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다나카 ~나이=여친 없는 역사인 마법사~. 3권 리뷰
일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다나카가 추남으로 태어났을 때부터? 아니면 신(神)에게서 백마법을 받았을 때부터? 그에게 잘못이 있다면 일본인 특유의 매너와 배려심이 아닐까 합니다. 속 마음은 난봉꾼에 세상에 둘도 없는 파렴치한이지만 겉으로는 세상에 둘도 없는 매너남으로 살아가는 그에게 추남이면 어떻냐는 식으로 여자들이 들러붙는 건 어쩔 수 없었을 겁니다. 사람의 진가는 겉모습이 아닌 내면이 올발라야 사람으로서 가치를 지닌 게 아닐까 하며 처음엔 여고생이 방구석 폐인 보듯했던 에스텔이 다나카에게 빠져드는 건 필연이었을 겁니다. 드래곤 '크리스티나'에게 잡혀 죽을뻔한 자신을 구해준데다 어쩜 그렇게 가려운 곳을 골라서 잘 긁어 주는지 그의 말 한마디에 호감도 +1이 되어 지금은 MAX가 되어버렸습니다.
이젠 공공장소에서까지 대놓고 너의 씨앗을 받고 싶다는 둥 하자는 둥 애가 아주 정신적으로 안드로메다를 건너가버렸습니다. 물론 이런 점은 다나카 한정이고, 귀족답게 평상시엔 정상인으로 행동하는 갭이 묘하게 귀엽기도 한 게 흥미롭기도 합니다. 근데 문제는 사람을 겉으로 판단하면 못 쓴다는 선조들의(?) 가르침(?)에 따라 그녀가 다나카의 내면이라 철석같이 믿고 있는 배려와 매너에 흠뻑 빠져들었지만 정작 진짜 다나카의 속 마음을 캐치하지 못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어리석고 허망하단 말인가 싶기도 합니다(1). 애초에 다나카는 에스텔보다 요즘 S에 눈을 뜬 소피아라는 메이드에 꽂혀서 에스텔이 아무리 대시를 해도 공염불이라는 것에서 좀 애처롭기도 하고요.
여튼 다나카에게 있어서 에스텔은 재앙 그 자체입니다. 일편단심 민들레가 되어 거대 권력을 앞세워 왕 앞에서도 할 말 다하는 그녀가 두려울 건 없다는 것에서 다나카에겐 재난이나 다름없었는데요. 그녀가 다나카에게 대시를 하는 만큼 다나카의 목엔 올가미가 매어져 더욱 조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선 다나카는 탈주범에다 평민, 에스텔은 공작가(귀족 서열중 왕 다음쯤 됨)의 후원을 받는 영애, 이 정도 계급 차만 해도 절대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이죠. 그래서 에스텔은 다나카를 귀족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그것이 다나카에게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 모른 채 말이죠. 이것은 대놓고 모든 귀족들을 적으로 돌려 버리는 행위, 평민이 귀족이 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거든요.
거기다 다나카가 이웃 나라와 분쟁에 휘말린 건 에스텔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녀의 곁에 있다가 불똥이 튄 것이죠. 전장에서 죽을둥 살 둥 날아다니며 회복 스킬을 써댔던 결과는 배신한 다크엘프에게 목이 뎅겅 잘리기이고, 목을 재생하면서 그로테스크한 장면을 보여 주기도 하고, 그러는 와중에 에스텔의 대시로 그녀를 보살펴주는 공작에게 쥐도 새도 모르게 제거될 수 있는 상황이고, 그를 비호해준다며 학교고 어디고간에 물불 안 가리고 그의 편에 서서 변호하는 바람에 '너 대체 누구?'라는 시선을 한 몸에 받고 말았습니다. 로리 비치이긴 해도 귀족이 비호해주는데 좋은 거라고요? 아니죠. 목숨이 몇 개 있어도 모자랄 판입니다. 드래곤 크리스티나와의 전투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죠. 그러다 끝끝내 왕 앞에서 그를 귀족으로 만들어 주세요.까지 이릅니다.
