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늑대와 향신료 11권 리뷰
이거 무슨 명탐정 코난도 아니고 어떻게 건수를 건질 때마다 매번 죽을 둥 살 둥 사선을 넘나드는 통에 목숨이 몇 개가 있어도 모자랄 판입니다. 호로를 만나기 전에는 어떻게 난관을 헤쳐 나왔는지 정말 미스터리가 아닐 수 없죠. 아니면 호로 자체가 재앙 덩어리일 수도 있고요. 왜 이런 말을 하냐면 이번 11권은 그런 사선을 넘나드는 이들에게 약간의 휴식 같은 에피소드가 마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어느 개척 마을에 들리면서 새로운 거래처 물색에 신이 난 로렌스와 자신을 홀대하고 자신의 지식을 빌리지 않아 삐진 호로가 보여주는 알콩달콩한 이야기는 본편에서는 흔히 볼 수가 없는 것입니다.
이런 여행도 괜찮을 것입니다. 로렌스가 닭을 구입해 구이를 해주겠다고 하자 정말 먹고 싶고 기대가 되어 기쁨으로 풍차 돌리기 직전이었던 꼬리를 필사적으로 진정시키는 호로는 정말 귀엽습니다. 로렌스가 호로를 골려 주려는 목적으로 거세한 닭 이야기를 진짜로 믿었다가 놀림당했다는 걸 깨닫자마자 창피함을 덮을 요량으로 로렌스의 아랫도리를 공격 해대는 게 여간 웃긴 게 아니고요. 그러다 개척 마을에서 자신의 지혜를 빌리지 않는 것에 골이 나서 툴툴거리다가도 로렌스가 앞으로의 여행을 좀 더 명확한 이정표를 제시함으로써 둘의 관계는 이젠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번 11권은 세 개의 에피소드가 들어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막 만들어진 개척 마을에 들렸던 로렌스가 그 마을의 당면한 문제점을 해결해주는 것과 때론 이런 여행도 괜찮다는 것마냥 햇볕이 잘 드는 언덕에 기대어 낮잠을 자고 싶다고 큰소리쳤던 로렌스는 뜻대로 되지 않는 통에 호로에게 놀림당하는 에피소드와 항구 도시에서 로렌스의 상인으로써 인생사를 새롭게 쓰게 만들었던 여(女) 상인 '에이브'의 과거 이야기로 이뤄져 있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콜은 나오지 않습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는 막간을 이용한 숨겨진 이야기인데요. 사람 머리 꼭대기에 앉아 로렌스가 생각해도 바로 캐치해서는 능글맞게 도발을 일삼고 그런 그녀와 대등하고 싶어 발버둥 치지만 언제나 백기를 드는 건 로렌스입니다. 좀처럼 틈이 없고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은 써글 여자 같으니라고 한 번쯤 생각해볼 만도 하겠지만 착해빠진 수컷이라고 평하는 호로의 말처럼 이 여행을 언제까지고 계속하고 싶었던 로렌스는 언제나 한 수 접고 들어가는 게 좀 비참하기도 합니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가소롭구나를 외치는 호로와의 싫지 않은 투닥거림, 그리고 맨날 날로 먹는 것은 아니라고 향변하듯 처음 계약할 때 말했던 것처럼 지혜를 빌려주는 호로와 어우러져 마치 홈즈와 왓슨처럼 개척 마을의 문제점을 해결해주면서 이정표를 만든답시고 따귀를 때리는 황당한 시추에이션 등 어째 본편보다 좀 더 스릴 있었습니다.
세 번째는 에이브의 과거의 이야기입니다. 몰락 귀족으로 집안을 일으키기 위해 어느 상인에게 강제 결혼을 당한 것도 모자라 그 남편도 불귀의 객이 되어 세상을 떠나 버리자 집안은 폭삭 망해 버리고 거리로 쫓겨난 그녀는 살아가기 위해 이쪽 계통으로 발을 내밀었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 귀족으로 살아온 그녀가 발을 들이기엔 세상은 만만찮다는 걸 깨달아 갑니다. 로렌스와 만났던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순수했던 에이브, 그러나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 당하고 물건을 대리구매해줬던 상인에게선 사기당하고 이용당하고 마치 상처 난 물고기를 뜯어 먹기 위해 몰려드는 피라니아 같은 상인의 세계에서 그녀는 순수함을 버리고 악녀가 되어 갑니다.
사실 이번 11권은 그렇게 흥미를 끌만한 이야기는 없습니다. 먹는 것에 환장해서는 침을 질질 흘리며 풍차 돌리기 직전인 꼬리를 필사적으로 억누르는 호로의 귀염성이라던지 본편에서는 잘 볼 수 없었던 그녀도 할 땐 한다는 것 외엔, 에이브의 과거 이야기는 한 번쯤 거론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미 과부가 된 이후의 이야기인지라 파란만장한 스토리는 아니었습니다. 말투를 보니 10대 중반쯤인 거 같은데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하고 과부가 되고 시종 둘을 대리고 살아가기 위해 아등바등 하면서도 세상을 쉽게 보는 아슬함을 약간 손에 땀을 쥐게 하지만 애초에 본편에서 에이브가 보여줬던 불편함 등이 있어서 크게 와닿지는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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