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의 완결편입니다. 사실 1~2권을 읽었을 때 4권이 끝이라고 해서 좀 아쉬웠는데 4권을 읽어보니 그럴 수밖에 없다는 걸 느꼈군요. 참고로 웹에선 계속해서 연재 중이라고 합니다. 여튼 필자는 이 작품의 모토라고 해야 할지 아이덴티티라고 해야 할지 늘그막에 모험가로써 재능이 꽃 피어서 지금의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동료들과 함께 세계를 여행하게 된 주인공을 그린다.라고 느꼈는데요. 아닌 게 아니라 일단 여행은 합니다. 동료들과 함께요. 세계로의 여행, 말만으로도 두근거리지 않나요. 사실 1~2권은 그 시작을 알려서 조금은 두근거림이 있었죠.


여튼 바람의 요정 실프족 '샨디'와 계약하면서 새로운 동료로 맞아들인 이그니스와 두 엘프녀, 그녀를 영입하기 위한 한바탕 소동이 끝나고 지금은 마법의 나라에 왔습니다. 두 엘프녀와 샨디가 마법에 소질을 보여서 제대로 된 마법을 배우게 해주려는 심산으로 왔긴 한데 오자마자 마치 주인공을 기다렸다는 것마냥 귀족들의 파벌 싸움이, 물론 이그니스는 끼일 마음이 없었겠죠. 그러나 운명은 얄궂게 마을 밖에서 위기에 빠진 '리제로테'라는 귀족 영애를 구해주게 되면서 이그니스는 판타지 정석대로 수라장을 해결해나가는 처지에 놓이게 됩니다.


그냥 그렇게 흘러가요. 좋은 놈이 있으면 나쁜 놈도 있고, 하늘의 별만큼이나 사람 마음이 다 다를 테니 천국에서라도 악당은 존재할걸요? 당연히 선한 측인 주인공의 활약이 시작되는 것이죠. 그래서 리제로테의 아버지(참고로 대귀족)가 리제로테를 구해준 은혜를 베풀어 너 님에게 일을 하사하노라~ 이러니 판타지 중세 시대 계급사회에서 천민급에 버금가는 일개 모험가가 거기에 대놓고 싫어요. 할 수도 없는 노릇이죠. 거기다 모험가에 대한 허황된 환상과 이상향에 쩔어 사는 리제로테까지 보살펴라 이러니 내가 이러려고 모험가가 되었나 하는 자괴감까지 몰려와요.


남자라면 일단 돌격이지라는 리제로테(참고로 여자 애입니다.), 그녀의 조상이 위기에 빠진 세계를 구하고 나라를 세운 구국의 대영웅이라나요. 그 피를 이어받았으니 몸이 근질근질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귀족의 소양 따위 개나 줘버려, 막내딸이라고 오냐오냐로 길렀던 게 화근이었던 걸까. 한 번쯤은 아버지도 그렇게 한탄 하겠건만 그 애비에 그 딸내미, 이걸 봐야 되는 이그니스는 당장에 도망가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고 위가 빵구날 지경입니다. 닥돌하는 리제로테의 고삐를 잡고 칼 좀 휘둘러 보라 했더니 마을 밖에서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습니다.


근데 문제는 체계적인 훈련은 받았는지 폼 하나는 그럴싸해서 이게 또 기가 찰 노릇, 더욱 문제는 실전에서는 써먹을 수가 없다는 것, 그래서 모험가 다운 훈련을 시켜가는 나날이 지속됩니다. 이 과정이 상당히 웃겨줍니다. 단칸방의 침략자를 읽은 분이라면 순식간에 빠져들지 싶군요. 리제로테는 포르트제 왕녀 '티아'와 비슷합니다. 초장에 허황된 생각에 사로잡힌 것도, 일상적으로 말하는 것도, 이그니스와 말싸움하는 것도, 그리고 서로의 마음이 통하고 나선 능글맞아가는 것도, 그렇게 귀족 영애를 모험가로 키워가면서 귀족 파벌 간 싸움도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하는데요.


여기서 또 문제가 발생합니다. 분명 리제로테가 상대 파벌에 잡혀가는 플래그가 섰는데 어째서 그녀의 언니가 납치되냐고요. 상황은 개판이 되어 갑니다. 이거 이야기는 꽤나 시리어스한데 왜 이리 웃음이 나올까. 자, 어쨌든 그동안의 훈련의 성과를 보여야겠지? 귀족의 품격 따윈 개나 줘버렸는데 실력이라도 뽐내야지 않겠어? 근데 내(리제로테)가 나설 차례는? 이봐! 작가 양반? 옜다 선심 쓰듯 던져주는 단 한 장면으로 그녀의 잔가가 발휘됩니다. 나도 할 땐 한다고요. 그래도 여전히 훈련과 공부가 필요한 그녀, 이대로 이그니스의 하렘에 동참하는 걸까? 


맺으며, 대부분의 라노벨에서 주인공과 히로인이 엔딩에서 맺어지는 경우는 있어도 여행 중에 침대에서 뒹구는 경우는 거의 없잖아요. 이건 히로인=처녀라는 공식 때문이기도 한데 이 작품은 그런 거 없어요. 내키는 대로, 사실 이게 잘못되었다기보다 오히려 속 시원해지는 경우라고 할까요. 알몸 다 내 보여주면서 끼약~ 하는 것보다 솔직하게 욕망에 몸을 맡기고 가식적이지 않은 게 이 작품의 장점이지 않나 합니다. 물론 디테일 높은 표현은 없으니 굳이 찾아보진 마세요.


그런데 여타 라노벨에서는 남자 하나에 여자 여럿인 파티는 별 볼일 없다는 공식이 자주 비치고 있는지라 이 부분에서는 사실 좀 그렇긴 합니다. 또한 여자 3명 다 이그니스랑 동침하고 있는지라 이 부분에서도 보수적인 독자는 꺼려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더욱이 이번 4권에서는 노골적으로 등장하는 인물 중 90%가 여자입니다. 3권까지는 그래도 남자들의 비중이 높았는데 4권은 남자 같은 여자애라든지 리제로테와 언니, 이그니스가 초보 모험가 시절의 동료였던 리제로테의 호위 역인 유리에까지...


개그도 적절히 들어가 있고 심각한 것도 없어서 부담 없이 읽을만했지만 역시 4권으로 끝낼 수밖에 없는 구조였습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시작은 두근거림이 있었지만, 작가의 한계인지 기존 판타지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이번 4권에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걸 타파하기 위해서라도 이 작품만의 색, 가령 실비아 같은 무녀와의 계약에 관련해서 복선을 파헤친다던지 그녀들과의 합체기(침대에서 말고) 같은 걸 전혀 보여주지 않고 있어서 무녀와 적성자라는 타이틀을 무색케 하더군요.


본 리뷰는 네이버 라노벨 카페 NTN과 출판사 레진노벨이 주관한 리뷰 이벤트 일환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책을 제공해주신 라노벨 카페 NTN과 레진노벨에 감사를 드립니다. 

(책 받은지 1년은 넘은 거 같은데...)

 

 
블로그 이미지

현석장군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056)
라노벨 리뷰 (898)
일반 소설 (5)
만화(코믹) 리뷰&감상 (129)
기타 (19)