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이 만나서 별로 한 것도 없는데 벌써 종착지가 저만치 다가왔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이국의 소녀 프란으로부터 북방지역의 지도를 손에 넣은 로렌스와 호로 +@콜은 드디어 호로의 고향을 눈앞에 두게 되었는데요. 그녀가 고향을 떠난 지도 수백 년, 그리운 고향은 그대로일까? 동료들은 잘 있을까? 남자의 꾐에 빠져 수백 년이나 마을에 묶여 풍작의 신 노릇을 해야 했던 호로는 이제 너 따윈 필요 없다는 마을 사람들의 배신에 가까운 등쌀에 미련 없이 마을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로렌스의 마차에 오른 지도 해가 바뀌어 가고 있었습니다.


음... 이미 완결이 난 작품(1)이니 이번엔 내용적으로 크게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사실 본심은 근래에 들어 직장 일이라는 원심 분리기에 넣어져 뼈와 살이 분리된다는 게 어떤 건지 몸소 체험하고 있는지라 사실 리뷰 쓸 여력조차 없다는 게 옳겠지만요.


여튼 결혼해서 신혼은 3년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서로 좋은 점만 보고 웃고 떠들어도 3년이 지나면 싫은 점이 보이고 웃음 포인트가 마모되어 서로의 감정이 메말라가는, 죽지 못해 같이 살고, 애 때문에 살고, 그러다 정 때문에 산다는 부부의 관계, 호로는 이게 싫었습니다. 로렌스를 만나 여행을 하며 그때가 좋았지 하며 괴로운 미래를 맞이할 바엔 좋은 감정을 품고 있는 지금 헤어지자며 울었던 그녀는 고향 요이츠에서 웃으며 헤어지자고 로렌스와 약속을 하였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바로 코앞까지 왔습니다.


그녀의 고향 요이츠가 있는 북방으로의 여행, 그런데 느닷없다는 말은 마치 지금이라는 것처럼 엘사(2)와의 만남에서 금지된 광산 기술이 서술된 금서가 발견되었다는 그녀의 동행의 말에 여행은 순식간에 파탄을 맞이합니다. 여행의 끝이 저만치이건만, 여기서 로렌스는 금서를 손에 넣어 요이츠를 지키기 위해 지금 그녀와 헤어질 것인가(3), 요이츠가 황폐화되는 걸 눈앞에 보면서도 그녀와 함께 요이츠로 갈 것인가 하는 어느 걸 선택해도 호로와는 좋은 이별은 할 수 없다는 꽝 밖에 없는 뽑기가 그의 손에 들리게 되었습니다.


이번 에피소드는 이 작품의 터닝 포인트입니다. 그동안 둘은 서로가 의식하면서도 애써 외면하며 언젠가 헤어지게 될 사이라는 생각 아래 한 발짝 다가가지 못했는데요. 거기다 둘의 시간은 서로 다르게 흐르고 있던 것도 한몫했죠. 그리고 로렌스는 그동안 닦아 놓은 행상인의 길을 그녀와 헤어진다는 전제하에 포기하지도 못하고 있어서 더욱 둘의 관계를 꼬아 놓기도 했습니다. 막말로 '그럼, 안녕!!' 하며 떠나버린 호로를 바라보며 닭 쫓던 개가 될 순 없었으니까요. 이런 점 때문에 로렌스의 평가가 좋지 않기도 했었죠. 행상인을 포기하고 호로를 쫓아갔다면 멀리 돌아가지 않아도 되었을, 하지만 그렇다고 굶어 죽을 수는 없으니 이거 참 재난이자 난제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뜻이 있는 길에 통하는 길이 있다고 사랑에 미친 인간의 눈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로렌스가 몸소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한가지 아쉬운 건 카타르시스를 느낄만한 내용이 아니라는 것이군요. 그냥 번뜩 뜨인 상인 기질로 길을 돌파해서 내 사랑 내 곁에를 외치며 꿩 먹고 알 먹고를 담담히 그려가고 있을 뿐입니다. 사실 이 과정은 엘사의 집요한 설득이 거들긴 했지만 여기선 생략하겠습니다. 그리고 호로도 사실 로렌스를 끔찍이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된 로렌스가 그녀를 끌어안고 검열 삭제를 시도하면서 보는 이로 하여금 오!! 탄성을 자아내게 하지만 세상사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라던가요.


꿩 먹고 알 먹고, 도랑치고 가재 잡는다는 걸 여실히 보여준 로렌스, 쪼렙 상인이었던 그가 대상인으로 한 발짝 올라선 데엔 눈이 돌아갈 정도로 좋아하는 여자가 있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웃으며 헤어지자고 해도 언제까지고 그녀와 함께 있고 싶었던 그는 두뇌를 풀가동하여 위기를 극복하고 여 보란 듯 그녀에게 한 발짝 다가갔습니다. 그녀도 그런 그를 멍청이라 하면서도 싫어하지 않고 품으로 파고드는, 서로가 다른 시간대에 살아도 지금은 같은 시간대에 살고 있는, 언젠가 나만 놔두고 갈지언정 지금은 손을 꼭 잡고...


맺으며, 엔딩은 아닙니다. 이번 에피소드에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을 뿐, 지금 당면한 문제는 해결되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죠. 호로의 고향인 요이츠는 데바우 상회에 의해 광산 개발 여파가 미치고 있어서 이들에게 그리 밝은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라고 해도 이미 완결이 나버렸지만요. 그보다도 이번 에피소드는 참 멀리도 돌아간다는 느낌이 강했군요. 마음은 있는데 언제가 헤어질 상대이다 보니 쉽게 다가가지 못하고, 지레짐작한 로렌스의 삽질로 둘의 관계를 더욱 어긋나게도 했죠. 결국 호로의 마음도 매한가지라는 걸 알자마자 검열 삭제를 시도하다니 로렌스도 참 어지간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담으로 둘의 사위 콜은 이국의 소녀 프란을 만나고 나서 자신만의 길을 발견한 듯했습니다. 호로가 끔찍이도 아꼈던 콜에게도 이별의 시간이 다가오고, 그가 하고자 하는 바를 잘 알고 있었던 호로와 로렌스는 콜을 떠나보내기로 하는 등 이별의 시간과 성장이라는 키워드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가슴 한켠으로 씁쓸한 감정을 느끼기도 하였습니다. 여기서 여전히 아쉬운 건 척하면 착하고 알아 들어야지 같은 작가의 진행 방식 때문에 감정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이군요.  


 

  1. 1, 14권이 발매될 당시의 기준
  2. 2, 테레오 마을에서 의붓 아버지로부터 교회를 물려 받아 운영 하려다 이웃 마을의 사제의 견제에 몸살을 앓았던 소녀
    호로가 멋지게 격퇴를 해주어 로렌스와 호로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던...
  3. 3, 부가설명을 하자면 지금 북방은 한창 광산 개발이 진행중으로 요이츠도 그 선상에 놓여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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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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