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네임: '리퀴다이저' 나이: 29살, 주인공 '우츠기 미노루'와 제트 아이들이 속한 <특과>를 적대하며, 기분에 따라 사람을 죽이는 루비 아이가 기생 중인 세일러복에 뿔테 안경 교복 도착증 환자가 표지 모델이 되었군요. 좀 의아했던 게 1~3권이 제트 아이가 소속된 <특과>의 히로인들이 모델이었던 것에 반해 이번엔 왜 루비 아이인 그녀일까. 사실 그동안 별생각 없이 읽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4권을 다 읽고 나니 하나의 공통점이 떠오르더군요. 그것은 표지 모델들은 하나같이 죽을 만큼 고생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이 작품은 희로인들을 참 험하게 다룹니다. 8년 전 괴한의 의해 목숨을 잃은 주인공 미노루의 친누나, 8년 동안 그를 주워 길렀던 의붓 누나 노리에와 학교 친구 토모미는 기억이 소거되지 않았다면 아마 정신병원에 입원했을지도 모를 일이고요. <특과>의 리더 10살 초등학생 여자애 '교수(코드네임)'는 아직이지만 이번에 플래그를 세웠으니 조만간 고생 꽤 나 하지 싶습니다. 여기에 그 고생병은 적측인 리퀴다이저에게까지 전염되었으니 우리의 주인공 미노루군은 죄도 참 크지요. 참고로 유미코도 여러 의미에서 고생 많이 했습니다.

수우가 의식불명이 되고 나서 자신의 존재 의미를 되새기는 미노루, 미노루는 에반게리온의 신지와 유사하다고 할까요. 마음의 벽이 AT 필드를 만들듯이 미노루는 과거 가족이 몰살되고 자신만 살아남은 기억 때문에 고독을 선택하며 살아왔죠. 그 결과 써드 아이는 그에게 절대적 간섭 불가인 외피를 만들어 내게 했고요. 하지만 이 작품은 여기서 결정적으로 틀린 게 있다고 역설하기 시작하는데요. 의붓누나 노리에와의 평범하고 단란한 생활과 토모미와의 재회를 거치고 유미코와 수우를 외피에 받아들이게 되면서 자신이 가진 외피는 사실 타인의 간섭을 거부하는 영역이 아니라 누군가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를 배워간다는 것입니다.


그로써 존재 의의를 발견한 미노루, 그리고 결정적으로 뇌사상태였던 수우를 외피에 받아들여 미지의 힘으로 그녀를 깨우면서 그 추측은 진실이 되어 갑니다. 사실 이 말은 스포일러리긴 합니다만, 여담으로 여기서 기가 막히게도 도서 표지에서도 대놓고 스포일러 질을 한다는 것이군요. 여튼 서로의 마음이 통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긴 한데, 이로써 주인공 미노루가 가야 될 미래는 정해진거나 다름없게 되었는데요. 아픈 과거를 뒤로하고 지금 손에 들어온 것을 소중히,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그것을 위한 외피라는 것마냥 후반부 많은 활약을 합니다. 그러다 리퀴다이저도 어쩌면 플래그가 서버렸는지도 모르겠군요. ​


여튼 이번엔 제트 아이와 루비 아이 가리지 않고 죽여댈려는 미지의 적, 루비 아이 <스팅거>를 맞이해서 모두가 고군분투한다는 내용입니다. 능력은 별거 아닌 거 같았던 스팅거에 의해 다들 나자빠지게 되고 그 과정에서 루비 아이중 최강이라는 교복 도착증 환자 리퀴다이저 마저 스팅거와의 전투에서 별 힘을 써보지도 못하고 나뒹구는 신세가 되어버립니다. 그녀 미노루와 수우를 함정에 빠트려 수우를 식물인간으로 만든 장본인이죠. 꼴좋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꼴사납게 물웅덩이에 구르면서도 자신의 옛 제자를 살리기 위해 인간적으로 미노루에게 부탁하는 장면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했는데요. 사람을 죽인 죄인이자 적이라도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처럼 포용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그리려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맺으며, 뭐랄까 내용이 한치의 소홀함 없이 알차게 흘러가긴 합니다. 역시 레키 작가답다 싶을 정도로 필력도 좋습니다. 관련 지식도 풍부하고요. 그리고 미노루의 내면적 갈등과 성장을 이전보다 확실히 잘 표현하고 있긴 합니다. 그동안은 껍질 속에서 나오길 거부하는 듯한 모습이었다면 지금은 과감히 껍질을 깨고 세상 밖으로 나와 기지개를 켜는 느낌이랄까요. 거기에 처음부터 나쁜 사람은 없다는 것처럼 적에게 손을 내밀어 구원을 해주는 모습은 청소년물에 어울릴만한 영웅스러운 장면이 아니었나 합니다.


하지만 기승전결 부족은 어떻게 해결한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레키 작가의 특성인지 SAO에서도 래핑코핑으로 엘리시제이션까지 우려먹더니 여기서도 리타이어 되지 않는 루비 아이로 엄청 우려먹을 모양입니다. 또한 미노루를 포함해서 애들은 무엇을 위해 싸우는 것인가 하는 개연성 부족도 좀 있고요. 물론 가족을 지킨다는 사명이 있긴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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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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