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잘 가거라 용생, 어서와 와라 인생 2권 리뷰 -달달함 제2탄-
에이션트 드래곤이 용사 집단에게 토벌된 후 인간으로 환생해서 살아가는 이야기 제2탄입니다. 인간의 이름은 '드란' 전생에서 나쁜 짓을 일삼았던 못된 용이 아니라 마계에 쳐들어가서 자신은 그럴 의도가 없었다곤 해도 인간을 위협하는 마족과 고위신들을 토벌하는 등 나름대로 인간들에게 유익한 드래곤이었건만 판타지 세계에서의 정석은 역시 용사가 드래곤을 처치하는 걸로 마무리된다는 것처럼 용사 일행이 잘 살고 있는 주인공 드란의 집에 쳐들어가서 냅다 목을 따버렸으니 주인공 입장에서는 기가 막일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원채 주인공이 유약한 성격이다 보니 그런 용사들을 증오한다기보다 살만큼 살았으니 이제 명계에서 유구한 잠에 들어야지 했는데 복선이 깔리면서 인간으로 환생해버렸습니다. 아무리 좋은 신이든 나쁜 신이든 아무래도 이해관계가 얽힌 세상에서 내 뜻대로 살아가기란 무척이나 힘들죠. 용사들을 이용해 주인공을 죽인 것도 모자라 인간으로 계속 환생 시켜가며 에이션트 드래곤이라는 영혼을 아예 말살 시키려는 어떤 복선에 의해 의도치 않게 인간으로 살아가게 된 드란, 드래곤일때의 기억과 영혼을 간직한 채 인간으로 환생하고 16살이 되었습니다.
변방 촌락의 평범한 농사꾼의 둘째로 태어나 장남에게만 유산이 돌아가는 판타지 세계의 철칙(?)에 따라 제 살길은 알아서 살아가야 되는 현실에서도 부모와 형과 동생과 그리고 마을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던 어느 때 라미아라는 몬스터계 소녀가 그의 곁으로 찾아왔습니다. 이름은 '세리나', 일정한 나이가 차면 마을의 규율에 따라 이종족 남편을 찾아야 했던 그녀는 여행 중에 들린 이 마을에 정착하게 되고 드란은 그녀를 도와 인간계에서도 잘 살아갈 수 있게끔 해주면서 둘의 관계가 점차 발전하는, 이 과정이 좀 달달합니다. 주인공 드란은 전형적인 둔감계이긴한데 조금식 그녀를 의식하면서 처음엔 좋은 여동생 같은 포지션에서 차츰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변해가는 장면을 표현하는 구절에서는 잔잔한 미소를 머금게 했습니다.
방이 어두워서 이불이 때 탄듯한, 여튼 둘의 관계는 이런식입니다. 그냥 살살 녹아요. 물론 여기서 이들의 관계를 시기하거나 끼어드는 히로인도 있을 테지? 같은 진행도 있을 법하나 이 작품은 아직까진 그런 건 없습니다. 라이트 노벨이라는 특성에 맞게 여러 히로인들이 나오지만 남자 주인공에 집착한다기보다 제 갈 길을 그냥 걸어가며 주인공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그런 형식을 취하고 있어서 드란과 세리나의 달달함은 더욱 빛이 나는, 두 번째 히로인에 해당하는 '크리스티나(표지 제일 오른쪽)'도 이들과 좋은 친구가 되고 싶어 이들을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긴 하지만 눈꼴시런 연애질보다 담백한 복어탕처럼 진행되는 이야기가 상당히 인상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2권은 이런 달달함 외에 주인공을 인간으로 환생시킨 복선으로 추정되는 존재에 의해 엘프들이 사는 엔테숲에 마족이 쳐들어 오게 되고 주인공 드란과 세리나 그리고 크리스티나가 이들(엘프)을 위해 목숨 걸고 싸움에 임하는 자못 비장함이 감돌긴 하지만 주인공이 고위 신들도 아무렇지 않게 죽일 수 있는 굉장한(?) 먼치킨이다 보니 그리 심각한 건 없었습니다. 그 와중에 주인공은 검은 장미의 정령 디아드라와 불장난도 저지르는 등 세리나로 하여금 가슴에 두 방망이질을 하게 해서 이게 또 잔잔한 미소를 짓게 합니다. 그러나 마족의 침공이라는 위기에서 한숨 돌리나 했더니 인간과 몬스터 라미아 소녀와의 금단과도 같은 사랑을 시기하듯 찾아오는 또 다른 위기...
그리고 '판타지 세계에서 주인공은 태어난 마을을 떠나 모험을 시작했습니다.'의 서막이라는 것처럼 여행을 시작하는 드란과 세리나, 또다시 마을과 숲에 위기가 찾아오지 않게 큼, 자신을 인간으로 환생시킨 장본인을 색출하기 위해, 그리고 크리스티나의 먼 조상이 자신을 죽인 용사 계보가 아닐까 하는 복선(1)을 되짚기 위해,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던 그에게 다가오는 새로운 운명은 자신을 죽인 용사처럼 용사의 길로 들어서게 할 것인가...라고 해도 주인공이 워낙 강하다 보니 대적할 적이 없다는 게 흠이군요. 이 작품도 주인공이 원하면 다 생기는 그런 계통이다 보니 적과 싸우다가도 생뚱맞게 듣도 보도 못한 스킬을 쓴다던지 '내가 힘을 개방하면 말이야' 같은 일이 벌어지니 그리 흥미진진한 장면이 없다는 게 좀 아쉬운 대목이었군요.
그래도 세리나를 점차 의식해가며 사랑스럽다는 말까지 하게 된 드란, 이젠 남편 따위 찾지 않아도 되라며 그의 곁에 꼭 붙어서 밤에 잘 땐 그를 뱀 몸통으로 칭칭 감는 등 얘가 아주 부뚜막 몇 개를 올라가는지 모를 정도로 마음이 헤벌쭉하게 된 그녀는 검은 장미 디아드라가 드란에게 기습 키스를 날렸을 때 울음을 터트리는 등 일러스트와 괴리감 생길 정도로 귀여운 구석이 철철 흘러넘칩니다. 맨날천날 드란에게서 용의 기운을 받다 보니(위험한 상상?) 보통 라미아와는 다른 힘을 보여주는 괴력녀로 거듭나면서 엔테숲에 쳐들어온 마족 고위층과도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주인공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히로인이라는 점에서 작가가 그녀를 얼마나 띄워 주는지 쉽게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습니다. 1권에서는 그렇게 비중이 없더니만...
맺으며, 사실 리뷰는 이렇게 썼지만 상당 부분이 주인공 독백과 과거를 회상하고 그때의 잔재를 만나는 등 고대(에이션트) 드래곤의 일대기 같은 면도 많습니다. 이거 읽는 우리(독자)가 꼭 알아야 돼? 같은 느낌이 없잖아 있죠. 거기에 적과 싸우며 완급 조절을 하지 않아 적으로 나오는 마족 적장은 마계에서도 손꼽히는 엘리트이건만 주인공 손에 걸리니 썩은 과일과도 같고, 잡아 찌부러 트리듯 해버리는 통에 흥미진진함은 눈 씻고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나마 세리나와의 달달함은 좋았군요. 거기에 이들의 관계를 시기하지 않고 이들의 곁에 있고 싶어 목숨을 마다하지 않으려는 크리스티나의 눈물겨운 모습은 애잔하게 했습니다.
- 1, 주인공 드란이 용일때 용사에게 토벌된후 바로 인간으로 환생한게 아닌 상당한 시일이 지난 후 환생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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