 장면은 경우에 따라 무미건조할 수도 있다지만 생각만으로 뚝딱 만들고 나와버리는 먼치킨 이세계 전생물계에서 비록 전생의 기억을 바탕으로 했다곤 해도 처음부터 차곡차곡 노력하며 성장하는 작품은 매우 드물지 않나 합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황금을 낳는 거위가 되어 단물을 빨아먹으려는 파리들에게 노림 받게 되는등 먼치킨 이세계 전생물의 현실은 시궁창이나 다름없다고 역설하는 게 아닐까 했습니다. 그야 계급사회에서 아무리 신(神)에 버금가는 먼치킨이라도 떼로 덤벼오면 장사가 없습니다. 능력이 출중한 주인공을 내버려 두는 건 오히려 리소스 낭비죠. 그래서 주인공을 차지하려고 하거나 찍어 누르려고 발악을 하는 게 정상이 아닐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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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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