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늑대와 향신료 13권 리뷰 -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기-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는데 이번 에피소드부터 일러스트가 상당히 진화하였습니다. 이전에는 약간 어두운 계열에 버츄어 파이터 1탄을 보는 듯한 각진 폴리곤같은 일러스트에서 지금은 제법 사람다운 일러스트 같아졌다고 할까요. 톤도 진화하여 제법 고급스러워졌습니다. 덕분에 작중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게 마음에 들었군요. 여튼 이번 에피소드는 단편집으로 총 3개의 에피소드가 들어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이전에 호로가 로렌스를 만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복숭아 꿀 절임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그때 호로는 환상적인 맛을 기대하였지만 어떤 사건에 휘말려 끝끝내 먹어보지 못하고 유야무야되어 버렸죠. 이번에 또 말이 나와서 내친김에 구입하러 갔더니 아니 글쎄 복숭아 한 개 절여 놓은 게 금화 한 냥이라지 뭡니까. 기절초풍할 일이죠. 로렌스는 그깟 지 것 얼마나 한다고 했다가 도저히 엄두가 안 났고 엄청난 기대감에 꼬리를 풍차 돌릴 기세였던 호로도 아무 말하지도 못하고 뒤돌아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기서 참 애잔한 게 좋아하는 이성에게 원하는 것을 주지 못할 때의 기분은 참 참담하기 그지없죠. 호로는 애써 괜찮은 표정이지만 먹을 거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그녀이기에, 이전에도 못 사준 복숭아 꿀 절임이라는 자주 접하지 못할 물건을 또 언제 사주랴 싶었던 로렌스는 결국 그녀를 위해 돈 벌기에 나섭니다. 이러쿵저러쿵해도 마음속에 자리 잡은 그녀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죠. 여차저차해서 돈 벌기에 나섰지만 이게 또 개고생입니다. 거기다 안 그래도 외로워 죽겠는데 혼자 놔두고 일하러 갔다고 바가지를 긁어대는 호로 때문에 마음고생도 심하고요.
좋아하는 그녀를 위해 일을 시작한 건 좋은데 복숭아 꿀 절임 하나 살려고 대체 며칠을 일해야 하나 계산을 해보니 1주일은 더 해야 되는, 뭐 이런 개 같은 일이 다 있나 싶습니다. 결국 호로까지 가세해서 틈새 시장을 노려 둘이서 밥장사를 하는 등 원래 이런 이야기였으면 좋겠다 하는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호로가 지혜를 펼치고 로렌스가 몸으로 때우는, 그렇게 복숭아 꿀 절임이라는 천해 진미를 향해 순항의 닻을 올려 갑니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호로의 시각에서 로렌스를 평가하는 것으로 이렇다 할 이야기는 없으니 패스하고 세 번째 에피소드로 넘어가 보면, 세 번째는 로렌스와 양치기 소녀 노라가 금 밀수를 다룬 에피소드 이후의 이야기인데요. 노라와 그녀의 조그마한 검은 기사 에네크가 주인공이 되어 지금의 상황에 정체되지 않고 미래를 향해 발을 내딛는 조금은 뭉클한 이야기로 이뤄져 있습니다. 사실 노라 에피소드는 라노벨보다 코미컬라이즈가 좀더 가슴에 와닿습니다. 코미컬라이즈는 그녀가 처한 현실을 잘 표현하고 있죠.
여튼 재봉 직인이 되기 위해 에네크와 길을 떠난 그녀는 중간에 사제 한 명을 도와주게 되고 그의 부탁으로 도착한 곳은 자신도 가려 했던 전염병으로 도시 절반이 초토화된 쿠스코프라는 마을이었습니다. 그녀는 여기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려 하지만 곧 자신의 생각이 짧았다는 것을 알아 갑니다. 그리고 그동안 외골수로 양치기만 해왔던 그녀가 평범한 인간으로 살아가기란 쉽지가 않다는 걸 보여줍니다. 늘 해오던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맞이하는 두려움, 하지만 그녀는 정체되지 않고 그녀는 나아 갈려고 합니다. 쉽지 않은 여건에서 포기하지 않고 미래를 향해 앞으로 나아가는 강인함을 보여주는 그녀가 상당히 인상적으로 다가옵니다.
뭐랄까 노라와 에네크 에피소드는 상당히 서정적입니다. 표현 하나하나가 시적인 구절도 많고요. 부디 이런 표현을 본편에서도 해줬으면 싶을 정도랄까요. 호로와 로렌스의 시간이 다르게 흐르는 것처럼 노라와 그녀의 양치기견 에네크와의 시간도 다르게 흐른다는 애틋한 이야기도 들어가 있고, 멈춰 서지 않고 미래를 향해 힘겹더라도 나아 갈려는 것처럼 문을 나서는 모습에서는 가슴 한켠에 뭉클함을 선사합니다. 그런데 어째 리뷰가 두리뭉실해졌는데 일 마치고 새벽에 비몽사몽으로 빨리 써놓고 잘려다 보니 이렇게 되어 버렸군요. 하튼 본편에서는 느끼지 못할 감성적인 장면이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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