좋은 거라고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이건 다 그녀가 그를 자신과 동등한 위치에 서게 해서 맺어지려고 하는 술책에 지나지 않죠. 물론 다나카도 짐작하고 있지만 채면이 뭔지 그녀가 하는 데로 내버려 둡니다. 이 얼마나 순애보인지 동정(童貞)은 다 이런가 싶기도 합니다. 물론 그의 속 마음은 닥치는 대로 3P가 하고 싶고 로리를 임신 시키고 싶다는 둥 아청법에 의거하여 평생을 콩밥 먹여도 시원찮을 인간이죠. 절대 겉으로는 표현하지 않고 있지만요. 그 순간 아웃이라는 걸 작가는 잘 알고 있기에 속마음이라는 표현으로 모든 걸 해버리니 이보다 날로 먹는 작가는 없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갈수록 미저리가 되어가는 에스텔, 그리고 잘 나가는 다나카에게 침 발라두기 위해 찾아온 조피(2)의 경악스러운 행동, 돈보다 권력은 남자가 추남이라도 여자가 꼬인다는 걸 여실히 보여줍니다. 그리고 다나카를 귀족으로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한 에스텔에 의해 강제 이벤트 중인 다나카는 견제하는 다른 귀족에 휘둘려 졸지에 노예로 전락할 판입니다. 이제야 사랑하는 소피아와 알콩달콩 하게 사나 했는데 이놈... 아니 이.. 차마 상스러운 단어는 못 쓰겠고 에스텔 때문에 지옥의 문턱에 발을 거치게 된 다나카는 자신이 무엇에 휘둘리는지 동정(童貞)답게 머리로는 이해해도 몸은 따라가주지 않는 기막힌 인생 스토리에 과연 빛이 들 날이 올 것인가?
어쨌건 에스텔이 몸담고 있는 공작가를 찌부러 트리고 에스텔이 하사받은 땅을 빼앗기 위한 암투 등 다나카의 언동에 가려져 있지만 복선이 이만저만 깔려 있는 게 아닙니다. 거기에 다나카도 휘말리고 그러다 에스텔을 구해주며 빛 좋은 개살구처럼 입발린 말로 에스텔의 호감도를 MAX에서 맥시멈으로 치솟게 한다던지, 그러다 벌써 뭔일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분위기임에도 비처녀라는 이유로 참고 있는 다나카를 보고 있자니 야유를 보내야 할지 응원을 보내야 할지 애매하기도 합니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전개라고 하면 호들갑이긴 한데, 이 작품은 기존의 틀을 깨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우선 메인 히로인이 비처녀라는 특수성부터 해서 주변에 모여드는 여자들이 하나같이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죠. 제대로 된 주인공에겐 제대로 된 히로인이, 비상식적인 주인공에겐 그에 맞는 히로인이라는 컨셉일까요. 다나카가 곧 죽어도 사모하는 메이드 소피아는 시모세카, 그러고 보면 이 작품은 시모세카와 일맥상통하는 게 있습니다. 히로인들 때문에 영원히 고통받는 주인공이랄까요. 다나카는 자기가 무덤을 파고 있는 거지만요.
여튼 시모세카의 그녀처럼 엽기적인 행동을 다나카에게 하는 소피아, 안하무인 로리 드래곤 크리스티나의 배빵, 로리 엘프의 남자 편력, 남친 앞에서 다른 남자로 갈아타는 것도 모자라 그의 목숨을 쥐락펴락하는 우리의 히로인 에스텔, 침 발라두기 위해 찾아온 조피, 여자라면 사족을 못쓰는 진성 레즈 여기사 그리고 또 누가 있지... S와M 놀이하는 로리 거유도 있군요. 그리고 로리 드래곤에 꽂혀서 결혼하고 싶다며 찾아온 40대 중년 아저씨 마도 귀족, 하나같이 어딘가 하나식 뭔가가 결여되었지만 면면을 들여다보면 하나같이 거대 권력을 가진 이들이라는 것입니다. 그 안에 끼인 다나카는 행복한 나날이 아니라 지옥을 맛보고 있고요.
맺으며, 또 길어졌군요. 얽히고 설킨 내용이지만 복잡하지 않게 흘러가는 게 이 작품의 묘미랄까요. 복선을 깔지만 질질 끌지 않고 조금식 풀어가는 재미도 있습니다. 물론 다나카의 처음은 처녀라는 맹목적인 신봉과 걸핏하면 로리를 임신 시키고 싶다는 둥 눈에 거슬리는 대목이 있긴 한데 행동으로는 옮기지 않고 있으니 혐오의 경계를 아슬하게 유지하고 있다고 할까요. 그리고 먼치킨 계열답게 강한 주인공이지만 권력 앞에서는 쥐나 다름없는, 방종을 지향하고 절제를 어느 정도 유지하는 게 포인트이기도 합니다.
참고로 3권 표지 모델은 로리 드래곤 '크리스티나'
- 1, 다나카의 속 마음은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엉큼 그자체죠.
거기다 자신의 몸 보신을 위해 배려와 매너를 행하고 있습죠. - 2, 엘렌+에스텔과 3P하던 귀족 여자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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